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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밀 Aug 26. 2023

학생들과의 대화, 내 삶을 받쳐주는 시간

23-02-11



성인을 대상으로 수업하며 느끼는 수많은 좋은 점들 중 하나는 ‘깊은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나와 죽이 잘 맞는, 즉 결이 잘 맞는 학생들과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귀하다. 대화의 주제는 다양하다. 영어공부부터 시작해서, 일, 취미, 사람 등 세상 살아가며 겪고 느끼는 것들이다.

혼자 일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와는 다른 모양의 삶을 꾸려나가는 사람들이 궁금할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럴 때마다 우리 학생들이 나의 갈증을 해소시켜 줄 때가 많다. 다들 각자의 분야에서 한 따까리 하시는 탁월한 분들이시며 (ex. 엔지니어, 사업가, 예술가, 육아 및 가사 전문가, 의료인, 회사원 등등) 자기계발을 위해 꾸준히 영어를 배운다는 점은 자기 삶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는 방증이 되기도 한다. 영어만 가르치는 나는 쉽게 얻을 수 없는 생의 관점과 통찰력을 공짜로 배울 수 있으니, 거의 매일 빚을 지고 있는 거나 다름없다. 내 커리어, 삶의 자양분이다.


난 강의할 때, 엔도르핀이 마구 솟구치는 인간이다. 육체적 에너지를 소비하는 동시에 정신적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 강의하는 일은 나를 살아가게 하는 수만 가지 원동력 중 크나큰 부피를 차지한다.  

토요일 수업, 학생과 재미난 인생의 대화를 나눈 뒤 올라온 호랑이 기운에 금세 취해 이 기분이 달아날까 후다닥 글을 남겨본다. 오늘의 긍정 뽕이 빠지면 다시 지치고, 마냥 쉬고 싶은 날도 찾아온다. 좋으면 좋은 대로, 힘이 들 땐 힘든 그대로, 바닷속을 유영하듯 흘러간다. 오래오래 이 일을 하며 살아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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