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대부분의 날에서 망갱이의 수분 섭취는 정말 사막이었다. 이렇게 수분 없는 인간이 다 있나.
각종 미디어는 물론이고 집에서도 물 좀 마시라는 소리를 들어왔지만 제 멋대로 사는 망갱이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망갱이가 물을 잘 마시지 않는 이유는 하나였다. 화장실 가기가 귀찮기 때문!
초중고를 다닐 때도 화장실 가는 타이밍은 루틴처럼 정해져 있었다. 아침에 한 번. 오후에 집에 와서 4~5시쯤에 한 번. 자기 전 씻을 때 한 번. 물을 최소한으로 먹기에 가능한 루틴이었다.
망갱이는 어렸고, 지금도 굉장히 젊다! 그렇기에 아무 생각 없이 물을 마시지 않았다.
25살이 된 망갱이. 매년 그랬듯이 신년 목표를 세우고 1~2주 지속하다 그만두는 짓을 반복하고 있었는데, 그중 기본 패시브 같은 '하루에 물 2L 마시기'도 여전히 끼어있었다.
원래 물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하루에 물 2L가 무슨 도전이냐 할 수 있겠지만, 메마른 망갱이에겐 제일 빨리 때려치우는 도전 중에 하나였다. 하루에 물 2L를 마시려면 굉장한 부지런과 화장실로 여러 번 달려가야 하는 체력이 필요한 점을 아시는지? 초반엔 기운 빠져서 못 마시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아침에 일어나서 물을 마신다는 자체가 고역이었다. 생수의 미묘한 맛은 예민한 망갱이의 속을 건드렸고(불닭볶음면을 잔치국수처럼 마시지만 이럴 때만 예민함) 아침에 물을 마시면 구역질이 났다.
그래도 망갱이는 쉽게 꺼지기도 하지만 쉽게 불타오르는 성격이라 이내 물 마시기 도전을 반복했다.
어느 날, 오후였나. 정말 목이 말라서 물을 마시고 싶은 순간이 찾아왔다. 예전엔 아주 가끔 그랬는데 그 횟수가 점점 늘어나더니 내 몸이 물을 간구하는 느낌이 났다.
'엄마 나 나이 들었나 봐(욕먹기 딱 좋은 소리다) 쉽게 목마르네.'
'너 그러니까 물 좀 많이 마셔. 물 마시면 이러이러한 효과가 얼마나 좋은데~ 블라블라 블라~'
그래서 하루 2L 마시기 도전을 '또' 시작했다. 내 갱생의 과정과 비슷하다. 실패해도 '또' '또' '또' 도전하는 것이다. 어차피 이것저것 해보면서 평생 습관 만들기를 하고 있는 거니까.
물 마시기는 실패한다고 해서 폭식이 터지는 것도 아니고 정신적으로 결핍이 생기지도 않으므로, 초반엔 약간 강박의 도움을 받는 게 효과가 좋았다. 예를 들어 한 2주 정도는 하루에 2L를 꼬박꼬박 마셔주는 것이다. 시간을 정해 놓아도 괜찮다.
조금씩 자주 나눠마셔야 된다는 얘기를 하지만 무시해도 좋다. 2L 마시기도 바빠 죽겠는데 그걸 귀찮아서 어떻게 조금씩 자주 먹는가.
나 같은 경우엔 아침에 일어나서 양치하고, 500ml를 원샷했다. 마치 로봇에 연료 주듯 꼭 밥 먹기 전에 다 마셔주었다. 그리고 오전 중에 500ml 한 잔을 마셨다. 이건 공부하면서 마치 생맥주 500ml를 들고 온듯한 시늉을 하며(애쓴다...) 점심 전에 다 마셨다. 조금씩 자주? 최대한 해보려고는 했는데 성격이 급해서 조절이 안됐다.
그리고 3번째 500ml는 점심식사와 함께 먹었다. 밥 먹으면서 물 먹으면 위장에 안 좋대나 뭐라나 그런 건 튼튼한 망갱이의 위장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내가 물을 마셔준다는데 말이야, 위장 놈이 감사해야지! 뭘 더 바라?
