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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밀 Aug 27. 2023

오롯한 밤

23-02-21


혼자 있는 시간은 귀하다. 홀로 일하는 것과는 별개로, 온전한 나로서 존재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적막한 밤. 10시에 일과를 끝내고 나를 위한 오롯한 밤을 보낸다.

날 밝은 오후에는 오늘의 글을 위한 세 가지 키워드를 준비했었다. 구미에 당기는 것을 골라 써야지 하고. 이내 캄캄한 밤이 내려앉고 그 어떤 훼방 없이 이 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혼자 여행을 가고 싶단 생각이 든다. 이런 비일상적인 시간이 특별한 줄 알면서 그동안 적극적으로 취하지 못했다. 정돈된 마음으로 책임감 있게 일을 해내는 것이 어느샌가 최우선이 되었고, 그것을 지키려면 정돈된 일상을 우선적으로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충동과 무계획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나지만, 짊어지는 것이 많아질 수록 점점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그저 늘 같은 곳에서 같은 것만 바라보기 위해 무언가에 열심히였던게 아닌데.

두 번 떠나보기로 한다. 가까운 곳, 그리고 먼 곳으로.

내일 아침 해가 뜨면 금세 잊힐 지금 이 찌릿한 마음을 여기저기 눈에 띄게 새겨 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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