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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밀 Dec 12. 2023

마지막 수업을 준비하며

23-12-06


내일 마지막 수업을 앞두고 있는 학생에게 줄 선물을 사러 왔다. 텀블러 등 이것저것 고민한 후 내가 좋아하는 서점에 팔고 있는 ‘나이책’을 구매했다. 곧 18살을 맞이할 학생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도 모를, 여기 서점지기가 큐레이팅한 블라인드 책이다. 어떤 책일지 궁금하다.


늘 자리하는 익숙한 창가에 앉아 편지를 썼다. 건강하게 또 만나자는 말로 엽서 한가득 전하고 싶은 말을 마무리했다. 2년 6개월 동안 대면 수업을 했던 학생이다. 입시가 더 중요해진 시기에 접어들면서 끝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헤어짐은 언제나 아쉽다. 학생 동네에는 붕어빵을 팔지 않아 붕어빵이 먹고 싶다며 쌤 사다 주세요-했는데, 오전 10시 30분에 문 여는 붕어빵집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어쩔 수 없으니 알아서 사 먹으라 할 만큼 편한 사이지만 못내 미안한 마음이다.


이 학생을 알고 지낸 동안 나름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고 나는 변함없이 함께 했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관계가 중요한 아이이고 나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고 한다. 항상 고마움을 전하시며 이것저것 마음 써 챙겨주시기도 했다. 나는 진짜 모르겠다. 이 아이를 위해 뭔가 특별히 더 노력한 건 크게 없다. 어머니의 컨택으로, 운이 좋게도 결이 비슷한 학생을 만난 것뿐이다. 매우 섬세한 감정을 지닌 다정한 아이다. 그런 아이를 좋아하는 내 마음이 잘 전해졌나 싶기도 하다.


수업을 그만두고도 자주 연락을 해오던 아주 친했던 학생들도 어느 시기가 지나면 뜸해지곤 한다. 섭섭하지는 않고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어린 나이에 만난 학생들일수록 흐르는 시간과 함께 점점 더 넓은 세상과 다채로운 사람들을 경험하게 된다. 성인이 된 아이들은 제자리에 가만히 머물러 있지 않는다. 나와 지냈던 시간은 과거의 찰나로 남는 게 당연하다.


그래도 나는 언제나 정을 많이 나누었던 학생들과의 마지막 수업에서, 마지막으로 전하는 편지에서, 지금처럼 서로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나누고 소소한 고민도 털어놓는 그런 관계가 계속되길 상상한다.




+) 마지막 수업에서 받은 학생이 직접 구운 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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