밥과 물을 같이 먹으면 좋은 점이 하나 있었다. 배부름이 오래간다. 그리고 중간중간 물 마시느라 섭취를 쉬기 때문에 천천히 먹기에 조금 도움이 된다.
마지막 500ml는 오후 4시 전에 마셨다. 나 같은 경우엔 운동 중에 마셨다. 근력운동을 하면서 잠깐잠깐 쉬는 타이밍에, 유산소 뛰면서 목이 메마르기 전에. (작은 팁 < 러닝머신 뛰면서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출렁출렁 옆구리가 아프기 때문에 목을 적셔주는 정도로만 마시는 게 좋다.)
오후 4시 전에 마신 이유는 저녁에 물 마시면 자다가 화장실 갈 수도 있고 아침에 소변이 너무 급해질 때도 있어서...:)
운동 중에 다 마신 건 아니고 200ml 정도 남겼다가 운동 다 끝나고 원샷해주는 의식(?)도 치렀다.
그럼 동시에 그날 하루에 해야 할 두 가지 일을 해낸 것이다. 운동과 물 2L 마시기! -> 뭔가 해냈다는 마음에 자존감 소폭 상승!
이렇게 물을 마시면서 실패한 날도 당연히 있다. 1리터만 마신 날도, 500ml만 마신 날도 있었다. 하루 종일 아예 마시지 않았으면 냉수 한 컵(200ml)이라도 마셔주었다. 근데 별로 신경은 안 썼다. 어려운 일도 아니고, 물이 안 당기는 날도 있는 거지. 내일 다시 2L 마시면 되는 거지. 하루에 물 2L 마시기는 3달째 순조롭게 지속되고 있고, 나는 오늘도 당연히 2L 마셨다.
물은 많이 마시는데 저염식 하면 저나트륨 혈증이 와서 샤워하다가 또는 더운 여름에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실신할 수 있어요. 어떻게 아냐고요? 스무 살 초반 경험해 본 어리석은 일 TOP10 중 하나입니다.
갑자기 얘기가 다이어트로 흘러가는데, 나트륨은 칼로리가 없고 살이 찌지 않습니다. 살은 짜게 먹어서 찐 게 아니에요 뭘 많이 드셨겠죠. 그냥 일시적으로 붓는 거예요. 소금은 여러분 삶에 굉장히 중요합니다. 신장병이나 고혈압이 아닌 이상 적당히 드셔야 돼요.
2. 생수가 제일 좋지만 힘들다면 보리차도 같이 드세요! 비율은 자유롭게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하세요. 물 대신 먹어도 되는 건 무조건 '보리차' 뿐입니다. 기억하세요.
저는 동서식품에서 나온 2리터용 보리차 티백을 이용합니다. 다이소에서 2L 물병을 사서 티백 하나와 물을 가득 채우세요. 가족들이랑 옛날에 델몬트 병에 담아 먹던 보리차를 떠올리며 나눠 드셔도 좋고, 혼자 냉장고에 넣어놓고 생수랑 병행해서 2~3일에 걸쳐 마셔도 좋습니다.
보리차 티백의 좋은 점은 끓일 필요 없이 찬물에 동동 띄워도 1시간 후면 '냉침' 된 차가 우러나옵니다. 저는 대부분의 차를 냉침해서 마시는 걸 좋아해요.
다이소 2L 물병과 2L 전용 보리차 티백
3. 어플을 이용하세요. 저는 식단 어플에 물 마신 양을 체크하는 게 있어서 따로 물 마시기 어플을 쓰지 않지만 여러 가지 알림 어플이 있더라고요. 귀찮으면 역시 망갱이처럼 내 생활 패턴에서 '어떨 때' 마셔야지! 하고 생각해주는 게 좋습니다.
식단어플에 500ml 마실 때마다 체크하는 망갱이
4. 500ml 리유저블 텀블러를 이용하세요! 네 번만 마시면 되니까요.
사진에 있는 폴 바셋 리유저블 텀블러는 1) 디자인이 깔끔하고 가벼우며 2) 뜨거운 것도 담을 수 있고 3) 세척이 간편하고 4) 습관 상 뚜껑 닫고 액체류를 들고 다닐 일이 없어서(위에 구멍이 2개 뚫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