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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볼라벤 - 항공기 비상 상황

2012년 8월 말 북태평양에서 발생한 이 태풍은 애초 예상 진로였던 중국으로 서진으로의 예측과는 달리 한반도로 북서 진하게 되어 많은 재해와 사상자를 내며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이 태풍이 인천 공항이 위치하고 있는 한반도 서쪽 해역을 통해 통과한다는 예보와 약 오후 12시와 1시 사이에 인천 공항이 있는 영종도 근처로 진행되어 올 것이라는 기상청에 예보로 태풍이 지나가는 시간대를 피해 항공기 출발이 당일 출발시간 기준 11시 이전으로 모든 항공사의 비행편의 출발 시간을 하루 전날 바꾸게 되었다. 이로 인해 물론 전 승객에게 출발 변경 안내 연락이 갔고, 승무원들 또한 바뀐 항공기 출발 시간에 맞추어 비행시간을 앞당겨 출근을 해야 했다.


 


 그날 나와 우리 팀의 비행은 암스테르담행 비행이었는데, 출발시간을 3 시간 앞당겨, 오전 9시 50분에 출발하기로 되어 있었다.


 


 보통 승무원의 최소 휴식 시간을 위해 장거리 기준 (비행시간 8시간 이상을 장거리로 삼는다.) 12시간의 휴식이 보장되어야 하나, 그 전날 비행은 밤 10시에 끝나는 국내선이었다. 비상사태로 인해 최소 비행 후 휴식을 보장받지도 못하고 비행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었다.


 


 통상 승무원들은 항공기 출발 약 4시간 전 즈음에 회사에 출근해 비행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무슨 준비가 그렇게 필요하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으나, 한 국가에서 한 국가로 이동하는 비행기 안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준비에는 이 시간도 모 잘랄 때도 있을 정도로 승무원들은 출발 전부터 아주 분주히 움직여야 한다.



일단 각 노선별 즉 입항 국가별 요구하는 서류가 있다. 이는 검역과 관련된 서류, 세관과 관련된 서류, 승무원의 명단 및 여권번호, 생년월일, 여권 만료 일자 등 아주 세세하게 요구되는 사항이 있는 국가들이 많고, 또 해당 공항에 대한 충분한 정보도 승무원 개개인이 준비하고 알고 있어야 하며, 해당 국가 입국에 요청되는 승객들의 입국 서류 사항 또한 각 나라마다 요구 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하게 준비가 요청된다. 특히 모든 서류적인 정보는 기본적으로 객실 사무장이 주관하고,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객실 사무장은 보통 승무원보다 더 일찍 출근해서 각종 서류 준비를 해야 한다. 아울러 기내 서비스 과정이나 서비스 물품 등 이각각의 클래스 별로 다르고, 또 비행시간 때에 따라, 취항노선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모든 클래스별 서비스 정보 또한 객실 사무장이 총괄하게 되어 있으므로 정확한 정보를 사전에 가지고 비행에 임해야 한다.


 


또, 객실 승무원의 경우 매일 회사에 출근하는 것이 아니고, 고정된 근무지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매 비행 출발 전에서야 회사에 출근해서 대면 보고 할 사항이나, 회사의 주요 지침 사항 등을 전달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에 할애하는 시간 또한 비행 준비 시간에 크게 차지한다.


또 항공기 출발 약 3시간 전에 전달되는 사전 승객 정보에 따라, 휠체어를 이용하는 승객이 있는지, 어떤 병약 승객이 어느 클래스 좌석에 앉고 동반인이 있는지, 평범한 기내식이 아닌 종교적 혹은 개인 취향, 질병 등으로 특별식을 주문한 승객이 몇 명이며, 어떤 타입의 식 사이 고각각의 식사는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등 서비스 전반에 대한 세세한 특이사항도 미리 주지하고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현재 우리 항공사의 경우 팀제로 비행을 이루어 가기는 하지만, 전 팀원이 다 탑승하지는 못하고 약 80% 정도가 팀원이고 20% 정도가 타 팀원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며, 어떤 승무원이 어느 직책의 일을 맡을지 등도 승객의 특성과 수에 따라 사무장이 미리 예측하고 조정도 해야 한다.


