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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으로의초대 Sep 13. 2022

아무리 남의 편이라 해도 알고 보면 내 편이었군

남편과의 에피소드

연휴가 끝났고, 오랜만에 출근을 했다.

출근을 하면 훨씬 나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회사에도 빌런이 있음을 잊고 살았다.

연휴가 끝나고 첫 출근 날 아침부터 밀어닥치는 회의와 결정사항, 의견을 내라는 압박들 덕분에 정신없이 오전이 지나갔다.


그리고 밥을 거르고 여자휴게실에 누워있는데, 문득 억울한 거다.

이대로 시간을 보낼 순 없다는 생각이 들어 지갑을 챙기고 가방을 메고 나섰다.

버스를 타고, 회사에서 가장 가까운 서울역 롯데 아울렛에 들렀다.

마침 얼마 전에 상품권 선물 받은 것도 있어서 잽싸게 상품권부터 바꾸고 나서 한 바퀴 2층 여성복 매장을 돌기 시작했다.

클럽모나코 매장에 갔더니, 찾던 조거 팬츠가 없단다. (사이트의 매장 재고와 실 매장 재고가 상이할 수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sjsj 매장에 갔더니, 다른 손님 응대하느라 매니저님이 바쁘다.

그래서 결국 system 매장에 갔고, 나는 키가 작아서 시스템에서 잘 구매하진 않는 편인데 마침 맘에 드는 팬츠를 만났고, 또 내가 좋아하는 라벤더 색의 맨투맨이 핏도 맘에 들어서 함께 구매하게 되었다.

친절한 매니저님 덕분에 바쁜 시간 안에 기분 좋은 구매를 할 수 있었네.


그렇게 오전이 지나가나 했는데...




오후에 또 다른 빌런이 등장했다.

어찌 보면 아무것도 아닌 요구사항일 수 있지만, 자신의 업무를 동료에게 떠넘기는 행위를 당하고 말았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면 누가 알 수도 있을까 봐 조심스럽다.

아무것도 아닌 부탁일 수 있지만, 보고하는 사람이 바뀌게 될 수도 있는 부탁이다.

나는 꼼꼼한 성격인지라 내가 주필이나 주 보고자가 되면 사전에 준비를 엄청 하는 편이다.)


이게 '얄밉다'는 것이, 이게 '잘못된 것인가?' 아니면 '응당 동료라면 할 수도 있는 요구인가?, 내가 예민한가?' 그 선을 기가 막히게 아슬아슬하게 탄다.

근데 이런 이들이 한두 번도 아니고 자꾸 반복되니까, 아무리 사적으로 좋은 사람이라도 지친다.




그래서 오후 내내 열받은 상태로 꾸역꾸역 참고 회사생활을 보내다가, 집 앞에 와 버스에서 내렸는데 문득 이대로 집에 가는 게 억울하다.

집 앞 카페는 주인장 맘대로 여는 카페인데, 오늘 마침 주인장이 열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지 카페 문이 열렸기에 들어갔다. 어젯밤 7시 넘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원샷하느라 거의 새벽 2시까지 뜬눈으로 잠을 자지 못해서 오늘은 커피를 마시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에이드를 주문한다.



에이드를 쪽쪽 빨며 집에 오니, 남편이 있다.

보통 남편에게 미주알고주알 얘기를 하는 편은 아닌데, 나도 모르게 오늘 오후에 직장 동료가 얄미운 썰을 푼다.

도대체 내가 이런 일을 당했는데 내 판단에는 이런데 이게 도대체 진짜 얄미운 건지 내 심사가 꼬인 건 줄을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며.


우리 남편은 꽤나 직설적인 성격이라 (남들에겐 어쩌면 약간 공격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허심탄회"하게 그 동료와 이야기해보라 한다.

"나는 네가 이러이러해서 나한테 한 부탁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이렇게 생각이 들었다."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란다.

(봐라. 얄밉다는 게 이런 거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구차하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내가 오늘 더 맘에 와닿았던 조언은

구글에 '얄미운 직장동료와 잘 지내는 법'을 검색하다가 나온 아래와 같은 조언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azX76_iBTR4

댓글 중 '술한잔 인생한자락'님의 댓글을 한 번 보시라.


위 유튜브 영상보다 '술한잔 인생한자락' 님의 댓글을 한 번 보시라.


측은지심을 활용하란 거다.

"쟤도 오늘 나만큼 일하기 싫겠지."

"쟤도 육아로 얼마나 힘들면 저러겠어. 사는 게 힘든가 보다."



하여튼 남편의 조언은 나에겐 별 도움이 안 되겠지만

그래도  동료를 같이 욕해주고 "아이고~"라고 하며 나를 진심으로 안타까워해주는 남편이 있어서 그래도 고맙다.



눈썹 문신을 한 나는 오늘도 남편에게 머리 감기를 부탁했고..

(눈썹 문신을 하면 눈썹에 물이 닿으면 안된다.)

남편은 "으이구~"하며 머리 감겨준다.

오늘 오랜만에 사랑하는 남편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느낌이 드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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