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짹짹 Dec 24. 2020

마약이 만들어준 1등 <이카로스>

                                                                                                                                                                                                                                                                                

스낵 컬처, 스낵 콘텐츠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가벼운 스낵을 먹는 것처럼 쉽고 간편한 콘텐츠 이용 습관을 뜻하는 단어다.


사실 나도 긴 글을 모바일 상으로 읽는 게 쉽지 않아 졌다. 적어도 모바일 텍스트 앞에서는 스낵 브레인이 되어버린다. 나아가 텍스트 자체를 기피할 때도 있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 상의 콘텐츠가 점점 단문화되어 가고, 이미지와 영상 중심으로 변모하고 있다. 문제는 두어 시간 폰을 잡고 있어도, 기억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가벼움은 쉽게 날아가는 습성이 있다.


<이카로스>는 스낵 컬처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띵한 여운을 준다. <이카로스>가 던지는 묵직한 물음에 깊은 생각에 잠겼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줄거리
감독인 브라이언 포겔은 아마추어 자전거 선수이다. 포겔은 도핑 시스템의 허점을 고발하기 위해, 자기 자신이 실험체가 되었다. 정교한 도핑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스템의 허점을 뚫는 기록을 담기로 했다. 도핑을 위해 러시아의 도핑 프로그램 책임자 그레고리 첸코프에게 자문을 받는다.

그런데 러시아 육상 선수들의 도핑 의혹이 붉어지고, 육상뿐 아니라 올림픽 출전 전 선수들이 도핑을 했다는 의혹이 깊어진다. 그 중심에 첸코프가 있었다. 아니 러시아의 대통령 푸틴과 체육부장관 등 관료들이 있었다.




영화는 본래의 목적을 버리고, 방향을 급선회한다. 더 큰 목적지를 향해 돛대를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세기의 스캔들을 눈 앞에서 놓칠 순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 목적지가 도통 어디인지 모르겠다. 답을 주지 않는다. 우리는 감독의 항해에 정신을 못 차리고 빠져들 뿐이다.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은 1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랑받는 곡이다. 미완성 자체가 완전한 걸작으로 칭송받고 있는 것이다. <이카로스>도 미완성을 보여줌으로써 완성하는 작품이었을까?


<이카로스>는 2018년 아카데미 어워드(Academy Awards)에서 다큐멘터리 부분을 수상하였고, 에미 어워드(Emmy Awards)에서도 다수의 부분에 노미네이션 되었다. 그 밖에도 BAFTA, 선댄스(Sundance)  등 다수의 시상식에서 수상과 노미네이션의 영예를 안았다.


미완성으로 돛대를 내린 영화의 끝은 수많은 의문을 남겼다. 영화는 답을 주지 않는다. 당신은 답할 수 있는가?






도핑을 하고도 기대 이하의 순위가 나온 것은 무엇을 보여주는 것일까? 약은 곧 실력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걸까? 도핑을 하고 우수한 성과를 낸 사람들이 이보다 더 오래 도핑을 해왔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을까?


제작자는 러시아 정부의 국가적 도핑 사기의 주범이자 내부 고발자인 '그리고리 로드첸코프'의 편에 선다. 정부의 휘하 속에서 개인이 행한 죄는 죄가 아닐 수 있다는 걸 말하는 건가?


러시아는 IOC에 의해 올림픽 출전권을 받아냈고, 러시아 도핑 사건은 잊혀 갔다. 진실은 승리하지 않은 걸까?


정부 주도하에 자국 선수들에게 도핑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러시아뿐일까? 영화는 러시아와 IOC 악의 소굴로 그렸다. 다른 나라는 천사의 얼굴을 하고 있는가?












작가의 이전글 우리가 브런치에 모이는 이유 <작은 아씨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