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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으로의초대 Aug 20. 2022

아이와의 일상을 기록한다는 것

우리 애 웃긴 거 다 알게 해주세요

나는 아이가 어렸을 때 인스타를 했었다. 소위 말해 아이용 계정을 별도로 팠던 것이다. 그때 나는 29살. 인스타는 나에게 육아 지식창고(?)였다. 또래의 아이 키우는 친구들이 거의 없고 요만한 아이들이 어떻게 크고 있는지 레퍼런스가 거의 없던 나에게 인스타는 이만한 개월 수의 아이는 어떻게 크고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진 모음집 같은 것이었다.


근데 그마저도 아이가 18개월이 들어서면서 14개월까지는 혼자 키우고, 4개월 간 남편과 공동육아를 끝으로 회사에 복직하면서 자연스럽게 소홀해지게 되었다. 임신 때에는 블로그를 열심히 했었다. 배가 나오는 모습을 당당하게 공개까지 굳이(!) 하며 매일의 일상을 블로그를 통해 적었었는데, 아이를 낳고 수유를 하다 보니 키보드를 두드려가며 블로그에 뭔가 일기를 적을 시간도 심적 어유도 없었고 매일의 일상이 똑같아서 딱히 소재도 없었다. 신생아란 존재는 뭘 먹고 자라고 어떤 시간을 선택해서 자는지가 최대 관심사였던 그때는 글보단 사진이 좋았던 것 같다. 직관적이고 빠르게 볼 수 있으니. 아 요즘은 이런 육아용품이 나오는구나, 저게 있으면 내 손목이 덜 나가겠는데?, 비슷한 개월 수의 아이를 보며 크기나 성장 정도를 가늠해보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큰 아이들들 보면서는 나는 어느 세월에 저만큼 키우지? 끝이 안 보이는 터널 속에 있는 느낌이기도 했다.


요즘 신생아를 키우고 있는 친구나 후배들을 보면 인스타를 일기장처럼 잘 이용한다. 오늘의 귀여운 짓, 남겨두고 싶은 어록, 얼마나 컸는지, 어디를 갔는지 기록용으로 잘 이용하는 것이다. 나는 귀찮음을 핑계로 그런 것들을 거의 방치해둔 채 중요한 것들, 남기면 좋을 것들을 제대로 남겨두지 못했다.


요즘 보면 엄마의 어렸을 때 육아일기가 딸아이를 통해 책으로 공개되기도 하고, 누구나 첫 육아의 그 느낌은 짜릿할 텐데. 언제 첫 대변을 가렸는지, 언제 어떤 행동을 했는지 벌써 내게는 아직은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어렴풋한 것이 되어버렸다.


그나저나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서두를 장황하게 하냐면... 어제 딸이 캐치티니핑의 특정 핑을 미워하며 죽었으면 좋겠다며 -_- 나쁜 말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잠깐 생각하고 "ㅇㅇ아  우영우 알지?  이모 좋아하지?" "" "  이모가 나쁜  하는  들어봤어?  이모는 나쁜   하지?   나쁜 말을 ? 그러면 안돼"라고 하니 "쁜 말 하던데 우영우도!" "우영우가 언제?" "이준호씨한테 쁜 말 하던데?"라고 해서 한참 웃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내가 우영우 본방사수할 때마다 옆에 있긴 했지만 이 6살 아이가 이준호씨를 안다는 게 너무 웃기고 이준호 씨한테 나쁜 말 한 거 어떻게 알았지 싶고 ㅋㅋㅋ 정말.. 얘 너무 웃겨. 그리고 이렇게 얘 웃긴 거 모두 알게 해 주세요.


아이 키우는 일에 대한 말 중 요즘 가장 공감됐던 말이 "지옥 속에 행복"이었는데 요즘은 지옥은 아니고.. 조금 길게 길을 돌아오는 행복? 인 것 같다. 얘의 이런 귀여움.. 조금 오래갔으면 좋겠다. 나랑 천천히 같이 나이 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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