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생각과 20대에 했던 결혼에 대한 생각
코로나와 잘못 받은 카드론을 대체하기 위해 받은 대출처럼, 한 번 시작되면 오래가는 일들이 하필 나의 20대 끝자락에 맞물렸다. 그 바람에 고생만 하다 20대가 다 가버렸다.
그 고생이 30대에서도 계속되었기 때문에, 20대에는 발생과 진행에 대한 이야기까지만 할 수 있었다. 따라서 길게 이어온 20대에 대한 회상 이야기는, 사실상 이전 글에서 이미 끝이 난 것이었다.
그래서 시간상으로 이제 30대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게 자연스러운 순서지만, 그전에 잠시 숨을 고르고 싶다. 숨 가쁜 삶 속에서 외면받았던 20대의 나와, 그때의 마음과 생각을 이제서라도 돌아보며...
그래야만, 그 시간 속에서 상처받고 꽃 피우지 못해 외로웠던 20대의 나를 다독여줄 수 있고, 지금의 나도 비로소 치유될 수 있을 것만 같아서다.
그리고 그 치유가 나를 보다 자유롭게 해 주고, 나아가 앞으로의 삶을 더 잘 살아갈 수 있게 해 줄 거라는 믿음도 있어서다.
또한 기나긴 회상이야기를 하느라 잠시 접어두었던, 결혼이라는 원래의 주제로도 돌아올 때가 된 것 같다.
20대 때에는 이미 현실의 일만으로도 잔뜩 과부하가 걸린 상태였기 때문에, 의지든 아니든 그 외적인 것들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것들을 생각하고 집중을 할 여유도 없었고, 안 그래도 끌어안은 짐과 고통이 많았기에 자잘한 것들까지 끌어안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닥친 큰 문제와 성격이 다르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것들에 대해서 놓아버리고 포기하기 일쑤였다. 그 결과, 20대의 나를 외면하고 생각과 마음도 잃어버린 채 살아갔던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이 시기에, 챙길 수 없고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생각한 것 중 하나는 놀랍게도 '결혼'이었다. 때문에 긴 회상 이야기 속에서는 제대로 언급하지 못하다가, 이제야 다시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된 것이기도 하다.
사실 결혼에 대하여 생각 자체는 자주 했던 것 같다. 다만 그 생각이 외부의 자극으로 반응하며 떠오르는 형태가 대부분이었고, 그마저도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라며 서둘러 생각을 멈추기 바빴다.
그래서 그 생각의 깊이가 얕고 질도 좋은 편이 아니었다. 이제야 겨우 이야기하게 된 20대 때의 결혼에 대한 생각들이다.
10대의 상처로 2년간 집에서 은둔생활을 했던, 갓 스무 살이던 때의 결혼이란 그저 꿈같은 것이었다. 훨씬 어렸을 때의 로망과 환상의 의미가 아니라, 나에게는 있기 힘든 일이라는 의미의 꿈이었다.
정상적인 결혼이라면 사랑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데, 이런 나로 사랑받을 수 있긴 할까라는 깊은 슬픔 속에 빠져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결혼도 불가할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사실 이때의 나는 나이만 성인이었지, 제대로 아는 게 없는 10대의 어린애랑 다를 게 없었다. 그저 사람과 관계에 대한 깊은 상처와 두려움으로 누구도 만날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또 누군가를 원하고 그리워하고 외로워했던, 아픈 사람이었다. 즉 상처받은 마음을 사랑으로 채워 낫고 싶었고, 결혼이 그걸 가능하게 할 거라고 여겼던 것이다.
그 후 조금 더 회복해서 밖을 향해 나갈 수 있을 정도가 된 20대 초반에는 아직은 결혼을 하기에 너무 이른 나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연애를 하게 된 이후에는 혹시라도 혼전임신 같은 일이 생기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혼전임신은 10대 때부터 이미 알고 있었지만 10대에는 그럴 일이 가능성이 전혀 없어서 그냥 남일에 불과했다.
하지만 20대는 성인인 데다가 결혼을 할 수 있는 나이고 이제 연애까지 하게 되었으니 그런 일도 얼마든지 벌어지기 쉽다고 생각하고 경계심을 가졌다. 적어도 그런 식으로 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에 내가 그렇게 결혼을 하게 될 시, 무조건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정말 아무것도 준비된 게 없는 상태였으니까.
결혼을 아직은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집에만 있었을 때보다는 결혼에 대해 좀 더 올바르고 뚜렷한 생각을 가졌던 나이였다.
