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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 땅에서 피어난 꽃 Oct 11. 2021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꼬?

브런치 작가 승인과 두 번째 글.

 무엇인가를 시작을 하긴 해야 하는데, 이걸 대체 어디서부터 해야 하는 가라는 까마득한 막연함을 한 번쯤은 느껴 봤을 것이다.

 비록 주제는 간단명료할 지라도 마치 언어처럼 그에 연결된 것들이 가지나 사슬처럼, 아주 복잡하게 수 없이 많이 얽혀 있는 까닭으로 말이다. 가슴 한 부분이 막힌 듯 말조차 쉽사리 하기 힘든 그런 것들.


  보통은 잘 모르고 익숙하지 않은 것이 그렇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것은 그저 '모른다.'라는 말 한마디로 간단명료하게 끝낼 수 있다. 막연함으로까지 이어지는 고민이 되지 않는다. 잘 몰라서 말할 수 없으며 그래서 알고자 한다면 배우면 된다는 시작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막연함이라는 것은 모르는 곳 한가운데 놓인 것처럼 어느 중간에 있을 때 발생되는 것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함께 해온 것들에게서 어느 순간 갑작스레 낯 섬과 막연함을 느낄 때가 많다.


 정신없이 하는 데에만 집중한 채로 시간만 많이 흐르면서 쌓인 것들은 많은데 정리하지 않아 등 뒤에 웬 산더미가 쌓여 있는 것이다.

 정돈된 형태가 없으니 누군가 이게 무엇이냐 물어 올 때, 분명 주인임에도 뭐라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고 내 것이 맞는데 어째서 알지 못하는지에 대한 당혹스러움이 생겨난다.


 명확하게 알고 설명을 하려면, 멈춰 서서 제대로 생각해 보면서 정리와 정돈을 거쳐야만 한다. 그러나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정리를 할 시간을 내기 어렵기도 하고, 하던 행동을 멈추고서 해야 한다는 데서 시간만 소모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심리적 조급함에 시도조차 하기 꺼려진다.

 그 꺼려짐을 억지로 넘어서 막상 그렇게 정리를 한대도 뭔가 손실을 매워줄 만큼 얻는 것이 있는 느낌은 아니다 보니 하는 것 자체가 꺼려지기도 하다. 방청소와 같은 것이랄까.


 하면 좋고 깨끗하고 물건 찾기도 쉬워지지만 생활에 보탬과 문제를 해결해 주는 돈이라도 벌어다 주는 것은 아니어서 그저 그 정도로 끝날뿐인 그런 것 말이다.


 그러나 지금 상태처럼 이것이 가슴과 머릿속에 꽉 차서 사방으로 팽창하다 다른 생각들까지 내리 누르기 시작했다면 마지못해서라도 해야만 하는 일이 된다.

 다른 것들을 침범하고 지장을 줄만큼 부풀어 올랐기 때문이다.  이것을 정리해 내지 않으면 나의 많은 것들이 더뎌질 것이고 심하면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에 처해 시간 소모가 생겨날 것이라는 걸 그간의 경험으로 익히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최소한이라도 해놓고자 공책이든 핸드폰 어플의 메모든 생각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되는 조각 만이라도 틈틈이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고 쉬는 날 같은 때엔 그 조각의 빈 곳을 잇는 문장이 이어지는 글을 쓰곤 해왔다. 쓰레기를 봉투에 담아 최소한의 청결을 유지하는 것 같은 행동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쓰레기봉투도 꽉 차서 버려야 하고 추가적인 정리가 필요한 만큼 어질러진 상태가 되었다.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기에 나는 글을 쓰기로 했고, 널린 게 공책이었긴 했지만 이번에는 다른 수단을 선택하기 했다.


