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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으로의초대 Aug 22. 2022

워킹맘의 운동 연대기

요가 - 홈트 - 필라테스로 이어지는 긴 여정들에 대하여


아침 필라테스를 하니 아침의 시작이 개운해진다.


전에 새벽 요가반을 등록해서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요가원은 집에서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그리고 새벽 6시 30분 수업이었나. 수업이 지나치게 이르고 + 집에서 먼 관계로 한 달 수업을 하고는 재등록을 안 했었다.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또 수업이 끝나면 일종의 보상심리인 건지 주변에 서브웨이, 브런치 가게들을 섭렵하며 운동한 것보다 배 이상의 섭취를 하곤 했었다. 그리고 그 요가원은 집에서 버스나 지하철을 한 번 타고도 한참을 걸어가야 있었다. 인도 정통 요가를 하는 요가원을 굳이 굳이 찾아서, 그리고 집 근처에 마땅한 요가원이 없어서 회사 근처로 등록한 것이었는데 그런 루틴이 나와는 맞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필라테스를 등록할 때 가장 중점으로 둔 것은 "집에서 가까울 것"이었다. 아침에 눈떠서 운동복으로 갈아만 입으면 버스도, 지하철도 탈 필요 없이 10분도 안되게 내려가면 필라테스 학원이다. 그리고 아직 오픈 초기라 그런지 선생님과 약속 잡기가 그리 어렵지도 않다. 그리고 체험 수업을 해봤을 때 자세 잡아주는 점이나 선생님이 도와주시는 부분이 부담스럽지 않고 맘에 들어서 등록하게 되었다.


저번 주 금요일 체험수업을 했었고 20회 등록을 했다. 오늘 월요일은 그리고 정규 수업 중 첫 번째 시간이었는데 저번 체험 수업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학원이 2층인데 1층으로 내려오는 길에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저번 체험수업 때는 그래도 요가를 오래 해와서 그런지 자세에서 힘이 들어가는 부분을 정확히 구별할 줄 알고 하고 나니 시원하다는 느낌이 강하고 힘들다는 느낌은 적었는데, 이번 수업은 정말 힘들었다. 그렇지만 운동을 하고 나서의 그 후련함과 시원함은 정말...!


아기를 낳고 나서 가장 힘든 점은 '내 시간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내향적인 인간인 나로서는 나만의 시간이 꼭 필요한데, 작은 인간을 키우다 보면 내 모든 신경이 그 작은 인간에게 가있고 돌보는 것에 모든 힘을 쏟은 나머지 그 흔한 "육퇴 후 맥주 한 잔" 조차 나에게는 약간 사치였고... (체력이 안된다는 이야기다.) 아이와 함께 잠들고 아이와 함께 일어나는 일상이었다. 아이 낮잠 시간에 후다닥 커피를 사 오는 것이 유일한 낙이기도 했으나 낮잠시간은 너무나 빨리 지나가는 것....


결국 나는 그때 여러모로 지독한 산후우울증 상태였고 아이가 돌 즈음 시작한 요가를 통해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그때 한참 힘들어서 비싼 가격이지만 심리상담을 끊고 다녔었는데 그때 선생님이 가급적 커피를 줄이고 요가를 다닐 것을 권해주셨었다. 지금도 생각나는, 아침에 요가를 한 후에 집에 걸어오는 길에 그 홀가분하고 육체의 시원함이란. 오늘 필라테스에서 돌아오는 길에도 오랜만에 그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는 하지만 출근하는 남편이 회사에 나갈 준비를 하기 전에 집에 돌아와야 했고, 잠깐의 홀가분함 + 시원함을 즐기고 나면 사실 다시 육아 시작이었는데. 지금은 그래도  작은 인간이 6세가 되어서 같이 말이 통하고 외동이라 그런지 아직 손이 이 가는 인간이기는 하지만 아침에  소중한 운동시간이 확보될  있음에 너무 감사하다.  사이 남편은 회사원에서 자영업자가 되기도 했고.  사이 코로나가 닥치면서 나에게도 재택근무와 출근을 병행하는 일상이 찾아오기도 했고.


사실 미혼일 때도 요가, 핫요가, 매트 필라테스 등 그 당시 유행하던 운동들은 다 해보던 나였는데... 요즘에는 골프, 테니스가 유행이라는데 사실 해 볼 엄두가 안 난다. 비용적인 부담도 있지만 학원 그룹 수업 시간에 맞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회사원을 위해서 저녁 8시 수업이 보통 있지만 난 이 시간에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야만 하고... 예전에 내 직장 어린이집에 아이가 다니던 시절에는 아침에 함께 출근 준비를 해서 회사에 같이 가기 바빴기 때문에 엄두도 안 났고. 홈트를 해오긴 했는데 홈트가 길어지니 조금 지루해지는 느낌.


지금 최대 고민은 필라테스를 10회 더 끊어서 30회를 할까 하는 것. 벌써 나만의 느낌이지만 몇 번 필라테스를 한 것만으로도 일자목, 굽은 등, 말린 어깨 등이 조금은 완화되고 있는 느낌이기 때문. 필라테스 1:1 수업은 언제나 나만의 로망인가 싶었는데. 결국 이런 날이 찾아오는구나.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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