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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한인생갱생 Jun 29. 2022

[공지/근황] 생일 주간 근황과 작은 공지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재는 것 없이 실컷 좋아해 보기


어느덧 브런치에 글 쓴지도  달이 조금 넘었다.

처음엔 습관 갱생을 주제로 포부 있게 시작했는데,

그 갱생이 챌린지 같아지더니 "안 해보면 후회할 리스트"를 만들어서 글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그 도전들이 갱생의 성격을 갖고 있고, 어쩌면 버킷리스트 같을지도 모르겠다.


글을 쓸 때 너무 행복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걸 오랫동안 하기 위해선 스타일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지금은 주 3회 월수금을 목표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보니 문제점이 두 가지 정도 생겼다.


1) 챌린지의 성격을 띠니까 월수금을 주기로 하기엔 너무 짧다.

예를 들어 밀가루 끊기 챌린지를 하더라도 그게 적어도 일주일이나 한 달 정도는 돼야 변화나 의미를 느낄 수 있는데 2~3일은 도전 기간으로 너무 짧다.

더 많고 다양한 도전을 이어가고 좋은 건 습관으로 자리 잡고 싶은데 주기가 짧으니 그게 어렵다.


2) 챌린지나 갱생 글뿐만이 아니라 평소 일기나 근황, 짧은 소설, 에세이 등 다양한 글을 자유롭게 기고하고 싶다.

어둡고 딥-한 글이나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잡지 칼럼 같은 글도 많이 써보고 싶다.


그래서 업로드 일정을 정규 업로드와 자유 업로드 두 가지로 나누기로 했다.

#정규 업로드는 "갱생, 챌린지 관련한 글"을 1~2주 간격으로 올리고 도전의 퀄리티와 의미를 높여 볼 생각이다.

#자유 업로드는 "일기, 에세이, 근황, 짧은 소설, 기행, 시" 등의 다양한 글을 자유롭게 올릴 생각이다.

주기는 정규 업로드의 사이사이에 주 2회 이상 정도(삘받으면 매일이 될 수 도 있다)가 될 것이다.

자유로운 글이라 주제에 따라 분량은 천차만별이겠지만 그냥 흘러가면 아까운 일상과 생각 기록용으로 적합할 것 같다.


정규 업로드는 제목에 지금처럼 '숫자'가 붙을 것이고  EX) 19. 망갱아 밀가루 끊기 2주 해볼래?

자유 업로드는 제목 맨 앞에 [대괄호] 안에 글의 형식이 붙을 것이다. EX) [에세이] 우리 할머니에 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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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망갱이는 생일 주간에 돌입했다.

아직 생일이 되지도 않았는데 친구들을 잔뜩 만나고 축하받고


얼그레이 하이볼....맛있다......


먹고 마시고



먹고 마시고



한창 묵은지 키토 김밥에 빠져서 연속으로 사 먹기도 했다.


정말... 잘 먹고 다니는구나... 치솟는 물가와 기후 위기, 식량 전쟁이 키워드가 되는 요즘에도 잘 처먹는구나...

스물다섯밖에 안 먹은 애들이 이십 대 초반을 곱씹으며 후회를 나누기도 하고 '그땐 좋았지' 하며 만담을 나누었다.

잔뜩 어른스러운 척 하지만 100세 인생 중 1/4을 살고 한 번쯤 돌이켜보는 인생사는 은근히 즐거웠다. 그래 이 나이땐 눈 딱 감고 이런 철없는 얘기를 나눠야 재밌지.





자되는 공통된 주제는 '무언가를 좋아하거나 도전하기에도 너무 귀찮을 때가 있다.'였다. 

스무 살 초반에는 정말 앞뒤 생각 없이 저질렀다면 이젠 일을 벌이기 귀찮아서 무언가를 온전히 파기에도 힘에 부친다는 것이다.(...?)



그래, 아직 체력이 부족한 건 아니다. 밤샘 술자리는 무리겠지만 바쁘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요령을 알아버렸다.

그래서 굳이 힘들이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 다 아는 고통을 빚져 놓고 할부로 느끼고 싶지 않다. 

감히 말하자면 어른들이 지적하는 '요즘 청년들의 문제'의 단면이다.

누가 사서 고생하고 싶어 하겠나. 고생 끝에 낙이 보장된 사회도 아닌데.

