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는 어려워
나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주일학교까지 선생님들께 별도의 요청 말씀을 잘 드리지 않는 엄마다.
아이들 케어로 바쁜 선생님들께 내 아이만을 위한 뭔가를 요청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기 때문이다. 감사하게도 우리 딸은 까탈스러운 편도 아니었기에 특별히 요청드릴 것이 딱히 없어서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딸아이에게 매일 나쁜 말을 하는 친구가 생겼다.
그 친구는 딸이 유치원에 가서 가장 먼저 친해진 아이였다.
어느 날인가부터 딸아이는 그 친구에게 들은 나쁜 말들을 전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 말을 들었을 때 너의 마음은 어땠어?"라고 물으며 공감해주려고 했다.
그리고 어떤 날은 "'하지 마, 불편해'라고 너의 마음을 표현해 줘."라고 조언해 줬다.
하지만 그 말에 아이는 "다른 친구들에게는 하지 않고 자기에게만 하는 나쁜 말이라 부끄러워서 말을 못 했다고, 못하겠다."고만 했다.
나는 아이의 어려움에 공감하는 법, 관계의 어려움을 겪는 유아는 어떻게 도와주면 될까 등 유튜브 영상, 인터넷 서치를 하기 시작했다.
이런 일이 있는 날이 이어질수록 나는 아이에게 "친구에게 불편한 너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으면 친구가 알 수가 없어. 그래서 계속 나쁜 말을 하는 걸 수 있어. 친구끼리는 불편하면 불편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해."라는 말을 반복하게 됐다.
그렇게 한 달이 훌쩍 넘었다.
어느 순간 나는 내가 아이를 위로하고 있는 건가, 탓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속상한 아이에게 짜증 난 내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 건가... 여러 생각이 들어 마음이 복잡해졌다. 내가 아이 탓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과 함께 내 아이가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게 하면 안 된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 가장 큰 이유는 아이가 스스로의 감정을 알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에도 속수무책으로 듣고만 오는 아이를 보면서 고민이 깊어진 나는 결국 유치원 선생님께 조심스럽게 글을 남겼다.
아이들에게 어떤 조치를 취해주십사 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 아이와 어떻게 소통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일지 조언을 요청드린다는 글.
선생님은 확인해서 연락 주시겠다고 하셨고, 결론적으로는 아이들을 각각 불러 상황 파악을 하시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셨다.
그날 하원길.
딸: "엄마 오늘은 00이가 나한테 나쁜 말을 하지 않았어요. 이상하지요?"
엄마: "그래? 나쁜 말을 안 하는 게 왜 이상해. 원래 친구한테는 나쁜 말 안 하는 거잖아."
딸: "응, 맞아. 그런데 오늘은 나한테 이쁘다고도 했어요."
엄마: "그래~ 그렇게 말했을 때 서진이는 마음이 어땠어?"
딸: "좋았어요."
선생님은 직접 개입하는 게 맞다고 판단하신 것 같다. 선생님의 직접적인 개입으로 너무도 깊었던 나의 고민은 순식간에 끝났다.
엄마로서 5살 아이의 관계 맺음과 갈등, 그리고 가정에서의 지지와 응원, 이 모든 것들을 고민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아이는 어땠을까? 여전히 잘 모르겠다. 다만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진 아이와의 소통이, 또 선생님의 개입으로 변화된 관계가, 아이에게 앞으로 더 많은 관계를 맺어가는데 좋은 양분이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