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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한인생갱생 Jun 27. 2022

17. 한 번도 안 먹어본 음식 먹어보기

야키소바 빵, 카이막, 바노피 파이


전형적인 MBTI P형 인간 망갱이는 좋게 말하면 즉흥적이지만 평소에 굉장히 충동적이고 일을 몰아서 해치우는 경향이 있다.

물론 망갱이도 계획이란 걸 세우긴 한다. 그 공들임의 무게가 플래너가 아닌 포스트잇.... 정도...? 지만.


6월 26일 일요일, 오랜만에 혼자 이곳저곳 돌아다녀보려고 했는데 영 주제가 안 잡혀서 고민하다가 '한 번도 안 먹어본 음식 먹어보기'를 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메뉴'를 정할 때 큰 난관에 부딪혔다...!


음식에 진심인 망갱이는 안 먹어본 음식이 거의 없었다.

망갱이는 음식 스펙트럼이 넓어서 특정 음식이 당기는데 그 범위가 또래 친구들이 "떡볶이가 먹고 싶다"할 때 "레몬그라스 향이 세서 신 맛이 강하고 매콤 달달한 똠양꿍이 먹고 싶다" 한다.


심지어 싫어하는 음식도 찾기 힘들어서 온갖 향신료나 세계 여러 나라 음식을 즐겼다.

안 되겠다 싶어 지도를 펼쳐서(?) 나라를 나열해가며 안 먹어본 음식을 찾아 헤맸다. 정말 대표 음식은 거의 다 먹어본 듯했다.


달고 짜거나 날 것을 잘 곁들여 먹는 일본음식이나, 여러 재료와 기름을 잘 조화시킨 중국 가정식이나, 인도의 특이한 커리들과 사모사, 신선한 멕시칸 음식, 이탈리아, 프랑스, 베트남, 스위스 퐁듀와 치즈감자요리, 스페인 빠에야와 추로스, 토마토 홍합찜, 터키 케밥, 인도네시아 미고랭, 나시고랭, 른당.. 환장하는 태국요리, 클로티드 크림과 라즈베리 잼을 잔뜩 올려먹는 영국의 스콘, 블랙 푸딩이 올라간 잉글리쉬 브렉퍼스트......


안 먹어본 음식을 위한 서치라니... 정말 음식을 사랑했구나.

한참을 찾아보고 골라서 적당히 먹고 올 수 있는 거리에 있는 것을 선정했다.  


일본 가서 못 먹어본 '야키소바 빵'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서 유명해진 터키의 '카이막'  

영국식 고전 디저트인 '바노피 파이'


위치도 절묘했다. 홍대->신촌->신용산


야키소바는 많이 먹어봤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학생들이 한 손으론 자전거를 끌고 하교하면서 남은 한 손으론 들고 먹는 그 '야키소바 빵'이 먹고 싶었다.




일요일 아침부터 지하철을 타고 길을 떠났다. 날씨는 조금 톤다운되어 있었지만 비가 올 것 같진 않았다.

첫 번째로 도착한 홍대의 '아오이 토리'


홍대 아오이토리


일본 장인이 만드는 베이커리여서 꾸준히 인기 있는 빵집인데 직접 가보니 조금은 투박한 스타일이었다.

야키소바 빵은 좀 더 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작았다. 그래도 야키소바가 만족할 만큼 들어있었다.



짭짤한 야키소바가 적당히 쫄깃 퐁신한 빵과 잘 어울렸다. 뭔가... 어느 한쪽으로도 크게 부족함이 없는 맛이었다. 같은 베스트 메뉴인 메론빵과 명란 바게트는 약간 기대에 못 미쳐서 맛만 봤다.




두 번째로 홍대와 가까워서 걸어서 간 신촌의 '논탄토'

신촌은 정말 오랜만에 오는 것 같은데 일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사람이 너무 많지 않아 좋았다.

습도가 높아서 그런지 보이는 장면이 젖어있는 느낌? 수분 가득 신촌역 근처에 위치한 논탄토에서는 터키의 디저트 중 하나인 '카이막'을 팔고 있었다.


카이막은 우유의 지방을 모아 굳혀 크림처럼 만든 건데 마치 영국의 클로티드 크림과 흡사한 맛이 났다.

차이점이라면 카이막은 가열온도가 낮고 짧아 더 하얗고 우유맛이 많이 나고 클로티드 크림은 버터같이 고소한 맛이 난다고 한다.


카이막. 꿀과 함께 빵에 발라 먹는다


카이막은 꿀과 함께 빵에 찍어 먹는다. 백종원 아저씨는 '천상의 맛'이라고 표현했지만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 그런지 역대급 맛은 아니었다. 클로티드 크림에 꿀 섞은 거랑 별반 차이가 없었다.

텍스쳐가 약간 가볍고 신선한 느낌이 들긴 했다. 근데 모르는 사람이 먹으면 그냥 생크림에 빵 찍어 먹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꼈을 것 같다.

카이막은 이제 터키에 가지 않는 이상 굳이 찾아서 먹진 않을 것 같다.


세 번째로 간 곳은 용산역 근처에 있는 '스톡드'

인기 있는 카페답게 사람이 많았다. 운이 좋아 대기 없이 들어갔다.



카페 소개에는 뉴질랜드, 호주 스타일 수제 디저트 카페라고 되어있는데 오늘 먹을 '바노피 파이'는 사실 영국의 고전 디저트이다. 잘게 부순 다이제 비스킷으로 만든 파이 틀에 토피, 캐러멜, 바나나, 크림 등을 차곡차곡 쌓아 만든 파이인데, 그 식감이 정말 매력적이다.



맨 밑의 파이지는 비스킷이 약간 꿉꿉한 설탕을 씹는듯한 독특한 식감을 주고 파이지 바로 위의 캐러멜 소스는 '누가'를 먹는 듯한 진득함과 극강의 달콤함이 휩싸이고 큼지막하게 들어간 바나나와 하나는 쫀쫀하고 다른 하나는 부드러운 두 가지 종류의 크림이 조화를 이룬다.



바나나를 좋아한다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디저트이다.

좀 많이 달다 싶었지만 계속 손이갔다. 포크질을 멈출 수 없는 마성의 조합. 오늘 먹은 것 중에서 야키소바와 동등하게 만족했다.


바쁘게 잘 돌아다녔더니 평소보다 훨씬 많이 걸었다.

아직은 체력이 나쁘지 않다고 느꼈다.

체력을 더 길러서 아직 못 먹어본 온 세상 음식을 다 먹어보고 싶다.

돼지 망갱 돼갱(되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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