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알바하지 마세요 젊은이여(2)
젊은이가 젊은이의 알바를 말리는 이유
여러분에게 다소 따뜻한 시선으로 '알바가 고생스럽다'고 말리는 것이 아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얻는 장점과 시너지는 정말 많다. 인간관계에 대한 사회생활이나, 소비나 저축을 통한 경제습관을 경험해볼 수도 있고, 기본적으로 궁핍한 재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준다.
나는 알바를 '경험 삼아 한 번 해보겠다'는 말을 정말 좋아한다. 집안이 망해서 가세가 기울어지거나 자신이 가장이 아닌 이상, 알바는 '경험 삼아 한 번 해봐야 하는 것'이다.
내가 지목하는 건 무의미한 '알바 중독'에 걸린 청년들이다.
'번 돈을 대부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바라도 안 하면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고 불안해서 일을 계속하는지'
'알바를 하면서 저축/진로와 관련된 경험/도움이 되는 인맥 이 세 가지 중에 얻은 게 있는지'
를 생각해보면 자신이 '알바 중독'인지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제일 중요한 '번 돈의 쓰임 여부'를 살펴보자.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가정형편의 사정으로 알바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혹시 당신은 딱히 필요한 게 없는데, 잔고 없는 통장이 허전해서 알바하는가?
월급 전엔 대략적인 액수를 계산하면서 갑자기 필요한 물품이 생겨 리스트를 적어 놓고,
월급이 들어온 주에는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분 좋게 계산하는가?
당장 사야 하는 물건도 아닌데 비교적 쉽게 결제하거나, 한 달 동안 열심히 일한 나에게 주는 보상이라면서 가격을 신경 쓰지 않고 음식을 주문하거나, 평소에 생각지도 않은 사치품을 고민한다면, 당신은 알바 중독일 가능성이 높다.
망갱이도 이런 현상을 심하게 겪어서 항상 핸드폰 메모장이 빼곡했는데, 그 리스트를 좀 훔쳐보자.
-닌자 블렌더(16만 원)/요리용 토치
-젝시믹스 레깅스 신상+아이스페더(약 10만 원)
-시디즈 서울대 의자(19만 원)/데스커 무빙 책상(46만 원)
-브라운 렌즈/쨍하고 쥬시한 여름 틴트/러쉬 팩/메이크업 브러쉬 세트
-속눈썹 펌/미용실에서 머리 바꾸기
-뉴발란스 운동화/여름 구두 or샌들/여름바지/원피스(폴로)/여름 셔츠(폴로셔츠)
-질 스튜어트 쇼퍼백(노트북 가방) _망갱이는 현재 노트북이 없다...(?)
-가산 스포츠 마사지or강남 구동명 수기 마사지
-식객 전권/셜록 원서 전권(한+영)/해리포터 원서 전권(한+영)
-냉면 세트/아티제 얼그레이쉬폰케이크/오월의종 호밀 깜빠뉴/카라멜콘 신제품 크로와상 맛/이삭토스트/투썸 쑥 라떼 아이스/치킨/공차/맛소금팝콘/비비빅 흑임자맛/맥도날드 라떼 핫/바질페스토/클로티드크림/라즈베리잼/맥도날드 허쉬프레첼맥플러리/신상 과자 쁘띠파리 롤브레드/마제소바/블랙소유라멘/밀푀유슈/카멜커피/자허토르테 케이크/라조콩드 말차팥 케이크/바이바바 스콘, 쿠키슈 디저트 모든 종류/직화곱창/딸기생크림케이크/피넛버터쿠키,다크초코칩쿠키/쟝블랑제리 생크림단팥빵,버터프레첼/선매떡볶이/스너그로스터리 플랫화이트/던킨 소금우유도넛/스마일찹쌀꽈배기/드립하우스 치즈케이크,스모어 쿠키/떠카나주 약과+서울우유 아이스크림/마녀김밥/토레스 트러플 감자칩/올드페리도넛/노티드도넛/랜디스도넛/문래 양키통닭/탐스피자 버팔로윙/도제식빵/할랄가이즈/곤트란쉐리에 크로와상/삼첩분식 바질크림떡볶이
양심에 손을 얹고 이 리스트에서 손에 넣지 못하면 내 사회적 평판이 무너지거나 세계 평화가 저하되는 물건은 없다. 하지만 목록은 언제든지 점차 늘어가고, 돈이 생기면 죽죽 지워나가기 바빴다.
정말 무서운 소리를 하자면 음식에 진심인 망갱이는 약 80% 이상이 엥겔지수였고,
위에 적은 음식 리스트는 한 달도 아니고 딱 2주 동안 실제로 구매해서 처 먹은 것들이다. 전 편의 주제가 폭식이었는데 잘못된 월급 소비는 폭식도 자주 불렀다.
두 번째로 '알바라도 안 하면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고 불안해서 일을 계속하는지'를 체크해보자.
무언가 갖고 싶은 물건이 생겨서 목표금액만큼 일한다면 나름 좋은 태도이다.
하지만 그저 '할 게 없어서 알바라도 해야지'는 조금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누구나 알듯이 시간은 소중하다. 젊은 나이대라면 더더욱.
하지만 알바에 그만큼 시간을 투자하고 받는 벌이는 대부분 어디로 쓰이는가?
남들이 달려 나가고 있는 것 같아서, 빠른 취업과 깊은 학업을 보고 마음이 조급해져서,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한다면 당장 그만두자.
돈이 없어서 자기 계발과 진로탐색을 못하겠다고? 이 세상에 청년이 공짜로 누려야 할 것들은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작은 혜택이라도 건질 수 있도록 열심히 찾아봐야 한다.
자기 계발이나 진로탐색을 위한 '어떤 목표'가 잡히고 그 금액을 빠르게 버는 것도 좋다. 단기 알바(야구경기나 공연 스태프, 단기 사무보조 등)를 적절히 이용해보자.
진로와 적성은 가만히 고민한다고 생기는 게 아니다.
아르바이트할 시간에 진로와 적성을 찾기 위한 '발품'을 팔자.
지금까지 말한 '무의미한 알바를 말리는 이유'를 함축적으로 나타낸 마지막 물음을 체크해보자.
'알바를 하면서 저축/진로와 관련된 경험/도움이 되는 인맥 이 세 가지 중에 얻은 게 있는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해서 셋 중 하나라도 제대로 남은 게 있다면 당신의 알바는 그저 시간만 버린 고통만은 아닐 것이다.
젊은이여, 1차원적인 쾌락을 위한 무의미한 알바는 그만두고 다른 경험을 추구해라.
정 할 게 없으면 도서관에서 책이라도 읽어라. 너무 젊은 꼰대 같은가? 뭘 해야 될지 모르겠거나 작은 도전을 지속하고 싶으면 앞으로 업로드될 망갱이의 갱생 목록을 하나씩 따라 해 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