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6-24
서울여행 3일차.
어제 친구 S와 와인 3병을 조졌더니 역시 조져지는 건 우리여따…. 일요일 저녁 그렇게 마시고 오늘 아침 7시에 출근한 그녀, 진짜 짱이다.
출근 후 S가 스토리에 남긴 멘트 너무 웃김ㅋㅋㅋㅋㅋㅋ
“기분 째지는 일요일을 보냈더니 그냥 째질 것 같은 월요일”
20대 중반 쯤 서울 놀러왔을 때도 둘이서 와인 3병 마시고 다음 날 오전 S는 출근하고, 나는 침대에 송장처럼 누워있다가 오후에 기차타고 부산 내려와 학원 출근 후 밤까지 수업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뒤가 없는 건 여전하다.
S와 이렇게 진한 딥토크를 길게 나눈건 정말 오랜만인데, 현재 둘의 삶의 궤도와 그 안에서 느끼는 것들이 너무나 닮았다. 놀라운 건 이런게 처음은 아니다. 서울-부산 떨어져 살며 시시콜콜 일상을 공유하지 않는데도, 대체로 특정 시기마다 비슷한 리듬을 타고 비슷한 생각을 하며 각자의 시간을 살고 있었던 적이 많다. 요즘 나의 삶에서 가장 큰 화두는 ‘요가’인데, 그녀에겐 ‘피아노’가 있다. 우리 둘 다 직업적 안정기에 접어든지 꽤 되었고, 취미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영역에 제대로 몰입한 상태다. 웃겼다. 그냥 말하는 족족 ‘나의 요가 생활 = S의 피아노 생활’이다. 한 가지에 몰두한 사람의 머릿속은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더 자주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매일 쓰는 글, 접하는 컨텐츠, 쇼핑목록 등 온통 그것과 관련된 것들 뿐이다. 몰입할 수록 삶은 심플해지고 즐거움은 커진다.
S를 만나는 날, 즉 어제 아침, 서울 오빠집 근처에서 요가 원데이클래스를 들었다. 그 수업에서 느꼈던 것들을 말해주니 S가 손뼉을 탁! 친다. “와, 내가 오늘 인스타 스토리에 올린 내용하고 진짜 똑같다!” 내 폰엔 인스타 어플이 없어 다음 날 확인해보니 정말 그렇다. 그냥 내가 한 말을 그대로 옮겨놓은 수준. 신기하다. 그리고 다행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좋아하는 것에 정신 팔며 살아도 괜찮을 만큼 각자의 삶을 잘 꾸려나가고 있어 다행이고, 서로에게 예전보다 얼굴이 더 좋아졌다 말할 수 있을 만큼 안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 다행이었다.
우린 결국 비슷한 사람이라, 어디에서 뭘하며 살든 같은 파도 위에 있겠구나 - 안도하며, 다음 번의 만남을 기약했다.