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드립니다!
이번주 벌어진 일중에 가장 놀랐던 일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일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어렴풋이 기억나는 장면 중에 하나는, 매해 기자들이 한 시인의 집 앞에서 진을 치는 모습이었다. 노벨문학상 발표일은 매해 어스름한 저녁이었고. 매해 조금은 어쩔 수 없이 실망한 채로 다른 나라 수상자들의 이름을 더듬더듬 읽어야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작가의 수상이라니. 그것도 한강 작가님의 수상이라니. 인정할 수밖에 없고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는 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한강 작가님의 글을 너무 좋아한다. 하지만 책을 읽는 마음은 조금 힘든 게 사실이다.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력한 시적 산문'이라는 노벨상문학상 수상의 이유처럼, 폭력적 현실을 비껴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책장을 덮고 나서도 미치는 강력한 여운. "그 책은 좀 이상했어.", "그 책은 조금 독특해. 이해하기 힘들었어."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지?
개인적으로 한강 작가의 책 중에 '흰'을 재밌게 읽었다. '채식주의자'는 조금 독특하다는 소감이었고, '소년이 온다'는 그저 너무 슬펐다. 슬프지 않고 담담하게 쓰였지만 역사적 사실 자체가 너무 슬펐다. 반면 '흰'은 '흰 것'이 가진 이미지를 다양하게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고, 그녀가 가진 풍부하고 다양한 시적 표현들이 아름다웠다.
그러고 보니, '작별하지 않는다'는 가장 최근에 읽었는데 사실 기억이 희미하다. 제주 4.3 사건을 기반으로 했다는 것은 기억이 나는데. 그 전후로 많은 책들을 읽어서 그런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하며 개인적으로는 '디 에센셜 한강'과 '희랍어 시간' 두 권의 책을 추가 구매했고, 운이 좋게 재판되기 전의 재고를 구매하여 현재도 집에 있긴 한데, 일단은 '작별하지 않는다'를 재독해야 할 것 같다.
한강 작가님 외에도 우리나라에 너무 훌륭한 작가님들이 많지만, 한강 작가님,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대단하시고 축하드립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계기로 다시 독서붐이 일어 책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시간들이 많아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