네가 너무 어려서 하는 얘기라고 한다면, 본능적으로 고통을 피하고 싶어 하는 동물적 감각으로만 봐주길 바란다.

그렇다고 계속 도피만 할 순 없겠지. 이렇게 슉슉 잘 피하다 보면 곧장 홈리스 노인이 되어버릴 것 같아 너무너무 두렵다.



갑자기 너무 깊은 이야기를 했는데 결국 뭐 하나에 푹 빠지는 것도 피하게 된다는 얘기다.

한창 학생 때 일본 애니메이션에 환장하던 때가 있었다. 부정확한 발음의 일본어 노래를 줄줄 외우고 캐릭터를 덕질했다.

때는 외향적이고 사람 좋아하는 성격이라 모두 내가 애니를 본다는 사실을 몰랐다. (중학교 때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반장, 부반장을 도맡았다)

조용히 애니를 좋아하는 친구를 찾아가 관련된 대화로 말을 걸거나 같이 덕질하는 것도 소소한 기쁨 중 하나였다.


시기가 조금 늦었지만 아이돌 가수를 좋아해 본 적도 있다. 공식 스케줄을 따라다니는 극성팬은 아니었지만 틈만 나면 관련 영상을 찾아봤다.

나는 그랬다. 중국어를 배우고 싶으면 중국어를 배우고, 기타를 배우고 싶으면 기타를 배워보고, 칵테일에 관심이 생기면 열심히 준비해 자격증을 땄다.

좋아하면 온 신경을 쏟아 듬뿍 좋아했다. 후회는 남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뭐 하나를 좋아할 것 같으면(무언가가 내게 스치면) 조금 조심스러워진다.

열과 성을 다해 좋아하면 뭐가 남을까 싶기도 하고(좋아하는 것에도 이해관계를 따지고 있다), 내 나이에(지금 시기에) 무언가에 푹 빠져버려도 괜찮을지 약간 두려운 것이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지만 주변 사람들의 걱정스러운 눈빛은 기본 베이스가 되고, 항상 내가 나의 인생 진도를 신경 쓰고 있다.



아침과 점심을 안먹고 가서 오징어와 카라멜 팝콘을 영화 시작 전에 다 먹었다(!)


주저리 글을 써보았지만 이게 다 남동생이 최근에 추천한 애니메이션 때문이다.

'주술 회전'이라는 애니메이션이 인기여서 넷플릭스에 있길래 봤는데 이럴 수가, 다음화를 멈출 수가 없었다.

이틀 만에 24화를 다 보고 극장판도 이미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다음 주면 완전히 종영하는 상영 끝무렵, 홍대 메가박스에 한 두 타임이 남아서 바로 예매했다.


보고 온지 이틀 됐는데 감격에 겨워 몰려오는 감정을 아직도 느끼고 있다. 일본 애니지만 극장판은 한국인 감독이셨는데 정말 잘 만들었다.

액션, 스토리, 명대사까지 너무너무 좋았다.

시즌 2를 기다리며 만화방에서 하루 죽치고 앉아 원작 만화책을 볼 계획까지 세웠다. 한참 유행할 때 진작에 볼걸...!ㅠㅠ




또다시 무언가를 좋아해 볼 마음이 한가득 피어난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다시피 걱정이 앞선다.


그때 내게 주술 회전 극장판 영화는 큰 울림이 되었다.

주제가 독특했다.

'순애.'


그냥 로맨틱한 사랑이 아니라, 이왕 사랑할 거면 모든 힘을 다해 듬뿍 사랑하는 것.

눈치 보지 말고 모든 것을 쏟아부어 사랑하는 것.

기브 앤 테이크가 아니라 나를 내려놓고 상대가 어떤 모습이 든 간에 온전히 사랑하는 것.

마치 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에서 말한 추앙과 상통하는 말이었다. 아가페적인 사랑.


이를 접목시켜 나도 좋아하는 것에 스스로 한계를 걸지 않기로 했다.

건강하게 좋아하면 후회 따위 남지 않는다. 설령 누군가 그것을 시간낭비로 보더라도 내 인생에서 의미 있으면 된다. 


평소 좋아했는데 오늘 글의 내용과 비슷한 노래의 구절로 마무리해보려고 한다.

지금 나의 상황이나 주제를 생각하지 말고, 객체가 '나'이든, '내가 좋아하는 것'이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든 간에 후회 없이 사랑해보자.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 보니

우린 젊고 사랑을 했구나


이상은_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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