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4. 알바하지 마세요 젊은이여(1)

해본 알바만 nn개인 나의 알바 이야기

by 망한인생갱생


젊은이한테 아르바이트를 하지 말라니, 그럼 다 늙어서 알바하려고?

제목에 반감을 가지고 들어온 분들이 많을 텐데, 우리 한번 찬찬히 망갱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망갱이는 아르바이트 경험이 많다.

그냥 많은 게 아니라 진짜, 너무 많다. 그 개수만 따져도 nn개 정도다.

망갱이는 18살이 되고 학교를 자퇴했다. 문제아는 아니고 모범생에 가까웠으니 눈 딱 감고 믿어주자.

자퇴 후 망갱이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18살부터 25살인 지금까지 시기 상 한 달 이상 쉬지 않고 계속 알바를 하고 있다. 요즘은 크게 돈 필요한 일이 없어서 단기 알바만 가끔씩 한다.




첫 아르바이트는 글로벌 대기업! '배스킨라빈스'였다!

'글로벌 대기업'이라니, 웃으라고 붙인 수식어이다. 최저시급보다 조금 덜 받고 일했으니까.


지금에야 고등학생도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는 추세지만, 그때 당시에(7년 전이다) 웬 어려 보이는 자퇴생 여자애가 검정고시 합격증을 들이밀며 면접을 보니, 점장님은 의심의 눈초리를 걷을 수 없었다.

합격 멘트를 미루고 계속 "나이가 너무 어려서.."라는 말만 반복했는데, 조급해진 나는 겁 없이 점장님께 제안을 하나 했다.

"저 정말 성실하게 일할 수 있습니다. 좀 불안하시면 딱 이틀만 일하게 해 주세요. 돈은 안 주셔도 됩니다."

그때서야 표정이 편안해진 점장님은 나를 채용했고, 나의 첫 알바가 시작됐다.


주휴 수당은커녕 최저도 간신히 비슷한 금액으로 내림(?)해서 받았었지만, 초짜인 내가 일 배우기에는 최적화된 곳이었다. 점장님께는 마치 알바지만 자기 가게인 듯 꼼꼼히 일하는 방법을 배웠고, 오래 일한 K오빠에게는 그날 기분이 서비스 태도가 되지 않게 감정 조절하는 법도 배웠다.




그 후로 영등포 타임스퀘어의 한 식당에서 평일 풀타임(12~22시) 홀서빙 알바를 병행하더니 돈맛에 들려 종류를 바꿔가며 알바를 계속했다. 이력서는 점점 칸이 모자랐고 면접은 수월해졌다.

갓 스물 된 나는 체력과 무모함에 한껏 자신 있어서, 고된 일도 마다하지 않고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덕분에 어떤 고약한 유형의 사람이라도 웬만큼 비위를 맞출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크게 생각나는 것만 적으면 다음과 같다.


배스킨라빈스, 타임스퀘어 홀서빙(2곳), 생과일주스 가게, 조개 전골집, 돈가스 클럽, 규동 전문점, 홍루이젠, 와플대학(2곳), 신전떡볶이, 초밥집 홀서빙, 가산디지털단지 회사 건물 1층 카페, 강남 신세계 백화점 팝업스토어 빵 판매 및 제조, 고척돔 야구 staff, 추석 송편 공장, 컴포즈 커피, 동탄 쿠팡 일용직...


많게는 세 개씩 병행하면서 돈을 벌었지만, 대부분 20~21살 자취 비용 월세로 날렸고, 그 외는 놀고먹는데 다 써버렸다. 그래서 지금까지 쉬지 않고 아르바이트했지만, 모은 돈은 0원이다.


돈이 생기니 씀씀이가 커지고, 분수도 모르고 주변 사람을 챙기기까지 해서 다들 내가 부족함이 없어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부족함이 없어 보이고 여유 있어 보일 수 있게' 돈을 썼다.

이십 대 초반에는 자잘한 돈에 머뭇거리고 싶지 않았고, 오직 '가오'와 '인정받기 힘든 경험'만 남은 채 시간만 사라졌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3. 폭식증의 굴레(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