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밀 Sep 19. 2023

나를 반짝이게 하는 것

23-09-13



요가일지 (feat. 선생님 말씀)

1.

몸무게 1kg의 변화도 요가수련에 아주 큰 영향을 준다. 아쉬탕가는 체중이 늘면 특히 손목에 무리가 많이 갈 수밖에 없다. 몸의 변화 없이 (그러니까 몸을 가볍게 만들지 않고서) 아사나만 계속 잘하려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선생님을 포함한 함께 아쉬탕가를 하는 크루들은 모두 기본 12-14시간 이상 공복 시간을 유지한 채 수련을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수련에 한계가 있다. 몸을 스스로 잘 관리하는 것도 정신 수련의 일환이다.

2.

"요가를 하는 데 있어서 생각보다 재능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성실성실성실성실성실성실 계단을 타고 올라 저 끝에 재능이 필요하다." 

선생님께서는 32살에 (이때 5년 차 요가 강사) 처음 아쉬탕가를 시작하시고 10년 동안 주 6일 수련을 한 번도 빼먹지 않고 하셨다. 50세가 다 되어가시는 지금도 주 5일 수련을 하고 계신다. 하타가 유행하는 요즈음 아쉬탕가의 명맥을 우리 요가원에서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이유는 선생님이 계속 수련을 하고 계시기 때문이라고. '아침저녁 수업을 하게 되면서 수련을 제대로 하지 않는, 아쉬탕가 프라이머리 정도 겨우 할 줄 아는 강사들이 너무 많다. 그러면 본인도 재미를 느끼지 못할뿐더러 제대로 가르칠 수조차 없다. 본인이 수련하지 않으면 가르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냐, 그런 의무감에 매일 수련한다' 덧붙이셨다.

이런 실력 있는 좋은 선생님 밑에서 배울 수 있게 된 건 엄청난 복이라 생각한다. (지금 요가원에 등록하기 전 필라테스를 다녔던 6개월의 시간이 아까워 통탄스러울 정도) 선생님의 학생으로 연을 맺게 된 것에 너무나 감사하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오늘 같은 말씀을 해주실 때 또는 수련하시는 모습을 직접 볼 때마다, ‘아 나도 영어공부 열심히 해야지, 게을리하지 않아야지’하는 반성을 한다. 5년, 10년, 긴 시간이 지났을 때 우리 요가 선생님의 모습을 닮은 영어 강사가 되고 싶다. (정말로!!!)

3.

시선 (드리티쉬)

내가 바라보는 시선, 곧 내 마음이 향하는 곳이다.

4.

머리에도 땀을 쫙 빼고 가슴에서도 쫙 빼면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수련하라.

5.

“취미로 또는 그냥 좋아서 한 가지 일에 깊이 몰두하고 빠져보는 경험은 살면서 매우 중요하다.”

나에겐 영어가 그랬다. 20대 초반에 영어공부에 한번 마음이 꽂힌 이후로 정말로 미친 사람처럼 공부했다. 얼마 전에도 오랜 친구가 그 시절의 내 모습을 떠올리며 말했다. 일반적인 사람의 눈빛이 아니라 말 그대로 진짜 무언가에 미친 사람의 눈, 단 한 번도 내게서 본 적 없던 열정에 들끓던, 생기 넘치는 눈빛을 기억한다고 말이다. 실제로 당시에 영어공부 때문에 잠시 연락을 끊었다 다시 만났던 내 동기가 ‘내 눈알이 너무 맑고 빛난다’며 깜짝 놀랐다. 지금 생각해도 반짝반짝 빛나던 시절이다. 배움 그 자체가 너무 즐거웠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그때보다 내가 더 치열하게, 무언가 잘하기 위해 몰두하며 살았던 때가 있었나 돌아보면 그 이상은 아직 없다. 영어가 이젠 마냥 즐거움만이 아닌 직업으로 책임감을 갖고 해야 하는 것이 되어 버렸지만, 그때 쌓아둔 경험과 힘으로 여전히 나아간다.

지금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살고 있는지, 삶에 집중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말로 나는 거울에 비친 내 눈을 종종 바라볼 때가 있다. 그리고 오늘의 내 눈빛. 그리 맑지도, 탁하지도 않은 것 같다. 마음을 가다듬고 공부하고 배우자. 내 남은 생에서 또 한 번 반짝반짝 빛날 수 있는 날이 찾아올 수 있도록. 맑고 깊은 눈빛을 잊지 않고 나이 들어가야지.

6.

“클로징 만트라를 할 때마다 여러분의 몸과 마음이 한결 더 좋아지기를, 나아지기를 기도한다. 모두의 평화, 행복, 자유를 위해.”

나도 모두를 위해 기도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지.

작가의 이전글 요즘의 글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