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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밀 Aug 28. 2023

섬세한 사람들의 섬세한 이야기

23-02-22


집이 아닌 곳에서 홀로 보내는 이틀. 여행이라 생각한 적 없는데, 들여다보니 여행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늘은 7시 즈음 일이 끝났다. 그래, 이건 여행이다 싶어 촉촉해진 마음을 안고 계획해 둔 요가수업을 미뤘다. 대신 밀린 다른 사람들의 글들을 찬찬히 읽었다. 저마다의 오늘을 간결히 담았을 뿐인데 마음을 광광 울리는 이야기가 많다. 내가 미처 지니지 못한, 세심하고 다정한 눈길을 가진 사람들을 느낀다.   


가수 이소라가 떠오른다. 그가 쓴 슬픈 노래를 듣고 있자면, 또 그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참지 못하는 그를 보며 사는 일이 얼마나 힘들까 생각한 적이 있다. 비교적 무딘 내가 느끼지 못하는 가닥가닥의 감정을 온몸으로 느끼며 아파할 것 같은 사람이다. 예술가가 느끼는 고통과 불행의 정도에 비례해 명작이 탄생하는 건가, 질문을 던진 적도 있다.


섬세한 사람들이 쏟아내는 (어쩌면 다 쏟아내지 못했을) 섬세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한편으로는 가끔 그들의 넘치는 감정에 너무 힘들 때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령 남이 대수롭지 않아 하는 일에 주체할 수 없이 마음을 써버린다거나, 그렇게 닳은 마음이 쉬이 회복되지 않을 때도 있지 않을까 하는 괜한 오지랖 같은 거다. 쓰고 생각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테니 기질적으로 높은 감수성을 지녔을 것 같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 많이, 더 풍부하게 느낀다는 건 때론 괴로운 일이기도 할 테니까.


행복이란 말은 참 모호하다. 이 실체 없는 단어를 우리는 아주 가까이에 두고 산다. 행복이 뭔지 모를 때가 더 많으면서도 나 자신의 행복과 내 옆 사람의 행복을 빈다. 그리고 오늘, 얼굴 모르는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그들의 행복을 바랐다. 보통의 이들보다 좀 더 감정이 풍부한 탓에, 예민한 탓에, 섬세한 탓에 생겨난 생채기가 원만히 아물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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