그러다가 큰 상처로 끝이 나버린 연애로 인해 공백기를 가진 후 중반이 되었을 때에는 생각이 좀 달라졌다.
시기만 생각해 봤을 때, 20대 중반은 결혼을 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나이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엿한 성인에다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얻어 결혼자금을 마련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국 결혼까지 하고, 아이까지 낳는 걸 생각하면 말이다.
그래서 20대 중반부터는 곧 결혼을 해야 하는 나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기도 하고, 결혼을 하기에 적절한 시기였다.
또 이 나이가 되자, 한 번씩 내 나이를 묻는 사람들이 무슨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자꾸만 연애와 결혼 이야기를 해댔다. 아무래도 20대 중반의 나이가 결혼 적령기의 범위였다 보니 그 시기를 놓치지 말라는 취지에서 내게 이야기를 한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연애와 결혼에 대한 권유는 "어서 연애해야지.", "어서 결혼해야지." 같이 도움은 하나 안 주면서 재촉만 하는 강력한 강요에 가까워서 피곤하고 불편하기도 했다. 잔소리 같은 간섭이 듣기는 싫었지만 나 역시 내심 그래야만 한다고 느끼고는 있었어서 멋쩍게 웃어넘기곤 했다.
결혼까지는 아직 부담스럽기도 하고 준비도 안 됐지만, 적어도 연애와 사랑만큼은 20대에 많이 경험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우선 연애를 하고 싶었다. 그 후에 결혼으로 이어지게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20대 다운 생각과 바람이었다. 그 생각과 바람이 그대로 이어지다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꽃답다 불리는 나이와 시기에 다른 사람과 나 스스로가 생각한 대로 연애와 결혼이 수월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에게 집중하며 미래를 생각하고 살아가기에도 벅찼던 중요한 시기, 주변 사람들을 지탱하기 위해 움직일 수밖에 없는 거대한 일이 닥쳐오고 말았다.
그 속에서 해야 했던 포기와 희생, 멀어지던 소망, 생겨나는 고통과 괴로움.. 풍파 속에서 겪어내야만 했던 그 모든 것들이 나에게서 희망과 빛을 빼앗아 갔다.
암담한 현실은 더 이상 꿈꾸지 못하게 했고, 아무것도 가질 수 없게 만들었다. 평범한 20대 여자들처럼,
예쁘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여느 평범한 여자들처럼 머리와 피부에 돈을 쓰고 가꾸는 것도 건강한 다이어트를 하고 예쁜 옷을 입을 수도 없었다.
그저 20대를 다 바쳐 생존하고, 대신 짐을 짊어지느라 바빴다. 너무 힘든 와중에 도와주는 이는 없어 외로웠다. 다 나 혼자 해야 했다.
삭막한 삶 속에서 너무나 부러움을 느꼈던 것은 한 번씩 지하철 역의 개찰구 앞에서 보게 되는 또래의 연인들이었다.
기다렸다가 상대를 발견하고서는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고, 함께 걸어가고, 아쉬움으로 포옹하며 헤어지는 그 모든 모습들이 참 눈부시게도 반짝였다. 빛을 잃지 않고 반짝이는 서로의 모습은, 가질 수 없는 실재하는 환상이었고 스쳐가는 것 말고는 할 수 없었다.
고난의 무게가 점점 커질수록 환상에 가까운 것들은 점점 옅어지고 멀어졌다. 연애는 물론 결혼 역시 내게서 한참을 멀어져, 드라마 속이나 다른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되었다.
20대에 가장 활발하게 꽃 피우다 끝나갈 무렵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유달리 평범하지 못했던 나의 20대로 그건 꿈같은 일에 불과했지만, 다른 누군가는 가질 수 있는 행복이었다.
어느덧 20대 후반. 남은 20대는 여전히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큰 무게였다. 하지만 꼭 힘든 내 삶에 작은 위로를 얹듯, 이따금씩 나이만으로 따뜻한 예쁨을 받을 수 있던 시간이었다. 사실 "꽃답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내 나이보다, 그 말을 해주는 마음들이야말로 선하고 예뻤다.
매몰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던 먼지 같은 나날의 속에서, 남아있던 청춘의 꽃잎은 바람처럼 흘러간 시간에 모두 흩날려 갔다.
사건뿐만 아니라, 놓쳐온 20대의 시간 속에서 생각했던 것과 결국 이루어지지 못했던 바람까지 다시 회상하고 정리해 보았다.
이로써 길게 이어온 20대의 이야기를 정말 제대로 마무리하고,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을 것 같다. 끝나지 않은 삶으로 맞이하게 된 30대와 현재의 시간으로 가야 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