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여의 병원생활을 하다 보니 너무 지겨워서 의사 선생님께 사정하다시피 하여 퇴원을 했다.
(대학병원이 아니고서야 원래 발목골절은 2주 정도는 입원하는 것이 보통인 것 같다.)
입원하고 바로 다음날 수술을 했고 고통이 극에 달했으니 병원생활이 만족스러울 틈도 없었지만,
어쨌든 입원하면 아예 회사일에 신경 안 써도 되니 편하기도 했었는데,
그 편함보다는 병원생활의 갑갑함이 커서 퇴원을 결정하게 되었다.
또한 나는 한 아이의 엄마. 내가 입원한 동안 남편이 잘 챙겨주었지만
그래도 아이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서 아이와 남편과 함께 같이 생활하고 같이 자고 싶었다.
병원은 새벽 5시부터 간호사들이 돌아다니고, 필요한 검사를 하고,
7시가 조금 넘으면 아침밥이 나오는 부지런한 루틴으로 움직이다 보니
늘 병원에서는 통잠을 자지 못했던 점도 한몫했다.
금요일날 퇴원하자마자 느꼈다.
퇴원하길 정말 잘했구나.
똑같이 폰으로 유튜브를 보고, 패드로 이북을 읽더라도 집이니까 일단 마음이 편했다.
그리고 좁은 병상에서 이리저리 움직이지 않아도 되니
침대에 있든, 소파에 있든 조금은 몸이 자유로운 느낌이었다.
물론 발목 골절로 인해서 걸을 수가 없어서
화장실 갈 때도, 밥을 먹을 때도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꼼짝할 수 없는 처지였지만
그래도 일단 집에 와서 마음이 편하니 모든 것이 괜찮은 것 같았다.
주말에는 시어머니가 내려오셔서 도와주셨다.
남편은 직업 특성상 주말에도 일해야 하기 때문에
주말에 와주신 시어머니 덕이 컸다.
남편이 없을 때는 머리도 감겨주시고, 며느리 밥도 차려주시고...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지금 도와주신 시어머니의 은혜는 잊지 말자.
엄마가 마음껏 움직이지 못하다 보니 아이도 어쩌다 철이 든 것 같다(?)
일단 아이가 엄마가 발목을 다쳐서 휠체어로 이동하자,
엄마가 평생 휠체어를 타야 하냐고 물었고,
그건 아니라고 하니까 일단 안도했다.
그리고 발목골절 환자들은 붓기 관리를 통해
늘 심장보다 발을 높게 올리는 거상을 하고, 상처부위가 덧나지 않게 하면서도 붓기 관리를 하기 위해
얼음찜질을 하는데, 얼음찜질팩도 알아서 척척 갈아준다.
우리 딸 많이 컸네!
그래도 붕대가 칭칭 감겨 있는 엄마의 발이 창피하긴 한지,
자기 동선에는 왔다 갔다 하지 말란다.
그럼 그럼. 어차피 엄마 움직이지도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