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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한인생갱생 Feb 15. 2023

[고시원19] 고시원에서 야동 크게 틀어놓는 남자

끝물에 신기한 사람을 보네...

  

오늘은 2월 15일 수요일.


월세니까 19일이나 20일에 나가도 되지만, 18일 토요일 오후에 부모님이 차를 가지고 오셔서 나가기로 했다.

일요일은 부모님이 바쁘시기도 하고, 몸과 마음이 편한 집에 빨리 가고 싶은 마음도 있고.

고시원 생활이 목/금/토 오전. 대강 3일 정도 남았다.


입주자가 대부분 재수생(95%)이거나 직장인(5%)이고

2층에는 재수생(20대초반 남녀), 직장인(여성), 총무님

3층에는 직장인(남성), 나이 많아 보이시는 분들(남성)

이렇게 나눠져 있어서 청결면에서도 쾌적했고 다들 매너도 좋았다.


남녀분리가 안되어있었지만, 2층에 거주할 수 있는 남성은 20대 초반 재수생이고

수험생이라 음주도 거의 하지 않아서(대부분 하루종일 학원에 있어서)

소란을 피우는 일도 없었다.

20대 초반에 공시생이 대부분인 고시원에 살 때는 진짜 이상한 사람도 많았다...

진심으로, 공부를 하는 게 아니라 병원을 가셔야 되는 분도 얼핏 얼핏 있었다.







하지만 며칠 전에 입주한 분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분의 방은 2층의 한가운데이다.

복도에서 우연히 본 적 있지만 그분의 외모를 묘사하진 않겠다. 그냥 남성 1이다.


일단, 고시원 특징을 아예 모르시는 건가 싶었다.

이 고시원은 방음이 나름 괜찮지만, 그래도 '보통 음량'의 통화소리나 샤워기 소리정도는 당연히 들린다.

영상을 볼 때도 다들 이어폰을 착용한다. 소리가 들리는걸 다들 알기 때문에...


며칠간 겪은 일을 서술해 보자면,


1. 마치 원룸에 사는 것처럼 친구와 큰소리로 통화한다.  

2. 영상이나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빵 터지면 크게 웃는다. 키득거리는 것도 아니고 그냥 깔깔깔 웃는다. 남성분이신데 처음엔 여자목소리인 줄 알았다. 

3. 지금도 프로미스나인 노래 틀어놓고 어딘가로 나갔다...(고시원 특성상  문 열고 닫는 소리 다 들린다. 특히 여긴 도어록이라서...)


4. 오늘 오후에 드디어 들어선 안 될 소리를 듣고야 말았다...

나는 내 귀가 이상해진 줄 알았다.

나를 계속 달래가며(?) 아니야, 애니메이션이겠지, 아님 드라마나 영화겠지... 아닐 거야, 아닐 거야... 하면서 공부를 하는데


분명 야동이었다...

야동 보는 걸 뭐라 하는 게 아니다. 남성은 당연히 보는 거지. 보는 게 건강한 거고... 근데 누가 저렇게 대놓고 틀어놓고 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가운데 방이라서 쩌렁쩌렁 울린다. 씬만 기막히게 골라 보시는 것 같다........


입주자 특성상 대부분 하루종일 학원에 있어서 방은 거의 비어있다.

윈터스쿨 혹은 재수조기선발반을 다니는 사람들은 지금 학원에 있지만(80%),

2월 말부터 시작하는 종합반을 시작하려는 사람은 아직 고시원에 계속 있다.(그분 포함) 나는 학원을 안 다녀서 계속 있는 거고...

이게 무슨 말이냐면... 저 소리를 나만 들었다는 거다...... 총무님은 1층 사무실에 계시고....


일단 총무님께 야동 언급은 하지 않고, 너무 시끄럽다는 직접적인 언급도 하지 않고,


"가운데 방분 새로 들어오셔서 그런지 방 안 소리가 들리는 걸 모르시는 것 같아요...^^^^^(웃음웃음)" 하면서 돌려 말해놨다.

"저는 어차피 곧 가니까 상관없는데 나중에 총무님이 말씀해 주시면 좋겠다~"라는 말도 붙였다.


으아.... 괜히 무섭다....... 그분은 아무렇지 않으실 수도 있지만, 내가 들었다는 입장만으로 너무 무섭다..........

빨리 집 가고 싶다...... 나만 들었다는 것도 싫다..............




최근에 간 고요베이크샵. 말샷추+당근 크림치즈 컵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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