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소식은 정말 깜짝 놀랄만한 뉴스였다.
우리나라 작가 중에는 고은 시인 정도만 후보로 언급되었을 뿐이니까.
한강 작가가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뉴스가 나온 이튿날 재미있는 일이 여러 곳에서 벌어졌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패널로 출연하는 류근 시인은 숙취가 어마어마한 상태로 출연해
진행자가 만류하다시피 해서 거의 말을 못 했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동료작가가
노벨상이라는 어머어마한 상을 받았으니, 아무리 동료라고 해도 마냥 축하하는 마음만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부러움, 시기심, 질투 같은 감정이 동시에 일어나는 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간적인 감정일 것이다.
그런 마음이 들 때도 소위 말하는 문학적 자극이 동료 작가들에게 충격적으로 다가갈 듯싶다.
그 충격의 에너지가 동료 작가들의 문학적인 자극으로 이어저 더 나은 작품으로 반영되지
않을까? 문학계에 적잖은 긍정적인 자극이 될 것이다.
노벨상 수상 소식 이튿날, 도서관의 서버가 다운되었다.
평소에는 거의 대출되지 않았던 한강 작가의 작품을 검색하기 위해서 갑자기 몰려드는 바람에
서버가 다운되었다고 한다. 온라인 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권은 전부 한강 작가의 과거
작품이 차지하고 있다. 오늘 구입을 하면, 책은 4~5일 뒤에 배송된다고 하니, 인쇄소에서
열심히 찍어대고 있는 모양이다. 출판, 인쇄 시장마저 활기를 찾을 듯싶다.
상장된 어느 온라인 서점은 주가가 상한가를 치고 장을 마쳤다.
우리나라 최초 노벨문학상 작품을 평소에 책을 읽지 않던 이들도 많이 구입하는 모양인가 보다.
사실, 읽어본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문학적인 훈련이 된 이들이 읽기에도 만만치 않은
작품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처럼 서가에 전시용이 될
가능성이 높을 듯싶다. 하긴, 뭐 안 읽더라도 우리나라 최초 노벨문학상 작품이 서가에
꽂혀 있으면 나름 근사하니까.
베스트셀러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나는 사람들의 그런 모습이 속물스러운 듯
싶어 거부감이 느껴졌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에서는 쏠림 현상이 군중심리 비슷하게 작동하는
모습을 그렇게 좋지 않게 보았다. 깜냥도 안 되는 영화가 쏠림 현상 때문에 천만을 가볍게
넘는 것을 보면서, 왜 그러는 거야?라는 생각을 한 두 번 한 게 아니다.
다만, 그다지 대중적이지 않은 소설을 썼던 한강 작가가 경제적인 보상을 받게 되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열풍이 불고 나면, 그 영향은 훗날 드러난다.
박찬호, 박세리, 김연아의 등장으로 해당 종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훗날 많은 후배들이 등장하고
인프라가 넓어지기도 했다. 문학작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독서 문화가 확대되면, 그전 보다
많은 작가들이 등장하고 순수문학시장도 확대된다. 문학을 접하는 이들이 늘어나면, 사람들의 교양 수준도
올라가기 마련이다. 생각해 보니,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 작가의 영광뿐 아니라, 한 국가의 문학, 독서,
출판을 꽤나 높게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을 현재의 한강 작가의 열풍을 보면서 느낀다.
노벨문학상 자체가 갖는 권위와 절대적 가치만 생각했는데, 그 파급효과가 생각해 보니 어마어마할 듯싶다.
그런 점에서 평소 책을 거의 읽지 않던 이들이 한강 작가의 작품을 묻지도 따지지 않고 구매하는 것을
비판적이었던 내 생각을 반성하면서, 이 열풍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 많은 사람들이 한강 작가의 작품을
구매했으면 좋겠다. 읽지 않으면 어떤가? 설령 읽지 않고 라면 받침대로 사용한다고 해도, 이제 우리나라
사람들도 노벨문학상 작품을 냄비 받침대로 사용하는 국가들 속에 들어섰다는 자부심(?)이 생기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