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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밀 Sep 11. 2023

생각의 선택지

23-08-21


#1

오른쪽 다리의 햄스트링이 끊어지고 한 달 여의 시간이 지났다. 요 몇 주간 통증이 있는 부위를 최대한 보호하며 아쉬탕가와 빈야사를 하고 있다. 처음엔 파열의 주요 원인을 타이트한 골반 그리고 골반 가동범위를 벗어난 순간적 움직임 정도에서만 찾았다. 하지만 최근 특정 동작에서 코어 반다를 더 집중해 조으면 통증이 어느정도 잡힌다는 걸 알게 되었고, 나의 부족한 반다 힘이 부상의 또 다른 원인이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약한 코어 힘에 대한 반작용으로 순간 햄스트링에 과한 힘이 실린 것 아닐까 하는?

매주 내 다리 호전상황에 대해 물어봐 주시고 이야기를 들어 주시는 요가선생님이 계시는데, 지난 주에는 최근 느꼈던 코어 반다와 햄스트링의 상관관계에 대해 말씀드렸다. 그 때 선생님께서 주셨던 답이 참 기억에 남는다.



“맞아요! 그래서 부상이라는 게 꼭 안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에요. 이렇게 평소에 몰랐던 힘을 알게 되는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어요. 물론 안 다치는게 가장 좋지만요.”


요가를 다시 시작하고 6개월 즈음, 손목과 손바닥에 통증이 있었고, 그것을 극복하고 나니 왼쪽 무릎에 문제가 생겼다. 평생 안고가야 할 문제라는 것을 알고 또 얼마 되지 않아 햄스트링이 파열되었다. 하나를 맞닥뜨리고 나니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요가는 잘하고 싶은데, 넘치는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는 내 몸에 속상했다. 당장 수련에 지장이 생기고 언제 다 회복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답답함을 느끼는 찰나,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선생님의 한 마디였다. 그래,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거구나. 마냥 다 나쁘지만은 않은 거였구나.


세상 사는 일이 다 그렇다. 다 나쁘지도, 다 좋기만 할 수도 없다. 어느 관점에서 바라보든, 어떤 태도를 취하든 내가 선택하기 나름이다. 그리고 그 관점과 태도에 관한 ‘생각의 선택’은 보통 ‘생각의 선택지’에서 도출되는 결과다. ‘선택지가 많은 것은 축복’이란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환경적으로 주어지는 선택지는 객관식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생각은 객관식 너머에 있다. 보다 많은 생각의 선택지를 위해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읽고 많은 사람과 대화하고 나누며 내가 스스로 확장시킬 수 있다. 그렇게 확장된 선택지를 통해 얻어진 선택은 때론 환경적 선택지를 넓히기도 한다. 좋은 태도를 지니기 위해,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 그 너머의 것을 찾고 제시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좋은 선택지는 어쩌면 항상 내가 만들어 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2

혼돈은 예고 없이 찾아 온다. 어떠한 의미도 없이 내 삶에 주어진다. 세상의 이치를 직시하고 나니 앞으로 다가올 시간이 두렵기도, 외로움 마저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의미를 만들고 힘을 내어 나아가는 것. 나와 내 주위 사람을 위해 매순간 두렵지만 최선을 다하는 것. 좀 더 나은 선택과 태도를 위해 고민하는 것. 이것이 살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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