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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밀 Sep 17. 2023

요즘의 글쓰기


23-08-29

올겨울에 썼던 글들을 브런치에 하나씩 올리고 있다. 보다 정돈된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글들을 다시 읽어보고 솎아 내는 작업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요즘 내가 쓴 글과 비교하게 된다. 유려하진 않아도 재밌고 다양한 글감으로 나의 일상을 녹인 글을 많이 썼었다. 반면 최근에 쓰인 것들은 생각의 폭이 자로 잰듯하며 어딘지 모르게 진부하다는 느낌도 든다.

두 시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글을 쓰는 빈도’이다. 6개월 전 즈음 매일 글쓰기 모임에 가입하고 100일간 짧든 길든 매일 글을 썼다. 인증을 빼먹은 날은 단 며칠뿐이 되지 않았다. 하루의 구석구석에서 글감을 찾아내고 상상했다. 그 일이 자연스러운 나날들이었다. 매일 써내려면 힘을 빼야 했고 덕분에 말랑말랑한, 나다운 문장들을 뽑아낼 수 있었다.

8월 초, 이전과는 다른 성격의 글쓰기 모임을 시작하고 4편의 글을 완성했다. 일주일에 A4 분량의 한 편을 목표로 하다 보니 어쩐지 각을 잡고 힘을 주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일과 연계된 글은 제외하고서도, 나머지 글들은 신선함이 덜한 것 같다. 물론 이전부터 블로그에 종종 남겼던 형식의 글이고 이런 글을 꾸준히 남기는 것도 무척 필요한 일이다. 다만 예전처럼 내 마음 안쪽에 좀 더 가닿는, 날것의 것들을 풀어내는 시간도 필요하다 느낀다. 이왕이면 매일, 매일이 될 수 없다면 자주. 아주 잠깐의 글이라도 그를 통해 나의 오늘을, 지금의 계절을 조금 더 충실히 살아낼 수 있다.



23-09-03

8월 29일 글을 쓰고 난 후, 여러 생각들이 꼬리를 물었다. 그렇게 내린 결론은, 정해진 글쓰기 분량이 소재의 다양성이나 글의 분위기, 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글쓰기에 다시 재미를 붙이고 나서는 A4 반 장 또는 한 장 정도는 어렵지 않게 써낼 수 있게 되었다. 장문 글쓰기 연습은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내게 꼭 필요하다. 한 장이 두 장 되고 두 장이 한 챕터가 되는, 필연적 과정이다. 요즘 내 글에 말랑함이 덜한 이유는 내 마음에 말랑한 시선이 덜한 탓이고, 글에 힘이 들어가는 것은 내 마음에 온전히 솔직하지 못했던, 불필요한 꾸밈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주일에 한 번 제출’이란 규칙이 나의 무의식에 제약을 걸었던 것 같다. 글쓰기 모임을 시작했던 동기는 글쓰기를 습관으로, 일상으로 자리 잡게 하기 위함이었는데, 일주일에 한 번 ‘초과’해 쓸 생각을 굳이 하지 않았다. 분량이나 질에 상관없이 자주, 매일 써야 힘을 완전히 뺀, 유연한 글을 쓸 수 있겠구나 결론지었다.


매일 쓰며 소재가 중복되거나 신선함이 떨어지는 것에 크게 구애받지 않기로 했다. 내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들을 놓치지 않고 꾸준히 기록하는 게 더 중요하다. 최근 요가에 관해 자주 남기는 것도 이상할 게 하나 없다. 일주일에 세 번씩 규칙적으로 요가를 하고 있으니 당연히 관련 글의 빈도가 높을 수밖에. 요가 수련을 하거나 선생님 말씀을 들을 때마다 영감이 매번 떠오른다는 것은 오히려 좋은 시그널이다. 내 일상의 한 부분인 요가가 육체적, 정신적 성장 기회를 거의 매일 내어주는 것이니 말이다.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다. 요가 이외에 몰두하고 있거나 영감을 얻을 만한 일이 딱히 없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이 문제는 쓰는 행위를 통해 차차 해결해 나갈 수 있다 믿는다. (그러고 보니 글쓰기 자체에 조금은 몰두하고 있을지도?)


내밀한 기록은 명료한 생각을 만든다. 물론 꾸준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결과일 것이다. 그러므로 매일 써야 한다.




*글을 올리는 날짜가 뒤죽박죽.. 원래 이런 나니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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