이렇게 수많은 준비를 하고도 막상 현장 서비스에서는 얘기치 못 한문제가 발행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다시 그날의 아침 비행으로 돌아가 보자. 태풍을 피해 항공기를 결항시키지 않겠다는 계획하게 비행시간이 앞당겨진 상태에서 오전 9:20 승객 탑승이 시작되었으나, 출발 시각이 9:50까지 승객 두 사람이 탑승하지 않아 지상 직원들은 승객 추적에 정신이 없고, 나와 기장은 혹여 이륙할 때를 놓칠까 봐 조바심이 난다.


9:55 결국 두 명의 승객이 짐만 부치고, 비행 탑승을 포기하여, 이 수화물을 내려놓고 출발하기로 결정이 난다. 타지 않은 승객이 수하물을 놔두고 내리게 되면 만에라도 있을지 모르는 위험물(폭파물) 일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하기 후 비행을 해야 한다. 그러나, 기내로 가지고 휴대 수화물은 그 자리에 있으니 찾기 쉬우나, 짐칸에 부친 짐은 짐들이 많으며, 쉽게 찾기가 어렵다. 그 이유는 먼저 수속한 분들 짐부터 탑재되어있어, 그 짐의 정확한 위치를 아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 작업이 10시 25분에서에 최종적으로 항공기 door를 닫는다. 항공기 door 닫는다는 것은 비행 준비가 완전 완료되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기장으로부터 기상 악화로 출발을 지연하라는 관제 통제 센터의 연락이 왔으며, 정확한 대기 시간을 알 수 없다 한다.


보통 항공기가 지연 출도착 하는 것을 항공사의 문제로 아는 경우가 있는데, 항공기는 공항 관제사의 지시에 따라 공항 혼잡도, 기후 등의 고려에 따라 지시를 받고 움직이게 된다. 우리 항공기만 빨리 해 달라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인 것인다.


 


우선 기내 방송으로 객실 사무장인 내가 지연 안내 방송을 한다. 이는 객실 사무장의 책임에 있는 일이다. 아울러 각 클래스별 선임승무원을 불러서, 헤드폰 서비스와 음료 및 땅콩 서비스를 먼저 실시하라 지시한다. 이는 장 시간 대기로 이어질 것을 대비해 승객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이다.


이후 11:50까지 항공기는 더 출발을 못하고 있다. 기내에서 항공기가 강풍에 좌우로 흔들리 것이 느껴질 정도다. 아침 일찍 집에서 출발한 탓인지 스낵을 요구하는 승객이 다수다. 서서히 강한 어조로 불만을 토로하는 승객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일단 회사 본부 통제 센터에 스낵 지원이 가능한지 연락한다. 일단 가능한지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 한다. 이후 연락이 왔다. 현재 지원 요청이 너무 많아 한 시간 정도 기다려야 할 듯하다 한다.


배고픔을 느끼기 시작하면 승객들은 금세 다른 불만까지 제기하며 승무원들을 호출하게 될 것이다. 이때는 팀장의 판단이 중요하다. 일단 장거리 서비스 중간 스낵 서비스로 있는 스낵들과 음료를 먼저 서비스하라 지시한다.


부팀장이 황급히 달려와서는 사무장님 그러다 지원 못 받으면, 이륙에는 스낵 때문에 또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하고 의견을 개진해온다. 그러나, 지금 서비스를 하는 게 맞다 생각 들어 일단 밀어붙인다. 나머지 상황을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한마디에 부팀장도 꼬리를 내린다.


12:08 갑자기 이코노미 좌석에 앉아 있던 4명의 가족이 태풍 부는 게 예사롭지 않고, 가족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안 가는 게 낫겠다고 해서 자기 가족들을 하기 시켜 달라고 한다.


이에 기장에게 동건을 보고하고, 통제 센터와 상의를 한다. 통제 센터에서는 약 5분 후 이륙이 가능한 상태이니, 승객들을 설득시켜 보라 한다. 이 시점을 놓치면, 이륙 순서가 뒤로 밀리게 되어 더 지연될 수 있다 한다.