 공책에 글을 쓴 다는 것은 언제나 나의 범위 안에서만 머무르며 빛을 못 보는 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자기만족과 취미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이제는 그러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나 스스로도 그러했지만 내게 글을 쓸 것을 독려하는 분 역시 글을 많이 써보는 연습만큼이나 바깥에 내어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언제나 삶의 바쁨과 고됨으로 행동하지 않고 말로 듣기만 해왔는데 그 마음의 짐을 덜기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워드 프로그램을 켰다.


 손으로 글을 쓰는 게 훨씬 잘 써지긴 하지만, 어차피 외부로 낼 글들이라면 옮겨 적는 것이든 바로 적는 것이든 워드 프로그램 파일의 형태로 만들어 놓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닥치는 대로 동시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문서 하나씩 지정해서 닥치는 대로 써보다가 또 다른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브런치 작가 등록이 완료되었다는 소식이었다. 기쁜 마음으로 지내다가 조금 후에 휴일인 오늘 브런치로 와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하게 되었을 때부터 한 번 돌이켜 보면, 브런치라는 이름 자체는 익히 들어 보았지만 그 안에서 활동을 하거나 다른 이의 글들을 제대로 소비해 본 적은 없던 공간이었다.


 낯설고 아는 것이 없어 역시 막연했다. 그래도 처음 시작점에서의 막연함이었기 때문에 그 크기는 나를 압박하지 못할 만큼 작고 가벼워 뛰어들게 하기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우선 신청부터 해보고 나서 생각하자며 가벼운 마음으로 작가 신청을 했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먼저 경험한 이의 후기도 제대로 보지 않고서 그저 내 기본의 실력으로 부딪혀 보자며 했던 작가 신청이었다.

 약간 무모하기도 하면서 너무 단출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단 하나의 글이 놀랍게도 3일 정도의 빠른 시일 내에 통과가 되면서 바로 작가가 되었다. 놀라운 기쁨이었고 안도가 되었다.


 그 후 떨리는 마음과 한 번 다른 이들로부터 평가를 받아보자는 마음으로 신청을 위해 썼던 유일한 글을 약간의 수정을 거쳐 발행했는데, 예쁜 그림과 여러 효과들이 없어 주목을 못 받겠거니 했던 그 글이 7명으로부터 라이킷을 받게 되었다.

 놀랍게도 구독자도 많고 매거진 발간도 하고 많은 글을 보유하고 있던 사람들로부터 받은 것이라 신입생 환영회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처음이라며 오히려 더 격려해주는 따뜻함을 받게 된 기분이었다.


 시간이 지나서도 거기에 조회수가 조금 더해져서 11회까지 누적이 되었다. 그 후는 따로 활동하지 않았으므로 자연히 조회수는 0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생각지도 못한 관심을 많이 받은 기분이었다. 글 하나만이었기에 이 정도만으로도 과분하다고 느껴진 것이다.


 신청을 할 당시에 활동 계획에서처럼 당장 쓸 주제는 두 가지이다. 그 두 가지는 처음에 말했던 것처럼 오랫동안 해왔지만 정리가 부족해 시작과 구성, 배치 등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것들이다.


 그것을 글을 쓰며 정리할 수도 있고 정리를 하고 결과물을 글로 끝맺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하여 말하고 싶은 만큼 말하고 털어 낼 수 있을 만큼 털어내야 글뿐만이 아니라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홀가분함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것에 대한 집중이든 과감히 어딘가로 떠나는 것이 든 간에.


 이 주제들이 사람들의 흥미를 끌거나 일상적이진 않을 거라 예상한다. 그래도 이 글들만큼은 돈과 관심만을 바라며 쓰는 글이 아니라서 그와 관련된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한대도 괜찮다.

 이 글들은 내게 발판이 되어줄 것이다. 나를 좀 더 미래 지향적으로 살면서, 성취를 이루게 하는 발판 말이다. 마치 원래 내가 있어야 했던 자리에 돌아갈 뿐인 것만 같은 도달, 그것이 가능해지길 바랄 뿐이다. 그리하여 이 낯선 공간이 또 하나의 익숙함이 될 만큼 글을 써 나아가 보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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