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소재를 참 좋아한다. 영화, 드라마, 책, 다큐멘터리까지, 우주가 붙어있으면 눈길이 간다.
우주가 배경이기 때문에 웅장함은 말할 것도 없는 옵션이다. 각종 CG로 볼거리가 풍성해서 좋고, 과학 지식이 쌓이는 느낌에 죄책감 없이 놀 수 있어서 좋다. 무엇보다, 진한 울림이 있어서 좋다.
우주는 왜 감동일까?
한계에 도전하는 인간의 용기와 미련함이 진한 감동을 주는 게 아닐까. 인간의 역량은 우주 앞에서 한 없이 작다. 그럼에도 인간은 끝이 없고, 보이지 않고, 무한한 그 대상에 도전한다.
무엇과도 맞바꾸기 어려운 내 목숨을 바쳐 우주로 떠나는 이야기. 익숙한 소재이지만, 절대 진부할 수 없는 이야기. 드라마 <어웨이>도 이제껏 보지 못한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진 않지만, 한 번 들으면 멈출 수 없다.
<어웨이>는 인류의 첫 화성 탐사선에 올라탄 우주 비행사들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동시에 지구에 남겨진 그들의 가족 이야기이기도 하다.
소중한 가족들을 3년간 보지 못하는 임무이다. 3년간 엄마로서, 딸로서, 부인으로서의 개인은 없다. 24시간, 3년 내내 우주비행사로서의 삶만이 자리 잡아야 한다.
그 기나긴 여정은 가족과 떨어져야 하는 생이별의 아픔만이 문제가 아니다. 당장에 생사의 위협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내 목숨과 맞바꿀 정도로 지독히도 하고 싶은 일이라니. 보통 사람은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그만한 사명감도 없을뿐더러, 그런 일을 찾기도 힘들다.
하지만 <어웨이> 속 인물들도 지극히 인간이다. 가족이 그립고, 내 목숨이 아까우며, 갈등하고 속죄하고 용서하는 인간이다. 그들의 인간적 삶의 단면들이 지긋한 울림이 된다.
이들이 잃을 것이 없어 우주로 나간 것도 더더욱 아니다. 더 큰 것을 얻기 위해 우주로 향한 것이다. 도전이란 그렇다. 내가 가진 돈과 시간과 두려움을 담보로 더 큰 무언가를 얻어내는 과정이다.
가진 것이 점점 많아질수록 도전이 어려워지는 것도 여기 있겠지. 가진 것에 안주하게 되고, 잃을 게 많아질수록 두려움이 클 테니까.
<어웨이>의 틀은 도전이지만, 그 안은 '관계'로 채워져 있다. 주인공들의 가족 간, 연인 간, 친구 간의 사랑이 클수록, 도전의 의미는 더욱 커진다. 그렇게 소중한 관계를 담보로 도전한 그들의 경이로운 삶에 빠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