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r Jan 09. 2022

연필2

연필로 쓴다는 것

연필로 쓴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연필로 적기에는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머리로는 문장을 벌써 완성했는데 손은 느리게  글자  글자 적어갑니다. 노트북의 자판은 빠르고 정확해서 깜박이는 커서를 보고 잠시 생각에 잠길 때가 많았습니다만 연필은 삐뚠 글자들과 적는 동안에 떠올렸던 문장들을 잊지 않게 붙잡고 기다려야 합니다.


 한 번 적히면 흔적을 남겨 고민하게 되는 그 속성을 생각해 봅니다. 지우기 버튼 한 번이면 흔적도 없이 지워지는 자판과 달리 연필은 지워도 꼭 흔적이 남아서, 적기 전에 먼저 무엇을 쓸까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편지를 쓸 때 더욱이 그렇습니다. 그래도 볼펜과 달리 지우개라는 기회가 있는 것이 연필의 친절함입니다.


 마지막으로 연필의 움직임과 그 감촉도 생각해 봅니다. 연필로 쓰는 것에는 소리가 있습니다. 사각사각 소리와 함께 떨림도 가지고 있습니다. 기계의 쓰기는 딱딱 떨어진다면 연필의 쓰기는 부드럽게 이어지는 떨림이 있습니다. 백지를 지나며 사각사각 소리와 함께 떨림도 가지고 있습니다. 기계의 쓰기는 딱딱 떨어진다면 연필의 쓰기는 부드럽게 이어지는 떨림이 있습니다. 백지를 지나며 연필이 내는 사각사각 소리와 미세하기 떨리는 쓰기의 감각을 느낍니다.


글씨를 보고 사각거림을 듣고 쓰기의 촉각을 느끼니. 매캐한 흑심과 정겨운 나무 냄새까지. 눈과 코와 귀와 손. 가장 생생한 글쓰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인쇄물에 비하면 삐뚤고 두서없는 서툰 글쓰기 기도 합니다만 아이들의 삐뚤빼뚤한 편지가 마음을 울리는 것처럼 형식과 모양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서툰 것이 마음을 더 잘 전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연필로 적어보는 것은 어떠신가요. 쓰다 보면 곧 불편해서 볼펜을 찾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잡아본 연필의 감촉은 분명 익숙하고 정겨울 거예요. 어딘가 모자라지만 정겨운 것들을 자주 찾아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고요. 제 글도 꼭 그렇거든요. 지금도 글을 처음 배우는 아이들은 모두 연필을 사용합니다. 편한 것들 속에서 아직까지 쓰이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생각만으로도 정겨운 연필.


잠시 연필로 쓴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밝은 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