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에 만에 다시 본 달콤한 인생 내 마음대로 해석
영화든 소설이든 작품을 감상한 뒤, 리뷰나 감상평은 자신의 주관적인 시선이 있어야
가치가 있다. 유명한 영화평론가의 감상평이 유일한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마치 유일한 정답처럼 그 감상평을 추종하는 경향이 있다. 정답이 있는 감상평이라면
그 얼마나 삭막하고 재미없는 일인가?
한 작품에는 완성된 스토리가 있으니, 그 스토리에서 표현된 장면에서 완전히 벗어난
해석은 가치가 없겠지만, 그렇다고 자기 주관이 배제된 리뷰나 평도 가치 없기는 마찬가지다.
2005년에 개봉한 영화 '달콤한 인생'이 개봉했을 무렵, 블로그를 시작했었다.
달콤한 인생을 인상 깊게 감상하고 난 뒤, 완성도가 있으면서, 인상적인 명장면이
많았기에 리뷰를 작성하기에 최적의 작품이었다. 하지만, 힘들게 작성한 리뷰를
올리지 못했다. 다른 블로거들이 쓴 리뷰를 보니, 내가 쓴 리뷰는 헛소리만 잔뜩
늘어놓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리뷰를 하려면 영화에 대한 해석이 가능해야 하는데, 너무 심각하게 고민했던 걸까?
이 영화는 꽤 난이도가 높게 느껴졌다. 그래서 다른 이들이 쓴 여러 리뷰를
찾아보니, 마치 하나의 정답이라도 있는 듯, 공감이 많은 글들의 해석이
거의 다 같았다. 그걸 보고, 내가 쓴 리뷰를 보니 당연히 난 도대체 뭐라고
지껄여 놓은 거야? 하는 자괴감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결국, 써놓은 리뷰는 컴퓨터 어딘가에 저장해 놓았다가 시간이 흐른 뒤,
다른 파일과 휩쓸려 삭제되었는지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하니, 영화에서 느낀 인상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첫 장면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보며, 바람이 흔드는 것도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도 아닌, 네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라는 선문답에 주눅이 들어, 그 선문답에서
답을 찾으려고만 하니 쉽지 않은 해석이 되었고, 억지스러운 글은 내가 보기에도 불편하고
어색한 표현과 문장으로 점철되어 자신감을 잃고는 다른 사람의 리뷰에서 정답을
찾듯이 해답을 찾으려 하니, 중심을 잃은 리뷰는 완전히 가치를 잃어버렸고, 나 자신에게도
버림받은 셈이었다.
여기부터는 스포일러가 범벅입니다.
처음 영화를 본 지, 20여 년이 지난 2025년 여름에 이 영화를 tv를 보며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다시 보게 되었다. 우연히 보게 된 만큼 예능프로그램 시청하듯이 누워서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봤다. 가벼운 마음으로 보니, 예전에 너무 진지하게 보느라 가볍게 지나쳤던
장면이 꽤 중요한 포인트였음을 뒤늦게 발견했다.
등장인물들의 아주 사적인 감정이 이성의 통제에서 잠시 벗어난 순간,
바로 사건이 발생한다. 주인공이 두목의 젊은 애인을 감시하다 슬그머니 든 연정으로 인해
사건은 시작된다. 그리고 젊은 애인에게 이상함을 직감한 두목은 부하인 주인공을 추궁하고,
문제가 있었음에도 보고하지 않았음을 알아내고, 주인공을 죽음까지 몰아세우며 질책한다.
주인공은 두목이 총애하고 능력이 출중했던 부하라는 점을 생각하면, 지나친 행동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젊은 애인에게 젊은 남자애인이 생긴 것에 배신감 내지
분노를 느낀 늙은 두목이 그 화를 참지 못하고 분풀이를 가장 아끼는 부하에게 퍼부은 거다.
거대한 조폭을 이끄는 두목이지만, 감정 통제력은 그것밖에 안 되는 소심한 인물이다.
설령 그렇게 소심한 인물이 아니라 해도, 그 행동은 어린아이의 감정 통제력 밖에 보여주지
못한 거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과정은 조폭답게 근사하다.
"그 친구가 치명적인 작은 실수를 했다.' '사람을 내가 잘 못 본 거 같다.'
심지어는 그 유명한,
"넌 나에게 모욕감을 주었어!"
라는 말들도 그럴듯한 포장일뿐이다. 유치한 판단과 감정적인 행동은 결국 자신도
파멸로 빠져들고 만다. 그러는 순간에도, 앞서 언급한 '넌 나에게 모욕감~'
이따위 말을 하며 목숨이 오고 가는 순간까지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자신이 '달콤한 인생'을
산다는 착각에 빠져 허세를 부리다가,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음을 모르고 최후를 맞는다.
영화 중간에 주인공이 총기를 구하는 장면에서 등장한 총기 매매 두목도 허세라는 유치한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 그를 파멸의 구덩이에 처넣는다. 누군지도 모르는 이 앞에서 총알까지 앞에 두고
총기조립을 가르쳐 주는 쓸데없는 허세로 인해 말이다. 누군지를 늘 의심해야 총기매매상이 허세라는
유치한 감정에 빠져 '나 멋진 놈이지' 라며 스스로 만족해해다가 죽음을 맞는다.
그놈의 허세가 사람 잡는 줄도 모르고...
두목, 주인공, 총기매매두목, 백사장까지 모두 필요 없는 감정에 휩쓸려
일을 그르치는 정도가 아니라 목숨을 잃는 막장까지 치닫는다.
타인 혹은 나와 관계된 이가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가치처럼 우왕좌왕하면 그저
바라만 보면 된다.
거기에 괜한 감정을 투영해서 같이 흔들리면, 나 자신도 흔들리는 타인으로
인해 인생은 어느 곳으로 흘러갈지 모른다. 더군다나, 폭력의 가치가 우선인
조폭세계에선 그런 쓸데없는 감정노출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빠질 수 있는 위험한 일이다.
자기 인생이 멋지고 달콤하다는 오만감에 빠져, 현실을 만만히 보고 타인에겐
절대 보이지 말아야 할 감정이나, 유치한 감정을 걸러내지 못하는 순간, 관계는
금이 가기 시작하다가 파탄이 나기도 하고, 영화에서처럼 조폭에서는 자신의 안위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게 인생이라는 의미일까?
달콤한 인생이라고 믿는 현재에 만족한 이들이 작은 감정의 유혹에 살짝 발을 이상한
방향으로 트는 순간, 인생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달콤하기는커녕
무자비하게 위험한 세상일까?
ps:영화에 대한 해석이 엉성할지 몰라도, 이렇게 나만의 주관적인 시선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