 


이렇때는 객실 사무장이 나서야 한다. 두 자녀를 동반한 40대 후반 부부에게 다가가서 자세히 상황을 전달한다. 그러나, 남들 위해 내가 못 내리는 게 말이 되냐며, 거여 코 내리겠다 하신다. 할 수 없이 다시 지상 통제센터 및 기장과 협의를 하고, 동 승객들은 하기하기로 한다.  


13:00 일단 승객 하기를 위해 연결통로를 항공기에 부쳐야 하는데 태풍으로 강풍이 불어 도저히 연결 통로를 부치기가 힘들다 한다. 창밖으로 봐도 연결 통로가 우리 비행기만큼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13:20 겨우 연결 통로가 연결 통로가 연결되고, 승객들의 하기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직원이 door를 닫을 수 없단다. 짐칸에 부친 짐을 찾는데 바람이 너무 세서 짐칸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짐칸의 문이 열였으나, 이번에는 짐을 찾는데 또 15분의 시간이 걸린다.


13:50 door를 닫는다. 그러나, 이미 우리 비행기의 출발 순서가 뒤로 밀려났고, 태풍은 더 그 위세가 커지고 있어, 기상은 악화 일로에 있다. 몇몇 승객이 사무장을 호출한다. 아는 사람이 10시 50분에 이미 이륙했다는데, 이 비행기는 왜 이러고 있냐, 모든 과정을 설명해라, 이해 못 하겠으니, 보상책을 내놓으라 등 거의 대동소이한 성격의 불만을 계속해서 제기한다.


이에 이미 점심시간이 지나가,  배고픔을 호소하는 승객이 다수고 현장 승무원들도 승객들의 불만에 여기저기 불려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이 상태로는 안될 것 같아 지상 통제 센터와 기장을 통해 대기 예정 시간을 재차 논의한다. 결국 2시간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다. 객실 사무장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먼저 식사 준비를 해서 지상에서 가능한 한 빨리 서비스하기로 한다.


승무원의 움직임은 더 분주해진다. 여기저기서 울리는 콜 버턴에 응대도 해야 하고, 식사 준비도 해야 한다.


 식사 서비스를 시작하여 14:20 식사 서비스를 종료한다. 휴우 하고 잠시 숨 좀 돌리려고 하니 이번에는 기장이 문제다.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 근무 시간이 초과되니 현재 기장들은 하기하고, 새로운 기장으로 대체하여 비행을 하여야 한단다.


비행기의 안전 운행을 위해 당연한 조치이나, 그래도 이날은 원망스럽다.


결국  기장들의 교체가 이루어지고 항공기는 15:24에 활주로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물론 객실 승무원들도 근무 시간에 대한 규정이 있으나, 예외 규정이라는 것이 있어 기장들처럼 엄격하게 지켜지지 않는다. 또 그만한 대체 인력이 있지도 않고, 힘든 팀원들은 사무장이 다독이며, 같이 해야 할 몫으로 남는다.


 


16:15 그나마 다행으로 항공기가 활주로 앞까지 이동했고 이제 순간 풍속이 기준에 맞는 순간만 오면 이륙이다. 약 10분간 풍속의 변화를 기다리며 이륙 대기 중인데, 갑자기 비즈니스에 앉아 계시던 손님 한분이 사무장이 이륙 준비를 위해 앉아 있는 첫 번째 출입구 앞으로 걸어오시더니, 다자 고자 자신은 내리겠으니, 되돌아 가 달라는 것이다. 승객의 말은 갑자기 식구들한테 전화가 와서 이런 날 무슨 항공기를 타냐며, 빨리 하기하라고 했다는 거였다.


 


승객에게 다시 자세히 설명을 한다. 현재 활주로 입구에 있어 돌아가기 힘들며, 순간 풍속만 나아지면 곧 출발할 수 있으니, 생각을 바꿔 주십시오 하고 말이다. 더 이상 지연을 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어서 더 간절히 애원했다. 이에 승객은 갑자기 고성을 치며, 격하게 하기를 주장한다. 이때 기장으로부터 연락이 온다. 비행기 이륙하기 위해 활주로로 들어선다는 것이다.


