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저마다 증거를 갖는다. 싹이 돋아날 무렵은 봄이겠고. 바다가 시원하게 느껴질 때 즈음이 여름이다. 나뭇잎을 낙엽이라고 부르는 것이 가을이고 첫 겨울 냄새와 하얀 눈이 내리면 겨울이 온다. 거기에 겨울은 입김, 현관을 나서며 후- 불고 입김이 나면 진짜 겨울이구나 생각하곤 했다.
고구마를 먹다가 뜨거웠는지 입김이 났다. 괜히 더 후 불어보며 천천히 먹었다. 모두. 하얀 마크스를 쓰고 입김이 사라진 지 2년째다. 한 겨울에도 길가의 사람들에게 입김이 없는 모습이 꼭 지우개로 지워놓은 것 같다. 유독 빨개진 코끝과 빨갛게 된 두 볼. 종종거리며 호호 입김을 불어 두 손을 비비며 버스를 기다리던 모습. 이제 우리의 손은 주머니만 겨우 의지한다.
내 안에서 후 - 하고 끄집어 낸 입김이 따듯하다. 차가웠던 공기도 들이마시고 후- 내시면 데워져 따듯한 숨이 된다. 내 안에서 나오는 것이 따듯하다. 나의 안은 따듯하다. 이것이 나도 당신도 따듯한 사람이라는 증거가 된다.
이번 겨울은 마스크 속에서 내쉬었던 숨을 고스란히 마시며 숨을 아꼈다. 속 안에 따듯한 것이 고였을지도 모르겠다. 기대를 갖는다 이 따듯함으로 우리는 무엇을 데울까. 올겨울은 봄을 재촉하고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