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7일 차
오늘은 카페로 출근을 안 하고 "제주 행복이네"를 방문했다. 전날에 갑작스럽게 게하 사장님이 오전에 봉사활동을 가자고 해서 왔다. 여기는 2019년부터 운영하는 유기견보호소이다. 들어가자마자 들려오는 짖는 소리와 코를 찌르는 악취가 반겨준다. 방진복으로 갈 입고 장화로 갈아 신고 오늘 해야 할 일들을 듣는다. 오늘 할 일은 강아지들의 변을 치우고 물을 갈아주고 밥을 채워주는 일을 한다. 첫 강아지를 봤는데 상당히 공격적이어서 오늘 일이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처음 봤던 강아지만 사나웠고 다른 강아지들은 엄청 순해서 나름 일은 괜찮았다. 집에서도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고 있어서 변을 치우는 것에 비위는 상하지 않았지만 개들이 상당히 많아서 다 치우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옷 밖에다가 방진복을 입고 모자에 마스크까지 착용하니깐 땀이 주르륵.. 그래도 아이들이 잠깐 동안에 신나 하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하게 마무리했다. 그리고 행복이네 소장님이 빙수를 시켜줘서 시원하게 더위를 식히면서 보람차게 마무리했던 봉사활동이었다. 이렇게 게하 스텝들이랑 좋은 시간을 가져서 더 뿌듯했고 애틋해졌다. 여기 소장님이 처음에는 매우 모질고 날카롭다고 생각했는데 여기 있는 강아지들에게는 한 없이 따듯한 모습이었다. 많은 강아지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다 외우고 있었고 우리에게 앙칼졌던 이유는 봉사활동을 대충이 아닌 자식처럼 생각하는 소장님의 깊은 마음이 뒤에 있었던 것 같다.
이번 휴무에는 게스트하우스 근처에 있는 가정집을 개조한 것 같은 아늑한 분위기의 카페였다. 처음 들어갈 때도 현관문이 있어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되는 줄 알았는데 카페 사장님이 신발을 신고 있어서 여쭤보니깐 신발 신고 들어오라고 했다. 당황한 순간이었지만 침착하게 다시 신발을 주섬주섬 신고 들어가 보니 발코니에서 정원처럼 꾸며놓은 곳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게스트랑 처음 동행을 해보았는데 게스트하우스 안에 있다가 따로 나와서 대화를 해보니 색다르다고 느꼈다. 원래는 독서를 하려 갔다가 더 깊은 이야기들과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들을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책은 덮고 즐거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어색할 줄만 알았던 첫 동행은 다음을 기약할 수 있겠다.
어느덧 일주일을 지나가는 제주살이는 나에게 더 깊은 행복을 가져다주고 있다. 육지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여기 와서 해보기도 하고 분위기에 휩쓸려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기도 한다. 그 행동이 기대하지 않았던 그 이상의 행복을 가져다주고 있다. 벌써 일주일을 제주에서 보냈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보통 우리는 즐겁고 기쁜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빨리 지나간다고 느낀다. 마치 시간은 상대적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군대에서 갓 전역하고 바로 온 나는 안에 있을 때 엄청 느리게 가던 시간이 지금은 순식간이다. 언젠가는 벌써 일 년? 이러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