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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밀 Aug 26. 2023

나의 왼쪽 무릎

23-02-17


요즈음 왼쪽 무릎 때문에 의기소침하다. 무릎 엑스레이를 찍고 왔는데 내 나이에는 찾아오기 드문 골병이 들어있다. 소모품을 너무 소모했다. 무심하고 게을렀던 과거의 나에게 화가 났다. 지금 보다 더 나빠지지 않게 잘 보호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무릎을 보러 병원까지 가게 된 건 요가를 더 잘하기 위함인데, 요가를 못하게 될까 봐 조마조마했다.


“요가는 탐욕의 강을 끊임없이 노 저어 가는 과정이다. 중간에 노를 놓아 버리면 밑바닥으로 떨어지고 만다. 더 잘하려고, 뭔가 해내려고 하지 말고 지금 몸을 유지하려고 노력해라.”


때 마침 오늘 사바아사나에서 요가 원장님이 해주신 말씀이다. 무릎이 지끈거려 신경이 쓰이는 와중에 안도감이 들었다. ‘그래, 여기서 더 나빠지지 않게. 내가 할 수 없는 동작보다 할 수 있는 동작, 앞으로 남아있는 아사나들이 훨씬 많다.’


수련이 끝나고 원장님과 짧은 상담을 했다. 내 체형에는 어쩔 수 없는 무릎이라는 말을 들으며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해야 할 것들에 대한 조언과 함께 평생 요가 할 수 있다는 말도 해주셨다. 선생님과 얘기 나누길 너무 잘했다 싶었다. 그래그래, 어떻게 찾은 반려운동인데. 평생 해야지. 우리 요가 선생님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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