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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밀 Sep 14. 2023

한 점 부끄러움 없기를

23-09-02

#1 

“여러분도 빈야사 하고 싶지 않아요? 나중에 핸드스탠딩 같은 거 해보고 싶지 않아요? 여러분이 저같이 잘하는 사람을 매일 가까이서 보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충분히 생길 수 있어요. 핸드스탠딩 해내려면 배와 허벅지를 딱 붙일 수 있어야 돼요.”


며칠 전에는 선생님께서 2008년부터 쓴 요가 매트를 보여주셨다. 하도 수련을 많이 하셔서 발과 손을 짚는 부분이 이곳저곳 파여있었고 직접 만져보니 표면이 많이 닳아있었다. (만두카 매트가 그렇게 닳아 해지기 쉽지 않다)


“거의 대부분 만두카 쓰고 계시죠? 저처럼 매트가 이렇게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요가 열심히 하셔야 돼요.”  


나는 우리 학생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나도 이렇게 실력과 노력에 한 점 부끄럼 없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그들의 배움에, 삶에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길 바란다.

 


#2

“어제 인스타 피드에 누가 댓글을 달았더라고요. ‘운동 부상 없이 하세요’라고. 그래서 댓글 달았어요. 부상은 항상 있을 수 있다구요. 늘 말씀드리죠, 요가를 하면서 부상이 따르는 건 자연스러운 거라구요. 몸이 무거운 날, 집에 우환이 있어 집중을 못하는 날이 있을 수 있고 몸을 잘못 쓸 수도 있죠. 그냥 살다가도 어느 날 몸이 아플 수도 있잖아요. 부상 없이 살려면 그냥 누워만 있어야 돼요. 다치는 건 절대 부끄러운 일이거나 숨겨야 되는 일이 아니에요. 그때그때 내 몸 상황에 알맞게 운동을 조절하고 회복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한 거예요. 누구나 다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 회복해 나갈 수 있어요.”


오늘의 선생님 말씀과 함께 요가를 마쳤다. 그리고 매트를 정리하는 나에게 가까이 오셔서 말씀하셨다. 

“아시겠죠?” 


솔직히 나도 부끄러운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 내가 무슨 운동선수도 아니고 엄청나게 힘든 수련을 하는 것도 아닌데 햄스트링이 끊어졌다 말하기 좀 멋쩍기도 했다.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한 말이었고 위안이었다. 그래, 다친 게 뭐라고. 조급해할 필요도 없고 시간을 들여 잘 회복해 나가면 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흘러 언젠가 나의 골반이 충분히 열리면, 왼쪽 무릎 때문에 당장은 할 수 없는 아사나를 아픔 없이 해낼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라고 선생님께 컨펌받음) 


한결 든든해진 마음으로, 9월의 요가도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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