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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과 와인 오프너

96 항공사에 입사하고 두달간의 신입 승무원 교육을 받는 동안 교육 2주차 교육에 남대문 국제시장에 가서 비행에 필요한 물품 사서와서 검사 받기가 있었다. 당시 소위 유행좀 안다는 사람들은 한국에 수입되지 않는 화장품을 비롯한 비누, 통조림 제품등을 주로 남대문 시장에서 구입하던 시절이었다. 남대문 시장에서 구입해야  물건은  팔이 달린 와인 오픈너와 독일제 톱니날 과일 깍는  이었다.

회사에 입사했는데 비행에서  물건을 스스로 구입해야 하는 것이 의아해서 서비스 교육을 담당하는 강사에게 질문을 했다. “비행에 필요한 물품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아닌가요하고, 강사는 적잖이 당황한 표정이었다. “나중에 비행을  보시면  지금 말씀 드리는 물품들을 스스로 구입해야 하는지 아실거예요. , 교육 중반에 있을 와인 서비스 교육때도 필요하실겁니다. 다음주 월요일에 검사 할테니  그때까지 구입해 두세요.”한다.

토요일 오전까지 교육이 이어졌던 관계로 토요일 수업을 마치고, 남녀 동기들중 같은 지역 및 학교 출신 네다섯이 모여서 남대문 시장을 갔다. 서울 지리에 밝지않는 지방 출신들이라 물어물어 소위 말하는 깡통시장을 찾아갔다. 남대문은 당시에는 불야성을 밝히던 핫한 곳이라 낮이고 밤이고 쇼핑하는 사람들이 미어터졌다. 아마 남대문 중간쯤에 있는 어느 수입상가 지하였던 것같다.

정장차림에 24 가르마와 쪽진 머리를 하고 항공사 마크가 찍힌 가방을  같이 들고 있는 우리 일행을 보자  아주머니 한분이 대한항공 승무원이신가 보네 하신다. 우리뿐 아니라 모든 승무원들이 이곳을 거쳐 갔으리라 짐작이 되었다. “일루 와요. 독일산 칼하고 독일제 와인오프너 있어요. 그리고 크루백(승무원가방) 카트도 있는데...”하신다. 아주머니가 독일 기셀 GIESSER사의 톱니과도다. 칼날이 톱니바퀴 모양이고 색깔은 빨간색, 검정색 두가지가 있다. 내가 검정색을 집어들자 “ 그건 일반 가정에서 많이 쓰고, 승무원들은 빨간색 사가 총각” “ 왜요?” “아직 신입이라  많이 모르는 구나, 승무원들은 기내가 어둡고 크루백 검정색이라 찾기 쉬우라고 빨간색 손잡이를 사서 , 내가  시장에서 20년넘게 승무원들 봐왔어, 불과 육칠년전만해도 시바스리갈이며 오르랑 크림이나 랑콤 딱분까지 승무원들이 해외에서 가져와서 여기서 도매로 팔고했어. 00이라고 지금 고참 사무장인데 진짜 친했는데 안본지  됐네하신다.

 이전 시절에 해외에서 들여다 오는 물건들이 귀하던 시절에 이곳 남대문 깡통시장에 선배 승무원들이 술이며 담배, 화장품, 비누등을 사서와서 되팔던 때가 있었다. 나중에 비행을 하며 당시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시절 수준으로는 일반 노동자의 두세배에 달하는 월급에  비행에서 가져온 외국 물건들 판매로 강남에 집이나 건물하나등이 없는 선배가 없었다. 물론 내가 입사한 시절에는 가당치도 않는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그렇게 과도와 두날개가 있는 와인오프너를 구매했다.

식사 서비스 교육을 받는 동안 회사 기물(서비스용 용품) 실습 시간에 보니  담당 강사분이 두가지를  사서 오라고 했는지를 알수 있었다. 일단 와인은 코르크 마개를 얇은 알미늄 커버로 ,으로 감싸고 있는데 이것을 벗겨내고나서 와인오프너의 스큐루  돌려서 와인 코르크를 뽑아내어야 한다. 그런데 회사에서 제공하는 와인 오프너가 스큐루와 칼날이 붙어있는 제일 저렴한 형태의 것이었다.  비행에 2-30병의 와인을 따야하고 시간의 촉박함이 있는데  칼날이 둔탁한  오프너로는  캡을 자르기도 어렵고 이코너미 제공 와인은 코르크가 좋지 않아 중간에 부서지거나 코르크 조직이 느슨한 것이 많아 제대로 구멍을 내고 고정된 상태가 되기 어려웠고  입구에 모양도 병마다 차이가 커서 입술이 얇은 병은 아예 고정을 시킬수도 없었다. 이런 도구로는 한병을 따기도 쉽지않았다.

비행을 시작하고 보니  독일제 칼과 오프너는  몫을 톡톡히  주었다. 독일제 칼로 일단 당일 승객수에 따라 몇병의 와인을 따야할지 대략의 숫자가 나오면 식사를 준비하며 와인병 커버를 중간 부위를 미리 톱니 칼로 잘르고 톱니날을 잘라낸 틈에 넣어 위로 밀어 올리면 쉽게 코르크 커버가 제거된다. 그리고 살짝 병을 20-30 기울여 스크류바를 돌려 넣고 오프너의 양쪽 날개가 완전이 하늘을 향해 만세를 하면 날개를 접어 코르크가 병에서 빠져나온다.

그저 그때는 당연히 와인오프너는 내가 회사에서 일하려면  내가 다치지 않고, 와인 서비스가 오픈하는 시간 때문에 늦어졌다는 질책을 피하려면 알아서  자비를 털어서라도 준비하는 것이 맞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고 잘못된 일이었다. 우리 사회가 대하는 노동의 방식에 의해 나도 스스로 자발적 복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윤을 위해 노동이 필요한 고용주는 마땅히 그에 맞는 환경과 대우를 제공해야 한다.

땅콩회항이라는 기업과 기업 소유 재벌의 만행을 겪고 보니, 이미 ‘땅콩회항 수없이 일어날  밖에 없는 환경이  기업 안에 있어왔다는 것을 깨달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독일제 칼을 소중히 사용하고 있다. 물론 날개 없는 오프너도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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