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1년 차 직장인이 되었다.
그중에 한 3년은 고과/평가를 받지 않은 육아휴직 기간이었음을 감안한다고 해도, 이제는 만 8년 정도 일한 직장인이다.
우리 회사는 커리어 패스가 참 독특한데, 직무에 상관없이 팀 이동이 상당히 자유로운 회사다.
그래서 나의 8년 커리어를 살펴보면 참 특이하다. 4년을 현장영업, 1년을 구매게약, 3년을 경영기획 업무를 했다.
사실 일반 직장인 중에 이만큼 커리어 이동이 잦은 사람 일반적으로 찾기 힘들 거다.
그래서 그런지 다양한 업무를 맛봤다는 점은 어쩌면 장점이다.
신입사원, 사회생활 초창기 시절 현장영업이 너무 힘들어서 (일반적으로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아저씨들을 상대하는 일이었으니) 도망가고 싶고 퇴사를 매일 생각하면서 꾸역꾸역 다녀왔던 내 모습을 돌아보면 여기까지 온 것도 스스로가 기특하고 대견한 편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이직은 쉽지 않다.
아마 이런 우리 회사의 특성을 모르는 일반적인 외부인의 시선으로 보면 아마 '한 일을 진득이 못 하는 사람'으로 비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올 초에는 그래서 새로운 자격증을 많이 시도했다.
'ADSP(데이터 분석 준전문가)', 회계관리 2급처럼 따기 어렵지 않으면서도 회사생활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토익 점수도 2년이 지나서 업데이트해놓기도 했고. (860점 나왔다.)
그렇지만 계속 고민이다.
또한 현재 몸담고 있는 경영혁신 관련 업무를 하는 팀이 없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 또 어떤 커리어패스를 이어가야 할지 고민이고,
이직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내 직무 전문성은 무엇을 통해 증명하고 담보받아야 하는지도 고민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방구석에서 소설이나 읽고 쓰는 게 내가 꿈꾸는 삶이긴 한데,
과연 돈을 벌지 않고 (아마 당장은 돈벌이가 안될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사는 게 정말 행복할까?를 묻는다면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대답은 못하겠다.
이동진 평론가 블로그에 보면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라는 말이 있는데
나의 삶의 모토와 정확하게 일치해서 그렇게 살아왔던 지금조차도
가끔 인생 전체, 커리어 전체를 이렇게 되는대로 하는 것이 맞냐. 스스로에게 물음표가 생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