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밀 Sep 14. 2023

하고 난 후 기분이 좋은 일을 하세요

23-09-07

한라산 정상을 앞두고 숨이 헐떡헐떡 넘어가는 내 모습


“하고 난 후 기분이 좋은 일, 행복한 일을 하세요.”


바쁜 하루를 보내고 평소보다 더 피곤한 오후였다. 저녁에 요가 갈 생각을 하니 ‘귀찮다’ ‘힘들다’ 벌써 이런 마음이 드는 거다. 하지만 모든 수업을 마치고 마치 관성처럼 요가복을 주섬주섬 입고 있는 나였다. 오늘도 여느 날처럼 땀을 뻘뻘 흘리며 수련했다. 개운하다. 오늘처럼 출발 전까지 귀찮음이나 주저함을 느낄 때는 많다. 그러나 요가원에 도착해서, 수련을 하면서, 또는 수련이 끝나고 나서 ‘오늘 괜히 왔다’며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쏟아낸 땀만큼의 뿌듯함, 성취감 등 행복한 감정들만 듬뿍 밀려올 뿐이다.

선생님께서도 말씀하셨듯, 대게 하기 싫은 마음을 극복하고 힘든 과제를 견뎌낸 후에 이런 감정들을 경험할 수 있다. 할 때 즐겁기만 한 일은 뒤가 고통스러운 경우가 많다. (선생님은 술을 예시로 드셨다 뜨끔). 요가든, 영어 공부든 시작도 전에 하기 싫은 마음이 들 때가 있고 꾹 참고 버텨야 하는 과정이 수반된다. 이렇게 일궈낸 작고 큰 성공이 우리 삶의 토대가 된다. 결과에 상관없이 말이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없이는 나를 단단하게 만들 수 없다.   


우리 학생들이 떠올랐다. 영어공부가 힘들 때 이겨낼 수 있도록 오늘 요가선생님의 말씀을 전해줘야지 생각했다. 그리고 두려움이 마음 한켠에 일었다. 내가 요가 수련 중 느끼는 몰입감, 수련 후의 충만감, 이런 긍정적인 감정들을 우리 학생들도 내 수업을 통해 경험하고 있을까? 귀한 시간이 되고 있을까? 매주, 매번의 귀찮음과 피곤함을 극복하고서 오랜 시간 나와 함께 해주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시간과 노력에 책임을 느낀다. 더 괜찮은 선생님이 되어야겠다 다짐한다.

작가의 이전글 한 점 부끄러움 없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