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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한인생갱생 Feb 12. 2023

[고시원18] 로즈쿼츠 세레니티

요즘 재수학원 비용


월세는 다음 달부터 오르고 망갱이는 갑자기 허리통증이 시작됐다.

하루에 평균 16시간은 앉아있었던 탓인지 2주째 허리가 아프다.

허리를 숙여서 물건을 집으려면 통증이 상당해서 최대한 앉아서 집는다.

나름 스트레칭도 하루에 3번은 해줬는데 기본적인 서있는 시간 + 걷기 시간도 부족하다 보니 이 사단이 난 것 같다.


무엇보다 월세 오른 게 너무 스트레스였다.

책값과 온갖 컨텐츠 값만 해도 어마어마한데 한달에 50씩 땅에 던지는 느낌...










내가 학원을 안 가는(못 가는) 이유가 있다.

내가 고3 현역이었을 때는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재수비용이 정말 많이 올랐다.


평균적으로 한 달 "수업 비용"만 약 180~200만 원이다. 

심지어 저 200이 책값, 컨텐츠값(모의고사 등), 급식비, 교통비, 자습실비용까지 제외한 금액이다.

책값도 예전과는 크게 다르다. 학생 때 1~2만 원으로 한 권 샀던 문제집은, 지금 기본 개념서만 1권에 5만 원을 호가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재수종합학원은

"시대인재"와 "강남대성"이다.

시대인재는 매년 정시(수능)로 따졌을 때 의대 입학 정원의 1/2을 차지하는 성적을 낸다. 정시로 서울대 의대 입학생 중 반절이 시대인재 출신이라는 뜻이다.  

시대인재는 수업비용이 200을 조금 넘긴다.

한 달에 내야 하는 돈을 계산해 보면

200(수업)+책값(60)+자습실(20)+급식(25)+콘텐츠 비용@(후반에는 120까지)+교통비(9)

=315+@


집이 멀어서 근처 고시원이나 학사에서 통학한다면 월세와 생활비 소량을 조금 포함해서

월 약 400+@ 만원...

2월 말부터 11월 중순. 대충 3~11월로 치면 9개월.

400 * 9 = 3600만 원


월급이 400+@ 안 되는 사람도 수두룩한데 재수비용에 월 400을 쏟는다?

공부를 열심히+잘한다고 해도 수능은 운도 작용하는 시험이니 마치 큰돈을 붓는 도박 같다.










객관적으로 따져봐도 인강을 통한 독학이 합리적이었다. 그나마 좀 더 몰입하고 싶다는 취지로 고시원을 선택했는데

몰입도 건강이 어느 정도 바쳐줘야 가능한 것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허리가 아니라 온몸이 작살나겠다.

제대로 챙겨 먹는 것도 아니고, 움직임이 있는 것도 아니고, 햇빛을 보는 것도 아니다.

삐걱거리는 오래된 침대는 토퍼를 깐 맨바닥만도 못했다.

그리고 생각해 뒀던 자금 부족... 양질의 컨텐츠 하나를 더 접하는 게 중요하다.


부모님과의 상의 후 고시원을 나오기로 정했다. 12월 20일에 들어왔으니 2월 19일에 나가는 걸로.

딱 2달 살고 나오는구나... 솔직히 이리저리 근성 없다고 부모님이 나무랄 줄 알았다.

하지만 아빠가 의외로 공부가 안된다면 이곳저곳에서 해보라고 말씀하셨다. 도서관도 좋고 스터디카페도 좋으니 하고 있는 공부만 지속하면 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장소를 어느 정도 바꿔주는 게 정신도 환기가 되는 거라서 고시원처럼 골방에 박혀있는 것보단 괜찮을 거라고 덧붙이셨다.


총무님께 말씀드리니 꼭 망갱씨처럼 제일 깔끔하고 규칙 잘 지키는 사람이 먼저 나간다며 아쉬워하셨다.

남은 기간 조금 데면데면할 줄 알았는데 여전히 친절하시다.







오늘(2/12)로써 이제 일주일정도 남았다.

남은 고시원생활을 잘 정리하고 공부도 잘 이어가자.

고시원일지는 1~2개 정도 더 쓸 것 같고 그 후로는 다시 (수험+) 일상글로 돌아간다.

고개를 들어봤더니 하늘이 예쁘다. 완전 로즈쿼츠 세레니티 색이다.

오묘한 색감이 기분을 몽글몽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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