우리는 상어 가족: 상어 가족의 시작.
그래 여기다.
럭키 세븐. 일곱 번째로 방문해 찾은 곳. 이곳이 현재 말 안 듣는 아기 상어가 다니는 어린이집이다.
아기가 태어남과 동시에 어린이집 대기를 걸어 놨었다. 두 돌이 거의 다 됐는데, 대기하던 국공립 어린이집 입소의 희망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니 무슨 어린이집 들어가기가 이리 힘든지. 그래서 시작한 게 사립 및 다른 국공립 어린이집 투어였다.
새로운 미션이었다. 우리 아기 상어가 원하는 어린이집을 찾아라. 그녀가 원하는 바는 명확했다. 햇살이 잘 들어오고, 창이 크며, 놀이터가 있는 넓은 어린이집. 거기에 엄마 상어가 원하는 것은 주차가 편하고, 어린이집 바로 앞에 차가 다니지 않는 곳. 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
미리 전화예약을 해 놓고 삼일에 걸쳐 각각의 어린이집을 방문했다. 내가 방문했던 모든 곳은 사실 평판이 다 좋았으며 장점이 뚜렷한 곳들이었다. 하지만 사람마다 원하는 것이 다른지라 쉽지가 않았다.
원장님이 훌륭하신데 원이 생각보다 좁거나, 바로 앞 놀이터가 훌륭하나 밖이 잘 보이는 위치가 아니거나, 매우 넓고 선생님들이 좋으시나 햇살이 잘 안 들어오거나, 주차가 매우 어렵거나, 코로나로 기적적으로 자리가 생긴 국공립이었으나 바로 앞이 차가 다니는 골목이었거나, 뭐라 할 수 없는데 확 와닿지 않는 곳이라던지.
뭐 그렇게 까다롭게 구냐 한다면 할 말이 없다. 다만 난 아이가 원하는 곳을 최대한 찾고 싶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환경으로 등원한다면, 어린이집 적응이 훨씬 수월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 내게 엄마가 말했다. 우리 조카가 다닌 어린이집에 가보라고. 결혼 전 딱 한번 조카를 데리러 가본 적이 있었지만 여길 또 올 줄이야. 역시 사람 일은 한 치 앞을 알 수가 없나 보다.
가보고 알았다. 그래 여기구나. 다행이었다. 어린이집은 밝고 깨끗하며 넓었고, 창문들이 다 커서 밖이 잘 보였다. 창 밖으로 어린이집 앞 놀이터와 아파트 산책로가 보였으며, 우리 공주님이 올해와 내년에 있을 방에 햇살이 잘 들어왔다. 주차장도 잘 되어 있었다. 더군다나 원장님과 선생님들이 좋다는 말은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 여기였다. 원장님, 저 여기로 보내고 싶어요~. 오전엔 차로 10분이고 오후엔 차가 막혀 20-30분 걸려 집에 오더라도 전 여기가 좋아요!
얼마 안돼 어린이집에서 자리가 나서 연락이 왔고, 두 돌이 조금 안 돼 우리 딸은 드디어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었다. 딸은 낮잠도 자고 어린이집 생활을 즐기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하지만 결국 좋은 담임 선생님과 다채로운 프로그램 덕분에 재미있는 어린이집 생활을 하게 되었다.
어느 날 저녁 아빠랑 딸이 거실에서 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딸이 말했다.
“널 체포하겠다!”
그러더니 아빠를 끌고 가 자기 방에 넣고 문을 닫는 것이다. 여기서 나오면 안 된다는 말과 함께. 그렇다. 이 날은 지역 연계 프로그램으로 경찰서를 방문했던 날이었다. 친구들과 경찰차 뒷 자석에 앉아 해맑게 웃으며 사진도 찍어 왔더라. 귀여웠다.
어느 날은 공주님 픽업하러 가니,
“어머니, 아이가 맥반석 계란을 잘 까먹었어 놀랐어요. 저희 반 아이들만 다 같이 까먹더라고요.”
이날은 한 달에 한 번 있는 스페셜 데이였다. 그래 딸아, 할머니 집에서 배운 달걀 까기 기술을 선보였구나~. 잘했어! 실은 계란의 맛보다는 까는 게 재밌는 우리 공주님이다.
코로나로 아이들이 밖에 잘 다니지 못하니 매달 어린이집이 새로운 장소로 바뀐다. 불가마 찜질방, 제주도, 시네마, 핼러윈 데이, 공룡 탐험 등등. 그렇게 잊을만하면 새로운 데이가 찾아온다.
오늘은 구에서 주관하는 유아 및 유치부 사생대회에 참여하는 날이다. 주제는 자연보호. 처음으로 우리 공주님과 함께 노란 스쿨버스를 탔다. 뭔가 묘한 기분이었다. 내가 정말 학부모구나 싶은 그런 마음이랄까.
