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밀 Sep 23. 2023

능소화

23-09-17


마지막 여름 비가 내린다.

내게 여름은 능소화가 피는 계절이다. 쨍한 여름 빛깔을 닮은 꽃을 보며 이 계절을 느낀다.


한 여름 쨍하게 내리쬐는 햇빛 아래서, 한바탕 태풍이 휩쓸고 지나갈 때도 여전히 그 자리에 대롱대롱 달려있는 아이들이다. 참 씩씩하고 튼튼하다.


매년 여름, 능소화가 한아름 피어있는 담장을 찾아가 사진을 찍는다. 낯선 동네에서도 예외는 없다. 그 붉은 끄트머리만 발견해도 발길이 향하고 카메라를 든다. 이쯤 되니 나만의 여름 의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여름 내내 화창하던 꽃잎들은 마지막 여름 비에 막을 내린다. 바닥의 꽃 무더기들은 가을이 된다.


작가의 이전글 나를 반짝이게 하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