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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밀 Dec 07. 2023

야채 구경 그리고 공원 달리기

23-12-04 & 05

*어젯밤에 쓰다 꾸벅꾸벅 졸아서 오늘 마저 이어 쓴 일기


#1 야채 구경


남자친구 집 근처에는 야채를 아주 싸게 파는 가게가 있다. 축산물 직판장으로 원래 고기를 메인으로 파는 곳인데 야채가 너무 저렴하여 갈 때마다 방앗간처럼 들르는 곳이다. 어제도 스벅에서 각자 시간을 보내다 잠시 바람을 쐬러 나간 김에 횡단보도 맞은편 야채 가게 구경을 갔다. 야채 한 바퀴, 고기 한 바퀴 구경 돌면서 주먹 쥔 귀여운 무 사진도 찍고 저녁에 디저트로 먹을 칸탈로프 멜론도 하나 샀다. 오늘 아침에도 들러 한가득 야채 장을 보고 집에 왔다. 우리 집 앞에도 이런 가게가 있으면 좋겠다.






#2 공원 달리기


남자친구와 농구대결을 하고 난 뒤 공원 뒤쪽 비포장 길을 걸었다. 아무리 날이 조금 풀렸다 해도 해가 지고 나니 이내 몸에 한기가 파고들었다. 그래서 살살 뛰기 시작했다. 몸을 데울 요량으로 조금만 뛰다 말겠지 했는데 생각보다 가뿐하게 잘 뛰어졌다. 나는 달리기를 잘하지 못한다. 무릎도, 폐활량도 폐급이라 늘 얼마못가 멈춰버리고 마는데 어제 따라 꽤 오랫동안 고른 숨으로 쉬지 않고 뛰었다. (요가의 힘인가? 물론 매우 천천히 뛰긴 했지만.)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뛰어보자, 아까 입구가 보일 때까지만 계속 뛰어보자 싶었다. 남자친구가 하는 말에 대꾸를 해줄 만큼의 여유는 없었다. 대신 들어오고 나가는 숨에 집중하며 발 템포를 맞추었다. 열이 오르고 땀이 흥건해졌다. 이런저런 잡생각은 떠오르지만 동시에 멍하게, 무의식적으로 내디뎌 가는 감각이 참 좋았다.


입구에 도착해 시계를 보니 20여분 정도가 지나있었다. 체감상 적어도 30분은 되었는데. 그래도 오랜만에 달린 것치고는 잘했다. 남자친구도 칭찬해 줄 정도였으니. 그리고 목표를 더 멀리 잡았다면 더 뛸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어쨌든 잘 뛰었다. 턱까지 차오른 숨을 고르며 다시 바라본 강가의 공원은 확실히 다른 공기, 다른 모습으로 느껴졌다. 차가운 겨울밤공기 맞으며 달리기, 아주 재미있었다. 날씨가 좋을 때마다 함께 달리는 시간을 자주 만들어야겠다. 쉬지 않고 한 번에 뛸 수 있는 거리를 점차 늘려 나가면, 언젠가는 달리기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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