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촌 108 계단 위 카페

by 류하

영하 날씨에 26도로 맞춰진 실내 온기가 나에게 제일 먼저 인사했다.


인기 자리는 당연히 해방촌을 내려다볼 수 있는 창가 자리. 단 두 자리뿐이라 타이밍이 좋아야 한다.

그만큼 생각보다 작은 공간이었고, 기대면 들썩이고 바람의 노크에도 어쩌라는 듯이 내버려두는 무심한 창문.

그 창문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빛은 인기 자리를 넘어 나머지 자리들 까지도 배려해 들어와 준다.

따뜻한 공기 속, 창문 틈으로 새어 나오는 찬 공기는 에어컨 틀어 놓고 따뜻한 이불을 덮고 있는 황홀한 기분이 들게 한다.

겨울 저녁 다섯 시면 그 인자한 햇빛과 아침-낮 동안 열심히 일 한 해가 퇴근하는 모습도 그나마 가깝게 볼 수 있다.


나는 요즘 토요일마다 서울 이곳저곳 혼자 지하철을 타고, 한 정거장 정도는 두 발로, 두 눈으로, 두 콧구멍으로 겨울 냄새를 맡으며 일상에서 잠시 해방 중이다.

그중 꼭 들어가는 코스가 있다. 바로 독립 서점과 조용하고 혼자가도 아무렇지 않을 것 같은 편안함을 주는 그런 카페다.

그 두 개만 가도 시간은 참 잘 간다. 그 정도면 지하철을 타고 지루하게 이동한 시간이 아깝지 않게 느껴진다. 충분하다. 이 해방감. 이 자유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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