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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밀 Sep 16. 2023

말 잘하고 싶다

23-09-12


링글 수업 후 느낀 점

(*링글 : 원어민 화상 영어회화 프로그램)


1. 정확한 나의 생각, 의견 등이 명료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한국어든 영어든 제대로 문장 구사가 되지 않는다. 오늘 대답도 정말 가관이다. 빨리 대답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는 걸 잊을 때가 많다. 특히 예상 밖 질문을 받았을 때는 생각을 정리하고 깔끔하게 말을 내뱉는 연습이 필요하다. 누구도 재촉하지 않는다. 그리고 평소에 Narrow down 된 critical 한 질문을 하고 답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보통 두루뭉술하거나 표면적인 것에만 궁금함을 가지고 그 이상의 깊이가 없다. 깊이!!! 튜터의 피드백대로, 문장 내에서 vague and ambiguous implication을 줄여야 라이팅, 스피킹 스킬이 늘 것이다. (한국어도 마찬가지)

+) 독서모임이 하고 싶다. 다시 적극적으로 찾아봐야겠다는 동기부여를 받았다. 나는 정말 (좋은) 대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2. 거의 모든 수업에서 내 질문이 많아 시간이 모자라지만, 오늘 수업은 특히 재미있고 끝내기 아쉬웠다. 내 여러 질문에 명쾌한 답을 주는, 맘에 드는 튜터를 찾아서 기쁘다. 이 튜터와는 다음에 discussion-focused class를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언어 공부 측면 외에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있었는데 시간이 모자라 물어보지 못했다. 한국어를 전공으로 공부하는 사람인만큼 언어 자체를 관찰할 줄 알고 자기 생각이 뚜렷한 사람인 것 같아 함께 딥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고 싶다. 논리적으로 언어적으로 내가 못 따라갈 것 같아 좀 걱정되긴 하지만 괜찮다. 여기서 나는 스튜던트 포지션이니까.


3. 주로 어떤 언어로 에세이를 쓰냐는 질문을 받았다. 영어로도 가끔 쓸 때가 있지만 피로도가 높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대답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에 대해 영어라이팅을 하는 것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는데 왜 시간이 많이 걸릴까 이제와 생각해 보니, fancy 한 표현과 구조로 '잘'써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날 영어강사로 바라보는 눈이 많다 보니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 영어를 쓰는 건 용납이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영어로 글을 쓸 때는 생각이 걸러지거나 정제될 때가 많고, 한정적인 또는 꾸며진 문체를 쓰게 되다 보니 진짜 ‘나’답지 못한 글이 나온다. 실제로 한국어를 쓰는 내 모습이 훨씬 솔직하고 매력 있다. 나름의 고급 어휘와 다양한 구조를 가지고 매너 있는 영어를 구사할 줄 알지만 다른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달까. 각 언어에서 투영되는 내 모습 사이의 간극을 좁히려 노력해야 할지, 또는 각각의 매력을 가지고 승부?를 해야 할지 고민해 볼만하다.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튜터도 이 부분에 대해 깊이 공감하는 듯했다.)


4. 오늘 글을 쓰면서 내려진 결론은 나를 진짜 나답게 하는 영어를 할 때까지 결국 영어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에게 제2 외국어는 죽을 때까지 영어밖에 없을 것만 같은 예감이다. 범인으로 태어난 이번 생은 한 우물만 판다.. 지독하게 팔 거야...




*영어토론 직후 영어 사고가 폭발한 상황에서 막 써내려 간 글이라 당시 생생하게 떠오르는 영어 단어 그대로 기재했다. 좀 재수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이것도 하나의 내 날것 그대로의 모습이라 생각하고 딱히 수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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