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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밀 Sep 13. 2023

시르사아사나 그리고 요가무드라

23-08-29

<요르가즘> 황혜원 작가님의 아쉬탕가 카드



시르사아사나’보다 ‘요가무드라’를 잘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내면의 정화를 위한 아사나가 바로 ‘요가무드라.


원장선생님께서 매번 강조하셨던 말씀.

매번 고개를 끄덕거리면서도, 요가무드라에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왼쪽 무릎이 아파 가부좌를 완벽히 틀 수 없기 때문에 난 ‘어쩔 수 없이’ 완벽한 자세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생각했다. 아사나를 소홀히 했다. 반대로 지난 일 년 동안 시르사아사나에 대한 애착은 어마했다. 항상 선생님의 말씀에 귀 기울여 따르고 있다 생각했지만 사실 ‘내가’ 더 잘하고 싶은 것에 마음을 써왔다. 


오늘의 요가무드라도 역시 반가부좌 자세를 취한 후 양 팔꿈치를 잡는 자세를 하다가 문득 오른쪽 발가락을 잡아봐야겠다 생각했다. 어찌어찌 평소보다 잘 잡혔다. 어정쩡한 왼손을 어떻게 해야 하나, 질문을 해야겠다 마음을 먹으며 아사나를 마쳤다. 

답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수건을 이용해서 왼 손과 왼 발을 연결하면 되는 거였다. 왼 어깨, 왼 손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오른 발가락을 잡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하셨다. 그리고 시르사아사나 같은 아사나에 비해서 요가무드라는 대충 마무리하는 사람이 많다고, 그중 애살이 있는 사람은 수건을 써서라도 어떻게든 해보려 한다 덧붙이셨다.

아뿔싸, 내 질문이 너무 늦었구나. 왼쪽 무릎에 통증을 알아차리고 결가부좌 자세를, 즉 요가무드라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게 6개월 정도 되었다. 그동안 선생님이 입이 마르고 닳도록 말씀하셔도 ‘어느 정도’에 만족하고 그쳤다. 아사나를 할 때마다 궁금하긴 했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은 없을까, 팔은 어떻게 하는 게 최선일까 하고. 하지만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평소에 그렇게 질문을 많이 하는 내가 묻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이 아사나에 간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르사아사나 같은 좀 더 멋있어 보이는 아사나에 비해 간절히 변화를 바라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일은 집에서 혼자 요가무드라를 시도하여 수건을 쓰는 것에 익숙해져 보려 한다. 아쉬탕가는 정해진 호흡과 템포가 있기 때문에 순발력 있게 동작을 따라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요가무드라를 하는 남은 평생의 시간 동안, 나의 왼 손과 왼 발에 걸린 수건을 풀지 못할 수도 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괜찮다. 하지만 완성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보다 그윽한 마음으로 기꺼이 붙잡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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