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
어김없이 찾아온 나만의 토요일 서울 나들이가 시작됐다
오늘은 성수동 전시회를 갔다.
예전에는 전시회 하면 그림이나 사진이 하얀 벽에 정갈하게 걸린 것을 구경하는 것이 먼저 떠올랐는데 이제는 시각 청각을 더 나아가 촉각까지 느끼고 감상할 수 있는 나를 온전히 느끼고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전시회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신발 없이 내 발로 모레를 느끼고 묻지 않는 진흙을 느끼고 출렁이는 물을 느꼈다.
처음엔 아주 어두운 동굴부터 시작이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의 어두움이었다. 오른손 감각에만 의지해 길을 찾아 들어가면 작은 불빛들을 마주 할 수 있다.
어두운 동굴 속 끝에 있는 불빛이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시각은 차단되었지만 마음은 고요하다.
다음은 출렁이는 물바닥 위에 서있는 나.
천장에 달려있는 억새보이는 짚들의 색 덕분에 따뜻한 분위기도 함께했다.
무엇이 그것들을 그렇게 억세게 만들었을까
그 공간을 지나면 정말 부드러운 갈대를 만날 수 있다.
노을의 빛을 받은 듯 강력한 불빛에 빛나는 갈대는 아무도 없는 갈색 초원에 와있는 기분이 들게 했다.
우거진 넝쿨로 둘러싸인 초록색 계단을 올라가면 루프탑으로 나갈 수 있었다.
서울 하늘과 건물들을 흘깃 보며 바람에 방향에 따라 꽤 규칙적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거울 속에 나를 보기 위해서는 기다림이 필요했다.
마지막, 중심 잡을 수 없는 조약돌이 깔려잇는 곳으로 도달했다. 진짜 새가 지저귀고 있었다.
우리나라가 아닌 산속 깊은 숲 속에 와있는 것 같았다.
어렸을 때 키우던 사랑앵무새가 생각났다.
알을 낳고 고요함을 남기고 떠났던 사랑앵무새
어려서 더 잘해주지 못했던 것이 생각난다.
혼자 느끼기 너무 아까웠던 경험을 공유합니다.
때론 일상 속에서 느끼지 못하고 인식하지 못해 지나쳐 버린 감각들을 깨워주는 자극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인식해야 느껴지고 보이는 것이 있으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