실은 사생대회 전날 고민이 많았다. 네 살 아이가 그리는 그림은 여백의 미가 있다. 그림 안을 꼼꼼하게 채우기 어렵고, 정확한 직선 및 곡선을 그리기도 어렵다. 또한, 친구들과 함께 가는데 계속 앉아 그림 그리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래도 처음으로 가는 사생대회인데 즐겁고 기억에 남는 날이 되길 바랬다. 그래서 고민 끝에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로 했다.
역시 도착하니 우리 딸 점점 즐거워진다. 드넓은 공원에 날씨도 좋고 친구들도 함께 왔고 다른 어린이집과 유치원 아이들이 한가득이니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그래 딸아 엄마가 템포를 잘 조절해 볼게.
난 가방에서 미리 준비해 온 재료를 꺼냈다. 재활용 종이로 만든 쇼핑백의 한 면, 가위 그리고 딱풀. 이걸로 무엇을 하냐고? 우리 공주님이 최근 친구들과 좋아하는 놀이가 몇 개 있는데 대표적으로 어린이집 앞 놀이터 주변에 있는 낙엽이나 이쁜 나뭇잎 모으기, 떨어진 열매 줍기, 종이를 가위로 자르거나 찢기, 놀이터 작은 화단에 있는 흙 가지고 장난하기다. 그래 엄마가 오늘 여기서 다 하게 해 줄게.
일단 아가야 여기 앉아 보렴. 나무 기둥만 그려 놓고 딱풀로 풀칠을 했다. 그리곤 딸에게 가져온 종이를 가위로도 자르고 손으로도 찢어 그림에 마구잡이로 붙여보라 했다. 아무리 막 붙여도 나중에 종이를 툭툭 털면 풀 있는 부분만 붙여 있을 테니 걱정 없다.
자 이제 좀 돌아다니고 싶지? 그래 딸아 엄마가 널 안다. 우리 공원에 있는 낙엽이랑 열매 주으러 갈까? 다행히 잔디밭 위에 낙엽과 열매가 많았다. 딸은 즐겁게 여기저기 주워와서 보여준다. 오구오구 잘했어요~. 그렇게 모아 온 재료로 붙이기 놀이를 했다. 다행히 작은 나뭇잎들은 풀에 딱 달라붙었다. 열매는 그냥 스카치테이프로 붙였다. 내가 열매 줄기에 테이프를 붙여주면 공주님이 톡톡 하고 그림에 붙이고 모자란 부분은 함께 붙여줬다. 이렇게 나무의 잎들과 기둥이 만들어졌다.
딸아, 우리 이제 흙 놀이할까? 난 재빠르게 움직였다. 곧 우리 딸은 다른 아이들과 함께 그림이고 뭐고 엉덩이 들썩이며 놀아야 할 테니. 그림에 땅이 될 부분에 후다닥 딱풀을 칠하고 딸과 함께 위에 막 흙을 뿌렸다. 돈워리 공주님~, 나중에 종이를 몇 번 톡톡 털기만 하면 돼. 그래 우선 여기까지. 가서 이제 놀거라. 놀다가 한 번씩 와서 하늘도 칠하고 풀도 그리고 여백을 한번 채워보자꾸나.
다행히도 딸은 놀다가 내가 한 번씩 부를 때마다 와서 한 손엔 비눗방울 놀이를 들고 한 손에 크레파스를 들고 색칠해줬다. 올 때마다 다른 색상을 주고 이번엔 하늘, 이번엔 풀, 이번엔 땅, 이번엔 새. 그렇게 한 시간 동안 텀을 두며 그림을 완성했다. 딸이 와서 크레파스를 들 때마다 상사에게 결재 서류 사인받는 느낌이었다. 부탁드립니다. 아 마지막으로 클로버 몇 개만 부탁드립니다. 아가야, 이거 니 사생대회 맞지?
우리 딸은 그렇게 임무를 완수하고 남은 시간 더 열심히 친구들과 놀았다. 귀요미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열매 가지고 화산 폭발 놀이도 하고 사탕 물고 뛰어다니기도 했다. 항상 야외 놀이서 빠지지 않는 비눗방울 놀이도. 친구가 불어주면 비눗방울을 하나하나 콕콕 찔러 터트리면 어찌나 좋아하는지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다행히도 우리 공주님 어린이집에서도 저녁에 집에서도 오늘 사생대회가 즐거웠다 한다. 아빠한테 나뭇잎이랑 빨간 열매 붙인 것도 흙도 파서 붙인 것도 종이를 찢은 것도 다 잊지 않고 설명해 줬다. 남편은 그런 우리 딸에게 참 잘했다고 칭찬해 줬다. 훈훈한 저녁이다.
그런데 나는 안다. 딸에게 사생대회가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날이 된 것은 나와 딸 단 둘이 만든 것이 아닌 것을. 아침 일찍부터 가서 좋은 자리를 맡으신 원장님, 자기 아이뿐만이 아니라 아이 친구들에게도 친근하게 대해준 부모님들, 그리고 아이들이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준비해 주시고 아이들을 잘 돌봐주신 선생님들 덕분이란 것을 나는 안다. 이걸 우리 딸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그래도 어린이집에 도착했을 때 선생님들께 말씀드리더라.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