 승객에게는 상황을 알리고, 모든 잘못은 본인에게 있으니, 책임지겠다고 하고, 이륙 준비를 위해 좌석으로 돌아가 달라 요청한다.


 


16:45 항공기 활주로 내로 진입했으나, 다시 강풍으로 이륙을 대기한다는 기자의 연락이 온다. 하기를 원했던 승객은 이제 더 큰 소리로 욕설을 하신다. 그래도 어쩔 도리가 없다. 지금은 하기 자체가 불가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저 제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그 욕설을 다 듣고 있는 수밖에는


 


17:25 드디어 이륙 싸인이 울리고, 항공기는 이륙하기 위한 속도를 올린다.


17:28 무사히 이륙이 이루어진다. 하느님께 동료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이륙 후 정상 고도로 진입하자마자, 이륙 전 하기 요청 승객을 먼저 찾아간다. 승객은 이제 화가 많이 누그러지신 상태이다. 아까는 내가 갑자기 너무 흥분했네요. 사무장 맘 푸시오.


아닙니다. 저희 가드 릴 말씀이 없습니다. 하고 응대하고 이제 전 클래스 승객들을 대상으로 개별 사과를 실시한다.


 출발 지연에 대한 보상책을 요구하는 승객 과다음 연결 편이 현지에서 있는데 어떻게 조정해 줄지를 묻는 두 부류의 승객들이 약 70여 명 있으나, 나무지 승객들은 승무원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먼저 하신다.


 


  승무원 전원을 소집한다. 우선 정확한 정보는 도착 한 시간 전에 받을 수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 응대하라 이른다. 그리고 도착 전 정보를 받으면, 각 클래스 별로 연결 편이 대체가 가능한 승객과 연결 편이 없어서 다른 교통편으로 이동할 수 있는 승객 또 아예 오늘은 다른 교통편이 없어서 숙박을 제공해야 하는 승객으로 나누어질 것이고, 이는 제공되는 정보에 따라 사무장의 방송이 있을 것이나, 대부분의 승객이 방송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니 각 클래스의 zone 담당 승무원들의 개별 안내가 있어야 한다라는 내용으로 사전 교육을 한다.


 


  도착 전까지 이미 피곤에 지친 승무원들을 좀 쉬게 해야 한다. 식사도 거르고 아침부터 나와서, 이런저런 질문과 불만에 지친 승무원들이기 때문이다.


 


 마침내 항공기는 암스 테르담 상공에 다다르고, 기장으로부터 연결 편 안내 승객에 대한 정보를 전달받는다. 사전 교육대로 승객들에 대한 개별 안내가 이루어지고, 방송도 뒤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차 삼차 여러 승무원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는 승객으로 인해 도착 전 승무원들의 work load는 더 가중된다.


 


  드디어 항공기가 착륙한다. 보통의 항공기의 착륙에는 느긋한 마음으로 게이트에 들어가기까지 기다리게 되나, 이런 지연 사태가 발생되면, 조금이라도 빨리 게이트로 항공기가 들어가 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급해진다. 흡사 결승점을 눈앞에 보고 마지막 레이스를 하는 육상선수 같은 마음이라고 할까. 다행히 항공기는 게이트로 접안하고, 승객들의 하기가 이루어지고, 지상직원들도 미리 지연 출발로 연결 편에 문제가 생긴 승객들 안내로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마지막 승객 하기 후 항공기 기내 재 점검과 면세품 등의 인수인계를 마치고 정말 한여름 햇살에 늘어진 고무 같은 몸을 이끌고 호텔로 향한다. 이곳 호텔은 호텔 청사 건물 내에 있는 호텔이라 천근만근인 몸으로 캐리어를 끌고 호텔에 다다른다.


으크 근데 호텔에서는 이미 연결 편이 없는 승객들이 우리와 같은 호텔에 머무르기 위해 와 있고, 이로 인해 승무원들의 체크인을 약 한 시간 더 뒤로 미루어진다. 힘들고 지친 하루의 결정타다. 정말 피곤해서 다들 어디에라도 앉고 싶은데 작은 호텔이라 앉아서 쉴 곳도 마땅하지 않다.


 


  이렇게 태풍 볼라벤은 내 평생에 잊을 수 있는 태풍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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