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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밀 Aug 24. 2023

산책

23-02-10


어제 ‘산책은 나의 종교’라는 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너무 깊은 인상을 받은 나머지, 오늘 공강시간에 바로 산책을 떠났다. 집 앞 카페에 가는 대신 먼 거리에 있는 카페에 가는 것을 택한 것이다.


오전에 비가 내리고 그친 오후, 공기가 깨끗-하다.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뭉게뭉게, 포근한 바람이 살랑인다.  

가지에 듬성듬성 핀 붉은 꽃도 보았다. 정말로 봄이 오고 있구나.

꽃이 핀 길가 끄트머리에 붕어빵을 팔고 있다.

겨울이 지나면 보이지 않는 저 붕어빵 가게 아주머니는 더운 날들엔 무엇하며 보내실까, 저 예쁜 꽃봉오리들이 아주머니 마음 속 피어나는 근심일 수도 있겠다, 생각한다.


총총 내려가는 길, 왈왈 짖는 소리가 들린다.

늘 미동도 없이 축 늘어져있던 백구. 철창도 목줄도 없는 데 항상 같은 자리에 누워있던 저 꼬질꼬질 살 찐 개가 신경쓰였는데, 개답게 서서 우렁차게 짖는 모습을 보니 괜히 기분이 좋다. 너도 짖을 줄 아는 구나. 그동안은 추워서 그랬나?   


이런저런 온 동네 마음 속 오지랖을 부리다 카페에 도착한다.


산책 참 좋다. 그냥 걷던 길도, 가야하는 길에도 ’산책‘이란 멋드러진 이름을 붙여주니 한결 나은 하루가 된다.


*오늘의 산책 bgm - 백예린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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