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어깨 위, 돈이라는 삶의 무게

아버지의 돈 걱정

단절되다시피 지내던 나의 청소년기에는 서로의 정서적 거리도 멀었지만,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웠기에 아버지에게 가정이란 이중고의 장소밖에 되질 않았을 것 같다. 그 어려움의 정도는 단지, 아버지가 심적으로 느끼는 부담감만이 아니라 위태로운 상황으로 표면화되었으니까.


나의 시점으로는 그것이 어릴 적 다녀오던 학원도 끊어야 했고 뒤늦게나마 학원 하나를 겨우 다시 다녔지만, 학원비를 제때 내지 못해 내는 시기를 미루느라 진땀을 뺀 적도 많았다.

또 자세히는 알 수 없어도 부모님끼리 방 너머에서 돈에 관한 다툼을 하는 것도 많이 목격하여 우리 집이 경제적으로 어렵고 상황이 참 버겁고 위태롭다는 것은 충분히 잘 알 수 있었다. 아직 미성년자여서 보탬이 될 만큼의 돈을 벌 수 없고 계속 돈을 써야만 했던 시기였기에 내가 집의 짐 같고 제대로 된 보탬이 될 수 없어 어릴 때부터 스스로도 마음은 많이 무거웠던 것 같다.


그리고 나아지지 않는 상황과 그 중압감에 아버지도 극심한 스트레스와 위기감을 많이 느끼셨으리라. 언제부턴가 아버지에게서 돈에 대한 걱정, 돈에 대한 잔소리가 많아진 것인데, 아버지 마음이 감당하기 힘든 괴로움이 외부로, 그렇게 행동의 형태로 표출되기 시작한 것이 분명했다.


사실 그 걱정은 요즘에도 여전히 존재한다. 얼마 전 기름값이 리터당 2천 원대로 무척 많이 올랐을 때, 기름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는 걱정을 하는 모습을 보고선 이 시기의 극심했던 아버지의 돈걱정이 떠올랐다. 물론 현재는 내가 돈을 벌기에 나에 대해 따로 부담하실 것은 없기도 하고, 이제는 걱정을 하시더라도 그만큼의 걱정은 하지 않으시거나 비슷하더라도 차마 내색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시기에는 홀로 가정을 위한 돈을 버셨던 아버지이신지라 더 감당하기 버거워 통제할 수 없이 드러 날 수밖에 없던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본다면 청구되어 빠져나가는 돈들은, 끝이 안 보이는 어둠 가득한 절벽 위에 지은 허물어져가는 집의 바닥마저 야금야금 뜯어가는 것처럼 느껴졌지 않았을까? 그것을 어떻게든 지키고 어떻게든 메우기 위해서, 머리를 쥐어 감싸고 숨 가쁘셨을 것이다.


그래서 그 당시에도 작은 것 하나의 소비에 대해서도 맹렬한 돈에 관한 잔소리를 들을 때면 숨이 막히면서도 한 편으로는 마음이 아팠다. 지금처럼 구체적으로 생각하진 못했어도, 아버지가 돈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는 건 너무나 잘 보였으니까. 어쩌면 그 시기에 나는 아주 어릴 적엔 몰랐던 아버지의 삶의 무게를 제대로 직면해 목격을 한 것 같다. 가장 어두웠던 아버지의 모습을.


아버지 머릿속엔 돈이 꽉 찬 것처럼 느껴졌고, 그게 아빠의 삶의 무게이며 상처와 근심의 모습이고 책임의 무게일 것이었다. 돈돈 거리는 저 혀 끝을 따라 마음속으로 들어가면 그 안엔 뿌리가 있을 것이었다. 돈에 대한 생각과 말의 홀씨를 뱉게 하는 뿌리가. 그 뿌리가 먹고 자라는 건 무엇이었을까. 아버지의 병들고 멍들고 외로운 마음이었지 않을까? 그 새카매진 마음 위에 오래 기생하려 가장 독한 걱정과 고통을 만들고 그것이 자라나면 먹으면서 또 퍼트리고 먹기를 반복한 것이 아니었을까.


울부짖지 않아도, 분노나 짜증에 형태여도 그것은 분명히 그리고 충분히 슬픈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나의 사치나 과시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으니 그 마음이 다시 편안하고 건강해질 만큼만 내가 지탱할 수 있길 바라게 됐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말이다.




이전 06화5. 3.5cm의 거대한 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