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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월드컵이 즐겁지만은 않은 이유]

오랫동안 승무원으로 일하며 오일머니로 부자가 된 사우디나, 두바이 등 국가들로 가는 수많은 비행에서  크게 두 가지의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선명하다.


첫 번째 충격은 그들이 자랑스럽게 홍보하는 사막 위에 이룬 기적이다. 그렇다 초고층 건물들과 호화롭게 장식된 여러 시설들 (규모를 가름하기 힘든 쇼핑몰과 사막도시에 세워진 스키장 등)의 광경을 접하면 그들이 가진 자본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인지 실감할 수밖에 없고 여기가 미래 어느 한 시점 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기도 했다.


두 번째 충격은 그 신기루 같은 도시 속에 가장 힘든 일들을 도맡아 하는 사람들이 처해있는 환경 때문이었다. 사막의 도시에도 쭉쭉 뻗은 도로가 있고 그 길가를 매일 뜨거운 태양 아래서 청소해야 하는 청소 노동자들이 있다.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변변한 복장도 갖춰 입지도 못하고 그렇게 이 신기루 위의 도시를 유지시키는 가장 극한의 현장에 수많은 가난한 노동자들이 있고 그들은 결코 그 부자 중동국가 국민들이 누리는 그 어떤 사치도 평안도 누리지 못한 채 어느 만화 속 미래 기계 도시 속 언제나 대체 가능한 하나의 기계 부품처럼 대우받으며 생활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공항에서 마주하는 각종 해외 고가 제품으로 치장한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부유한 중동국가 국민들과 달리 두바이 공항에 넘쳐나는 맨발의 낡은 옷을 걸치고 봇짐 같은 짐을 지고 이고 이동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이나 이란 등 주변의 가난한 나라에서 하루벌이 노동자로 입국하는 사람들의 행렬도 즐비하게 항상 넘쳐나는 모습이었다.


그 풍경이 나에게는 기이하고 모순적으로 느껴지는 순간들이었다.


그렇게 이 사막 위의 신기루 같은 도시 국가들은  수많은 가난한 국가의 노동자들의 노동을 갈아 넣으며 유지되고 있는 허망한 허상 일지도 모른다.


마치 두 개의 나누어진 계급 사회의 극단을 보여주는 모습들이 이들 중동 부자들을 언급하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가장 먼저 내 뇌리를 스쳐간다.


그래서 유독 이번 월드컵은 그냥 생각 없이 즐기는 오락거리로 대하기가 어렵다.


섭씨 40도가 넘는 카타르에서 월드컵 경기장을 지은 수많은 주변 빈국 출신의 노동자들이 받은 월급은 고작 200파운드(한화 32만 원)이었고 총 65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월드컵 경기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사망했다. 이들 노동자들 사망의 주요 원인은 극한의 열기에 제대로 된 휴식도 보장되지 못하고 제대로 된 안전 조치가 없어서였다. 바로 나쁜 노동환경이 그 이유였다.


교리에 따라 경직된 도덕을 강조함에도 불구하고 인권에 대한 의식은 부족하기 때문에 노예제를 정당화하는 이슬람 법학자들까지 있을 정도로 카타르의 노동자 인권은 열악하기로 유명하다.


1인당 국민 소득은 최고 수준이지만 이주 노동자들은 거의 노예나 다름없이 여름에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일하다가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여성과 성소수자 등에 대한 반인권적 폭력 또한 우려의 수준을 넘기고 있다.


이것이 이번 월드컵이 유독 유쾌하지 않은 개인적 이유이다. 그렇다고 월드컵을 즐기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여러 이면의 문제들에도 우리의 관심이 향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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