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아빠 대신 아버지로 부르는 것.
언젠가 나에게도 이별이 찾아오기 전에
by 언 초원에서 피어난 꽃 Sep 29. 2022
아버지란 단어는 실제로 내가 한 번도 입 밖으로 내지 못한 단어이다. 여태껏 쓰지 않아서 어색하게 느끼는 것도 있고, 높임말이 주는 거리감 때문에 쓰고 싶지 않은 단어이기도 했다.
나는 아빠라는 단어를 좋아했다. 자아가 만들어져 가고 감성은 바다처럼 풍부해 오래가는 기억이 만들어지는 시기부터 써온 단어이니까.
아무것도 모르고 걱정도 없이 그저 행복하기만 했던 천진난만한 7살이 가장 많이 썼던 단어가 바로 아빠였다.
아빠 아빠 거리며 참 열심히 따랐고 엄마한테 크게 혼이나 맞기라도 하면 바로 아빠 품으로 달려가 안기며 피신을 했다. 아빠라는 부름 후에 있던 있들은 즐겁거나 행복한 추억이 가득했다.
그래서 나는 아빠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여태까지의 세월이 계속 이어져 오는 말이고 그 안에 담긴 추억과 일과 마음이 많은 그 호칭을 한 번씩 그저 부를 때도, 혼자 있을 때 기억을 떠올리게 될 때도 아빠라는 단어 속에는 무언가 가득 담겨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제 그런 아빠에 대한 글을 쓰고자 함에 있어서, 끝을 늘려 밝게 부르는 아빠- 라는 말 대신 정중하게 무게 있는 아버지라는 존칭을 사용하고 싶다.
이것은 아버지가 자신의 형제들에게 형, 큰형이라 부르시다 어느새 형님이라고 부르게 된 것과 마찬가지의 의미를 갖는 것 같다.
가까워서 낮춰 부르던 상대를 어느새 높여 부르기 시작한다는 것은 나이가 들어 철이 들었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 시간만큼 앞으로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더 잘 대우하기 위해 하는 행동 중 하나인 것 같다.
또한 평소에 아빠라고 부르며 했던 작고 단편적인 행동과 달리, 여태껏 살아오고 곁에서 지켜봐 온 모습을 길고 깊이 있게 풀어내는 데에는 아버지라는 존경이 담긴 존칭이 적합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언제까지나 곁에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나에게도 어김없이 다른 이들이 겪은 이별이 찾아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어느새 나이가 많이 드셨구나라는 생각으로 마음이 먹먹해지는 요즘, 나는 그저 마음에만 담아두고 있던 아버지의 글을 풀어내는 것을 더는 미루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더 늦어 후회하기 전에 주셨던 사랑에 비해 하잘 것 없는 작은 보답일지라도 하나라도 더 해내야만겠다는 생각이며 오랫동안 아버지의 딸로서 산 시각과 자식 된 마음의 헤아림으로 아버지만을 위한 글을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