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우산과 함께하는 한 시간 삼십 분
비 오는 날 비포장 도로를 넘어 흙길인 곳을 걷는다.
옆에는 천이 흐르고 토토로가 나올 것 같은 안갯속을 걷는다.
긴 바지 밑단이 서서히 차가운 빗물의 적셔지고 모래들이 그 위를 타고 올랐다.
같이 집에 가자는 모래들이 반갑지는 않았지만 신경 쓰지 않기로 한다.
차만 간신히 다니는 좁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은 나 혼자뿐이다.
비가 세차게 내렸다가 부슬부슬 왔다가 변덕이다.
세차게 내릴 때는 빗소리가 좋았으며, 빗줄기가 줄어들면 우산에 의지하는 나를 돕는 것 같다.
작은 우산에 의지한 나는 긴 머리칼 끝도, 옷자락도 서서히 물에 스며들어간다.
비바람 앞에서는 한 없이 작은 인간이라는 생명체에 불과했다.
그래도 정수리 하나 지킬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걷고 또 걷는다.
큰 건물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보이고 지도 없이 집을 찾아갈 수 있게 된다.
택시 타면 그만인 거리를 미련하게 비와 함께 걸었지만 가끔은 그런 고요함이 필요한 것 같다.
걸어서만이 볼 수 있는 것들을 느끼며 앞으로 나아간다.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의 뿌듯함은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