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 홈트 - 필라테스로 이어지는 긴 여정들에 대하여
아침 필라테스를 하니 아침의 시작이 개운해진다.
전에 새벽 요가반을 등록해서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요가원은 집에서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그리고 새벽 6시 30분 수업이었나. 수업이 지나치게 이르고 + 집에서 먼 관계로 한 달 수업을 하고는 재등록을 안 했었다.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또 수업이 끝나면 일종의 보상심리인 건지 주변에 서브웨이, 브런치 가게들을 섭렵하며 운동한 것보다 배 이상의 섭취를 하곤 했었다. 그리고 그 요가원은 집에서 버스나 지하철을 한 번 타고도 한참을 걸어가야 있었다. 인도 정통 요가를 하는 요가원을 굳이 굳이 찾아서, 그리고 집 근처에 마땅한 요가원이 없어서 회사 근처로 등록한 것이었는데 그런 루틴이 나와는 맞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필라테스를 등록할 때 가장 중점으로 둔 것은 "집에서 가까울 것"이었다. 아침에 눈떠서 운동복으로 갈아만 입으면 버스도, 지하철도 탈 필요 없이 10분도 안되게 내려가면 필라테스 학원이다. 그리고 아직 오픈 초기라 그런지 선생님과 약속 잡기가 그리 어렵지도 않다. 그리고 체험 수업을 해봤을 때 자세 잡아주는 점이나 선생님이 도와주시는 부분이 부담스럽지 않고 맘에 들어서 등록하게 되었다.
저번 주 금요일 체험수업을 했었고 20회 등록을 했다. 오늘 월요일은 그리고 정규 수업 중 첫 번째 시간이었는데 저번 체험 수업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학원이 2층인데 1층으로 내려오는 길에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저번 체험수업 때는 그래도 요가를 오래 해와서 그런지 자세에서 힘이 들어가는 부분을 정확히 구별할 줄 알고 하고 나니 시원하다는 느낌이 강하고 힘들다는 느낌은 적었는데, 이번 수업은 정말 힘들었다. 그렇지만 운동을 하고 나서의 그 후련함과 시원함은 정말...!
아기를 낳고 나서 가장 힘든 점은 '내 시간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내향적인 인간인 나로서는 나만의 시간이 꼭 필요한데, 작은 인간을 키우다 보면 내 모든 신경이 그 작은 인간에게 가있고 돌보는 것에 모든 힘을 쏟은 나머지 그 흔한 "육퇴 후 맥주 한 잔" 조차 나에게는 약간 사치였고... (체력이 안된다는 이야기다.) 아이와 함께 잠들고 아이와 함께 일어나는 일상이었다. 아이 낮잠 시간에 후다닥 커피를 사 오는 것이 유일한 낙이기도 했으나 낮잠시간은 너무나 빨리 지나가는 것....
결국 나는 그때 여러모로 지독한 산후우울증 상태였고 아이가 돌 즈음 시작한 요가를 통해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그때 한참 힘들어서 비싼 가격이지만 심리상담을 끊고 다녔었는데 그때 선생님이 가급적 커피를 줄이고 요가를 다닐 것을 권해주셨었다. 지금도 생각나는, 아침에 요가를 한 후에 집에 걸어오는 길에 그 홀가분하고 육체의 시원함이란. 오늘 필라테스에서 돌아오는 길에도 오랜만에 그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는 하지만 출근하는 남편이 회사에 나갈 준비를 하기 전에 집에 돌아와야 했고, 잠깐의 홀가분함 + 시원함을 즐기고 나면 사실 다시 육아 시작이었는데. 지금은 그래도 그 작은 인간이 6세가 되어서 같이 말이 통하고 외동이라 그런지 아직 손이 많이 가는 인간이기는 하지만 아침에 내 소중한 운동시간이 확보될 수 있음에 너무 감사하다. 그 사이 남편은 회사원에서 자영업자가 되기도 했고. 그 사이 코로나가 닥치면서 나에게도 재택근무와 출근을 병행하는 일상이 찾아오기도 했고.
사실 미혼일 때도 요가, 핫요가, 매트 필라테스 등 그 당시 유행하던 운동들은 다 해보던 나였는데... 요즘에는 골프, 테니스가 유행이라는데 사실 해 볼 엄두가 안 난다. 비용적인 부담도 있지만 학원 그룹 수업 시간에 맞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회사원을 위해서 저녁 8시 수업이 보통 있지만 난 이 시간에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야만 하고... 예전에 내 직장 어린이집에 아이가 다니던 시절에는 아침에 함께 출근 준비를 해서 회사에 같이 가기 바빴기 때문에 엄두도 안 났고. 홈트를 해오긴 했는데 홈트가 길어지니 조금 지루해지는 느낌.
지금 최대 고민은 필라테스를 10회 더 끊어서 30회를 할까 하는 것. 벌써 나만의 느낌이지만 몇 번 필라테스를 한 것만으로도 일자목, 굽은 등, 말린 어깨 등이 조금은 완화되고 있는 느낌이기 때문. 필라테스 1:1 수업은 언제나 나만의 로망인가 싶었는데. 결국 이런 날이 찾아오는구나.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