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13호를 타고 불량 식품의 세계로
학교가 끝난 후 여느 때처럼 피아노 학원에 가려던 나에게 같은 반 친구 두 명이 다가왔다. 그때 내 나이 아홉 살이었다.
"불량식품 사러 같이 갈래?"
이미 불량식품의 신세계를 맛본 친구들은 내 손을 잡고 문방구로 향했다. 얼떨결에 문방구에 가게 된 나는 주머니에 있던 동전을 만지작거리며 불량식품 코너를 두리번거렸다. 200원으로 먹을 만한 가격 대비 아주 괜찮은 불량식품이 뭐가 있으려나. 순간 나의 시선에 무지개 색깔의 막대기들이 들어왔다. 바로 아폴로였다.
비상금이었던 200원과 맞바꾼 아폴로는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안내해 주었다. 새콤달콤한 맛과 더불어 이렇게나 먹는 방법이 재미있는 과자는 처음이었다. 쪽 빨아먹기도 하고 한 입에 털어 넣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친구들과 함께 아폴로를 검지 사이에 끼워 넣어 아빠처럼 담배를 펴는 자세를 취해보기도 했다. 간식이라곤 할머니가 챙겨 주시던 뻥튀기와 유과가 전부였던 아홉 살 아이의 인생에 아폴로는 강렬한 발자국을 남겼다.
아폴로는 양이 많아 보여도 한 자리에서 금방 먹을 수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아폴로를 먹다 보면 벌써 빈 봉지만 남아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그러면 속으로 '내가 언제 이렇게 많이 먹었지?'라며 새삼 놀라곤 했다. 한창 불량식품을 입에 달고 살던 열두 살 때는 아폴로를 상비약처럼 항상 가방 안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나는 수학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마다 고뇌에 빠진 표정으로 가방에서 아폴로를 꺼내 먹었다.
거의 2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아폴로는 아직도 집 근처 편의점과 세계 과자점을 통해 90년 대생들의 추억을 자극하고 있다. 아폴로를 보면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마구 떠오른다. 추억의 절반은 맛이라고 했다. 우리는 모두 어떠한 맛의 기억을 가지고 있을까? 친구들과 아폴로를 먹으면서 놀이터에서 몇 시간 동안 수다를 떨었던 그때 그 시절, 내일은 무슨 불량식품을 사 먹을지 고민하던 그때 그 시절. 나는 아폴로 13호를 타고 불량식품의 세계로 들어갈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