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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버 Feb 27. 2024

베스트셀러의 저주

의미 없는 베스트셀러 탐독에 대해서

독서를 하면서 늘 겪는 고약한 유혹은 베스트셀러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남들이 다 하는 일에 자신만 빠지면 왠지 불안감을 느껴, 깜냥도 안 되는 영화를

묻지고 따지지도 않고 달려가 보고는 천만 영화를 만들듯이 베스트셀러의 존재를 알게 되면

묘한 불안감을 느껴서 자신의 의지, 취향 같은 것과 상관없이 무작정 읽고 본다. 

덕분에 종종 베스트셀러를 나도 읽기는 하지만, 요 몇 년 사이에 재미를 본 책은 얼마 전에 읽었던

'도둑맞은 집중력' 한 권뿐이다. 내가 읽었던 베스트셀러 중 상당수가 아직도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뒤에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책들은 내가 

관심이 있던 분야도 아니고, 배경지식이 부족하여 잘 이해도 못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나와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만의 2023년 최고의 책. 이 한 권으로 it기기에 우리 삶이 얼마나 무참하게 잠식되었는지 알 수 있는 책. 베스트셀러지만 추천!


독서는 나의 관심이 반영된 행위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책을 읽는다.

내가 갖는 관심 분야의 책을 읽으면 일관성, 집중력이 생긴다. 그리고, 내 독서의 일정한 흐름이 생긴다.

그에 따라 같은 주제의 책을 한 동안 읽게 되어, 그 주제에 대한 세계관을 내 머릿속에 구축하고, 확장된다.

이런 과정이 성실하게 이어진다면 내 독서에 베스트셀러가 들어올 자리는 없다.

행여나 베스트셀러가 내가 읽고 있는 책의 주제와 맞는다면 모를까.


이렇게 쌓인 베스트셀러를 보면 나만 안 보는 것 같아 초조해서 일단 사고 보지 않나?

그 빌어먹을 초조함이 문제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 베스트셀러를 읽는 것 같아

나만 뒤떨어진다는 쓸데없는 불안감에  베스트셀러를 읽는 순간, 내 독서의 흐름은 일정 부분

타격을 받는다. 게다가 경제력이 부족해서 도서관에서 예약 대출을 해서 읽는 나는 게으르기까지 해서,

시간을 질질 끌다가 반납일이 다가오면, 그제야 다른 책들을 모두 집어던지고 반납일이 며칠 남지

않은 베스트셀러를 미친 듯이 읽어댄다. 행여나 잘 읽히지도 않는 책을 만나면 시간은 자꾸 가고,

반납일은 다가오니 다시 괜한 초조감에 시달린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 평소 내 독서의

일관성에 균열이 나기 시작하다가, 저따위 짓을 몇 번 반복하면 내 독서는 심각한 내상을 입고,

독서에 대한 회의감에 빠져 저 멀리 책을 집어던지 채, 스마트폰에 고개를 쳐 박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자신만의 주관적인 독서를 하는 사람만이 저런 서재를 갖는 것 아닐까?

베스트셀러를 추종한다는 것은 자신의 관심분야와 무관한 잡다한 지식을 일관성 없이 얻는 행위다.

일관성 있는 독서가 사고력을 강화시킨다. 강화된 그 주제에 대한 사고력은 더욱 확장할 여지가 생긴다.

때로는 다른 주제와 크로스오버 하며 통섭의 길로도 갈 수 있다. 일관된 독서를 할 때만 가능한 일이다.


베스트셀러를 읽는 행위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독서라는 행위에 들이는 시간의 노력을 생각하면,

지극히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베스트셀러를 추종하는 방식의 두서없는 독서는 결국, 남는 것 없이

시간만 낭비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독서는 나 혼자 떠나는 여행이 아닐까? 나만의 길을 걸어야 나만의 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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